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eet little kitty Sep 29. 2021

<재미의 발견>을 발견하다

재미가 중요해진 시대

"이 책 재미없어. 안 볼래."

"그래?"


유튜브 콘텐츠는 물론이고 책마저도 재미없으면 보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재미란 무얼까 생각했다.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도 무엇이 재미있길래 그토록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막상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책은 시중에 많지 않았다.


김승일 작가님의 <재미의 발견>은 "재미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고, 또 어떻게 증폭되는가?"

에 관해 주로 영상 콘텐츠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었다.


재미있는 콘텐츠는 사람을 당혹하고 집중하게 하는데, 당혹과 집중을 만드는 세 가지 법칙이 바로 특이, 전의, 격변이라고 한다.


특이: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름

전의: 생각이나 의미가 바뀜

격변: 상황 따위가 갑자기 심하게 변함


그러고 보니 작년에 재미있게 보았던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이 생각난다.


이 프로그램에는 오디션을 통해 가수로 데뷔하려는 기존 프로그램과는 달리 '전에 앨범을 낸 적이 있는 가수'

가 지원 자격이었고-<특이>, 가수의 이름 대신 번호를 붙여 이름을 더 궁금하게 하는 <전의>가 있었다. 그 안에서의 <격변>은 지원자들이 만들어냈지만, 격변이 가능하도록 오디션 치고는 자유로운 무대를 허락했다는 점이 비결이었나 보다.


특, 전, 격은 방송 제작자나 관련 종사자가 아니면 분석하기 힘든 공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구경, 싸움 구경을 재미있어하는 심리는 특이에 반응하는 것이고, 아재 개그는 전의에 해당하며, 대중가요에서 사랑을 논할 때 사랑의 시작과 끝을 주로 노래하는 이유는 격변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특. 전. 격. 은 단순히 영상 콘텐츠에만 적용되는 공식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반응하는 보편 공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영상 콘텐츠를 재미있게 만드는 비법에 대한 책이 아니라, 뇌과학과 심리학을 아우르는 매우 심오하고 분석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 구입한 책 중에 가장 두께감이 있는 뇌과학 책을 읽던 마음의 무게로 읽게 되었다. 가볍게 '쓱 그렇구나' 하고 읽을 책이 아니었던 거다.


 책의 후반부는 이러한 나의 생각을 더욱 공고하게 해 주었다. 재미의 증폭제로 작가님이 제안한

<연관성> <공감> <불안정성> <결핍> 은 우리 삶에 깊이 연관되어 있는 가치였고, <캡틴 마블, 의미는 재미다.>에서는 잔잔한 파도가 넘실대는 큰 파도로 바뀌어 내 마음에 다가왔다.

캡틴 마블은 다른 마블 시리즈에 비하여 오락성은 떨어지지만, 여성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재미를 증폭시켰다고 보았다. 즉 '의미 있음'이 '재미있음'과 닿아 있다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재미>가 없는 평균 수명 연장은 더 이상 축복이 아닐 수 있다" 고 말한다.

이미 인간은 점점 더 단순 노동을 기계에게 맡기고 게임이나 콘텐츠를 통해 남는 시간을 재미있게 쓰려고 한다. 근면, 성실, 효율과 같은 전통적 가치에서 벗어나 <재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인간에게

득이 되는 선의의 <재미>를 추구할지 모든 세대가 고민할 때인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는 뇌 발달에 중요한 시기인 생후 첫 10년에 이미 콘텐츠에 노출되었고, 말초를 자극하는 단편적인 재미에도 길들여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대 간 소통을 위해서, 또 AI와 가상현실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은 꼭 필요하다. <재미>를 희생해서 공부하고 일해야 더 좋은 미래가 온다고 믿을 것이 아니라, <재미>를 통해서 더 나은 미래로 넘어갈 수 있다고 믿으며, 귀하고 좋은 책을 써 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