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eet little kitty Feb 28. 2023

삶의 조각을 모으는 일

 못난 조각도 괜찮을까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놓은 주제는 있었지만 제목과 문장이 떠올라도 글쓰기를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왜 그런지 깨닫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한 달 정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저는 제 모습이 못마땅하고, 글을 쓰면 그런 제 자신을 마주해야 하기에 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싫으니 제가 쓴 글도 싫은 것이죠.


지나간 시간들을 생각해 봅니다. 아직 더 근무하고 싶었던 병원을 뒤로하고 나오던 날, 일을 쉬는 동안 아이와 씨름하며 울던 날, 아버지와 3년 간격으로 돌아가신 엄마, 남편의 개원과 함께 이어진 숨 막히게 바쁜 날들.....


저도 모르게 그 시간들을 통째로 삭제하고 다시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내 일을 하며 나만 생각하고 나에게 집중하고 살 수는 없었을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남편을 보며 얄미운 생각이 듭니다. 나는 뭘까? 지금부터 다시 내 일에 집중하려니 여건도 따르지 않고 용기도 나지 않는 이 상황은 무언지, 잠도 오지 않고 눈물이 났습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소화되지 않는 삶의 문제 앞에서 저는 멈추어 고민합니다.


누구에게나 못난 조각이 있지.
그 조각이 언제 더 나오니?
그럼 그 조각이 덜 나오게 하려면
너의 어떤 자원을 활용하면 될까?


매주 월요일 듣고 있는 아동학 강의에서, 스스로 못났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교수님이 제시한 답변입니다.


못난 조각이라는 그 단어가 저를 붙잡습니다. 조각이 모여서 내가 되고, 삶이 되는 것까요?

저는 지금 삶의 조각을 모아가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예전엔 삶이 큰 통으로 이루어진 줄 알았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조각보다 통을 먼저 보지요.


비록 조각의 삶일지라도 저는 크게 성장했을 것입니다. 전엔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마음과 인생의 수수께끼를 풀어가고 있으니까요.


저 스스로 매주 상담실에서 나를 들여다보며 아이가 눈에 띄게 밝고 건강해졌다는 저의 말에, 상담사 선생님이 해 주신 말을 곱씹어 봅니다.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이루었네요. 잘하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내가 나에게 그 말을 해 주어야 하는데 어렵습니다.


비록 조각의 삶이지만 오늘도 먼 길을 달려 남편 병원에 출근하고, 제 일을 하고 옵니다. 직원 간 갈등 문제, 약국과의 소통 문제, 원장이 해결할 시간이 없는 건강보험공단 업무....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잠시 숨 돌리러 내려간 1층 카페에는 새로운 작가의 추천도서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제 삶에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까요?

그건 저에게 달렸습니다. 새 학기, 새 봄을 맞이하는 여러분의 삶에도 설레는 시작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Chat GPT와 둘째 아이의 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