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식은 커피

싸구려 커피보다 슬픈.

by sweet little kitty

커피가 식지 않게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머그컵을 샀다.

오전 시간, 바쁘게 집안일을 하다 보면 늘 커피가 식어 있어서 마실 맛이 안 나기 때문이다. 텀블러에서도 따뜻함이 유지되긴 하지만 뚜껑이 있어 집에선 불편했다.


효과는 좋았다. 그런데 몇 번 사용해보고 깨달았다.

커피가 식는 것은 내가 나의 시간을 따로 떼어내지 못하기 때문이고, 식은 커피가 싫었던 건 온도가 아니라 바로 그 때문이었다는 것을.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되풀이되는 것이 있다.

장점과 단점은 늘 공존하고,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오래도록 정성 들여하면 내공이 생긴다. 화려해 보이는 일도 반복하다 보면 질려버리는 순간이 온다.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얼마나 가졌는지.

누군가의 평가에 목말라서. 혹은 나 자신의 마음이 편하고자 스스로를 책임과 의무에 혹사시키지는 않았는지.


지난주에 배운 심리학 교과서를 한 번 들추어 보는 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집중해서 읽는 일, 내 몸 상태를 체크하는 일, 그리고 조용히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외부 자극을 차단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지금 내게 필요한 일들이다.

커피를 마시는 당신의 시간이 온전히 당신 것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