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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May 14. 2023

글을 쓰는 이유

지금 내게 필요한 물음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분명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은 있는데, '왜 쓰지 못하는 것일까?'                

브런치스토리에서 보낸 두 번의 알림을 받고서야 책상 앞에 앉아서 나를 마주합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또는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근사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다.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중에서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그 말이 사무칩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사랑하지 않아서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철학자 노아 시게키는 우리가 생각할 때 사용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언어'이며, 언어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틀'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틀을 가시화하는 것이 '사람과의 만남'이며, 닫힌 세계를 열려면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미사고 요시아키, <천년의 독서> 중에서


우리가 생각할 때 사용하는 것이 언어라면, 글쓰기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일 것입니다. 돈과 힘의 원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닫힌 사회를 열고자 한다면 새로운 언어가 필요합니다.


심리학 수업 시간에 안정적 애착의 의미에 대해 배웠습니다. 안정적 애착을 가진다는 것은, 대상관계이론의 측면에서 공감받고 수용적인 내적 대상관계를 경험했다는 의미입니다. 즉 아이가 떼를 쓸 때 맞받아치는 대신 다독이고 기다려주는 관계입니다. 자기 심리학적 측면으로는 쌍둥이 자기 대상 경험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아이가 그저 말없이 양육자의 곁에 있으며 그를 따라 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경험입니다. 이렇게 안정적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타인을 이해하고 그의 생각과 행동을 내 나름대로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 자기의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애착을 갈구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교수님은 경계성 인격장애를 예로 들어, ' 떼쓰기에는 목적이 없다.'라고 설명합니다. 이렇듯 타인을 흔들고 헤집는 거친 행동은 어린 시절 양육자에게 욕구를 표현하고 조율해 본 경험이 없기에 생깁니다. 사람은 어떻게든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기대되는 패턴이 없으므로 불안한 마음을 충동적으로 표현하며 상대를 괴롭힙니다. 때로는 자해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 온몸을 휘저으며 길을 헤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어쩌면 글쓰기란 이러한 떼쓰기에서 벗어나 성숙한 형태로 자신을 표현하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인지 모릅니다.  이렇게 안정감을 얻으면,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을 내 나름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지혜로운 평정이 아닐까요? 우리는 지혜와 평정심을 잃지 않을 때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 글이 별로인 것 같아도, 글을 쓰는 나 자신이 별로인 것 같아도 그냥 글을 써 보기로 합니다.


https://youtu.be/Ico2EmLXjj4

브런치 작가 합격의 기쁨과 설레임의 시기는 지나고, 느리지만 우아한 춤을 추듯 다시 글쓰기를 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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