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eet little kitty Mar 14. 2023

성격유형에 관하여

MBTI의 근원이 된 융의 성격유형

마지막으로 글을 쓴 지 2주가 지났습니다. 2주에 한 번 발행할 계획은 아니었는데, 브런치의 글쓰기 알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오늘 들었던 강의주제를 토대로 일단 시작해 봅니다.


요즘 저는 온라인으로 아동 발달심리학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총 10강 중 7번째 강의를 듣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유명한 MBTI의 기원이 된 융의 성격 유형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융은 인간의 성격 유형을 외향성과 내향성이라는 태도와, 사고(T), 감정(F), 감각(S), 직관(N)이라는 4가지 기능을 기준으로 조합하여 8개의 유형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외향적 사고형, 내향적 사고형, 외향적 감정형, 내향적 감정형, 외향적 감각형, 내향적 감각형, 외향적 직관형, 내향적 직관형)

이것이 MBTI로 확장되어 16가지 성격유형으로 오늘날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성격 유형에서 중요한 점은, 특정 유형이 우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억지로 성격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다른데 개인을 특정 유형으로 끼워 맞출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융은 개별 정신의 다양성은 당연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성격유형은 개인을 정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도구라고 합니다.


융은 역사의 어떤 시기에 특정 성격유형이 다른 유형보다 호감을 얻을 때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진 20세기 전반에는 외향형의 가치가 올라가고 내향형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오늘날까지도 그런 경향은 이어지고 있지요. 그런데 내향형이 억지로 외향형의 틀로 살아가게 되면 환경과는 덜 대립할지 모르나, 내면의 욕구불만과 갈등이 격렬해진다고 합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본성대로 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이 나옵니다. 바로 개성화입니다.

개성화란 나만의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나의 여러 기능을 원만하게 만들어 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열등 기능이 S인데 이 영역을 좀 더 강화시키거나 보충하는 것, 내향형이 억지로 외향형이 되려고 하는 대신 외향적 행동을 조금씩 시도해 보는 것이 개성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개성화란 완벽하고 흠 없는 성격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원만한 성격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신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음식물 섭취와 운동이 필요하듯, 성격의 건강한 개성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경험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1)


온라인 수업 중 갑자기 교수님이 왼손으로 자기 이름을 써 보라고 합니다. (왼손잡이의 경우 오른손으로) 영문을 모르고 삐빼뚤 글씨를 썼습니다.

"어때요? 서툴고 어색하지만 어쨌든 다들 쓰셨죠? 비선호 기능이란 그런 것입니다. 비록 서툴지만 할 수는 있지요."

MBTI를 예로 들면 저는 INFJ인데, N이 주기능이고 F가 부기능이며 T는 3차 기능, S는 열등기능입니다. 사고나 감각은 비선호기능인 셈입니다.


저는 직관을 많이 사용하고 감정을 그다음으로 사용하며, 사고 및 현실 감각은 약한 기능입니다. 그래서 저는 말하자면 현실 감각과 계산 면에서 떨어지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현실 감각을 조금이라도 키우거나, 중요한 현실 문제는 저보다 현실 감각이 뛰어난 배우자에게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ESTJ/ENTJ의 경우 F가 열등 기능이므로, 감정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스스로의 감정부터 인지하는 훈련을 해 봅니다. 그러면 나아가 타인의 감정도 예전보다 잘 인식하게 되고 관계가 원활해져 ESTJ 성격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도 성격 유형은 영향을 끼칩니다. 대개의 남녀는 자신과 반대 유형의 성격을 배우자로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곧 '성격차이'라는 갈등의 원인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반대 유형이 같은 유형보다 사이가 좋거나 그렇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외향적 사고형과 내향적 감정형이 결혼하면, 자신에게 억압된 면을 가진 사람과 살게 되므로 대리만족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향적 사고형이 자기 안의 내향성과 감정을 거부한다면, 배우자의 내향성과 감정을 보고도 불편한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화는 개인 안에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1)

또 같은 성격끼리 결혼하면 당장은 화목할 수 있으나, 특정 태도와 기능이 너무 강화되어 반대 기능이 억압니다. 이는 어느 순간 폭발적, 파괴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서로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즉, 각자의 성격 유형이 충분히 개성화되어야 두 사람 사이에 진정한 관계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고난 성격을 부정하지 않되, 내가 취약한 부분도 조금씩 발달시키고 보완하라는 메시지는 다소 역설적으로 들립니다. 그러면 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경험과 교육이 필요할까요?


지난 토요일, 클래식 음반가게이자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풍월당'의 박종호 선생님이 쓴 <코로나 시대의 편지> 북토크를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편지>는 코로나 시기 열 수 없었던 풍월당의 대면 강의를 편지로 대신한, 방대한 이야기 꾸러미입니다. 북토크 말미에 박종호 선생님은  '충분히 개성화되지 못한 개인은 특정 무리와 집단에 속하기만을 바라고, 그것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을 막는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박종호 선생님은 융의 개성화를 암시하신 걸까요?


'책을 읽으려면 나와 상반되는 생각을 가진 이가 쓴 책을 꼭 읽어보라'는 박종호 선생님의 말씀은 개성화를 위한 적절한 경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생각이 같은 책만 읽다 보면 편협한 사람이 되기 쉬우니까요. 나의 성격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개성화에 이르는 길은 이렇듯 쉬운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통합하려면 일단 내 안의 조화부터 이루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1. C.G, 융/C.S 홀, 융의 친절한 심리학, 스타북스, 2015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조각을 모으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