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시간, 집안일을 대강 마무리했습니다. 지친 몸으로 안방에서 책을 읽고, 샤워를 하고, 30분 정도 쪽잠을 잤습니다. 어제 고양이들이 새벽 2시까지 사냥놀이를 한 탓에 제대로 잘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잠에서 깨 거실로 나와 보니 오늘은 작은 아이방에 가서 자고 있네요.
그런데 제가 거실로 나와서 글을 쓰기 시작하니, 두 고양이는 제 곁으로 와서 눕습니다. 옆으로 와서 붙어 자는 것도 아니고 저와는 적당한 거리에서 잡니다. 딱히 요구사항도 없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시작해 아동정신분석가로 활동했던 위니컷은 "홀로 있는 그런 아이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유아를 발견할 때는 언제나 모성 돌봄을 발견하게 되고, 모성 돌봄이 없으면 유아도 존재할 수 없음을 뜻한다. (Winnicott, 1958)
모성 돌봄이란 무엇일까요?
현대 여성, 특히 아이를 일정 시간 맡겨 키워야 하는 직장여성에게 <모성>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단어입니다. 전업주부라고 해도 대가족이 아니기에 대개 홀로 육아를 해야 하는데, 먹고 입히기만 하는 시대가 아니기에 역시 숨이 막힙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모성이라는 단어에는 너무 크고 많은 기대와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위니컷이 기술한 참 좋은 어머니(good enough mother, 그만하면 좋은 어머니)의 역할에는 안아주기 환경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안아주기 환경은 대상으로서의 어머니와 환경으로서의 어머니로 나뉘지요. 유아가 흥분된 시기에는 자발적 욕구와 몸짓에 거울 반응을 해 주고, 고요한 시기에는 아이를 침범하거나 요구하지 않고 함께 있어주는 것(non demanding presence)입니다. 1)
요즘 시대의 육아는 Winnicott이 말한 안아주기 환경과 거리가 있습니다. 아이가 홀로 있을 때 그냥 옆에 있어주기보다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꾸 일정을 짜고 데리고 나갑니다. IT시대인 만큼 스마트기기로 많은 것을 검색하고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택에 에너지를 쏟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막상 놀아달라고 할 때는 지치고 바빠서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학교에 다니는 시기가 된다면 적절한 외부 자극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보검색도 그래서 필요합니다. 그러나 언어가 완성되기 전인 만 3세 이전의 아동에게 필요한 모성의 본질은 안아주기 환경일 것입니다.
고양이로 대표되는 관계회피 인류라면, 대상 엄마보다 환경 엄마를 더 필요로 할지 모릅니다. 사람이 옆에 있기에 편히 잘 수 있는 고양이처럼 말이지요.
관계회피 인류를 닮은 저의 큰 아이는 환경 엄마를 더 원했습니다. 엄마가 해 주는 것 없이 같은 공간에 머무를 때 아이는 훨씬 안정되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해 주는 것이 없는데 왜 옆에 있어야 할까? 환경 엄마는 왠지 허무하고 시간낭비처럼 느껴집니다.
반면 작은 아이는 계속 대화하고 놀아주어야 하니 뭔가 해 준다는 느낌은 드는데, 너무 많이 놀아달라고 해서 피곤했습니다. '이제 좀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알아서 친구랑 놀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왜 내가 쉬고 싶을 때만 놀아달라고 하는지' 원망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모성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부모로서의 저에게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의 저에게도 이것은 본질적인 질문이었습니다. Winnicott의 이론을 공부하고 나니, 아이가 홀로 있을 수 있도록 옆에 있어주거나 원할 때 놀아주는 것이야말로 소아청소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로서 수많은 아이와 엄마들을 관찰하고 고민한 그가 제안한 모성임을 깨닫습니다. 모성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신화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입니다.
그 많은 단어 중 아이의 '자발적 몸짓'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습니다.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 아이에게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학원에 가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엄마와 시시한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바쁘니 친구랑 놀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뿐사뿐 홀로 우아하게 걸어가는 고양이를 번쩍 안아 올리지 말고, 사냥놀이하고 싶어 뛰어다니는 고양이를 말리고 싶지 않듯이 말입니다. 고양이와 아이에게는 '자발적 몸짓'이 존재합니다.
위니컷에 따르면, 홀로 있음의 경험은 곧 자기를 경험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자기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경험이라고 합니다. 참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당신에게, 그리고 저에게, 아이의 자발적 몸짓에 따라 반응해 주고, 홀로 있기 위해 함께 있어주기를 제안합니다. 대신, 엄마와 모성에 대한 너무 많은 기대는 사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