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브런치 작가명은 Sweet little kitty 지만, 원래 고양이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필 브런치를 시작할 때 큰 아이가 <낭만고양이> 노래에 빠져 있길래 별생각 없이 Sweet little kitty라고 필명을 적어 넣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 필명에 딱 맞는 고양이가 우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이름은 감자, 브리티시 숏 헤어, 4개월 된 아이입니다.
가정집은 처음이라......
고양이를 보며 생각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 털 달린 동물을 싫어하고 무서워했습니다. 친구네 집 강아지를 보아도 몸에 닿는 것이 싫고 무서웠고요. 지나가는 개를 보아도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애착보다 승부를 좋아하는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친구와 노는 시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반려동물을 아끼고 함께하는 시간을 저는 긍정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공부로 승부를 보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았나 합니다. 노력한 만큼 저에게 결과를 가져다준 유일한 보상시스템이었으니까요.
연민 집중 치료에서는 인간의 정서가 세 가지 시스템에 의해 조절된다고 봅니다. 그중 첫 번째는 위협-안전 시스템으로, 세로토닌에 의해 조정됩니다. 세로토닌은 우리가 '안전하다'라고 느끼게 해 줍니다. 두 번째는 소속-위로 시스템으로, 스트레스에 직면하면 인간은 싸우거나 도망간다고 여겼지만, '보살핌과 친구 되기'가 더 우세한 행동반응이라는 것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신뢰감, 친밀감, 연대감의 형성에는 옥시토신이 필요합니다. 옥시토신 효과를 최대로 얻으려면 '스킨십'을 늘리고, 사람을 곁에 두고 우정을 나누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동기-활력 시스템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시스템과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뇌의 보상체계를 움직이는 도파민으로 조정됩니다. 이 시스템은 즉각적인 쾌감을 추구하게 만드는 물질이나 행동과, 인생의 목표에 헌신하는 상반되는 행동 두 가지를 조정합니다. 후자는 도파민이 서서히 활성화되기 때문에 짜릿함은 적으나 후유증이 없습니다.
행복이란 감정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런 느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1)
중학교 입학 후 1학기 동안은 익숙지 않은 환경과 공부로 슬럼프와 열등감을 경험했지만, 저에게 가족은 격려와 힘이 되어 주지 못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건강문제로 퇴직하신 아빠와 그 해결되지 않는 질병은 결국 큰 수술로 이어졌고 엄마는 좀처럼 웃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 아마도 저는 소속 위로 시스템보다 동기 활력 시스템을 주로 사용하여 삶을 유지해 나갔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행복한 순간이 무언지 몰랐습니다. 제가 행복이라고 느낀 순간들은 모두 승부에서 승리한 순간이었지요. 저는 평온할 때에도 분노로 소리치고 싶었고,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2-3년 전부터 서서히 그런 것들이 없어져 갔습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끄집어내고 충분히 기억하며 울고 위로한 뒤였습니다. 꾹꾹 눌러 담을 땐 없어지지 않던 것이 위로 건져 올려낸 후에야 사라졌습니다.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길에 작은 아이가 말합니다.
"고양아, 널 사랑해. 많이 예뻐해 줄게. 꼭 지켜줄게"
연습한 것도 아니고 외운 것도 아닌데 반복해서 드라마 대사처럼 술술 얘기하는 모습이 너무 예쁩니다.
9살, 긍정적 애착을 경험한 아이는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오래전 주택에 살 때, 옆집 개가 시골로 끌려가던 날 개 주인보다 더 많이 울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엄마는 저에게 충분한 위로가 되지 못했지만, 실은 누구보다 애착을 원했는지도 모릅니다. 돌아가신 엄마를 꼭 닮은 딸이 곁에 있어 제 인생은 해피엔딩입니다.
참고한 책
1.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중,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가' ,2020, 달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