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eet little kitty Jan 25. 2022

식은 커피

싸구려 커피보다 슬픈.

커피가 식지 않게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머그컵을 샀다.

오전 시간, 바쁘게 집안일을 하다 보면 늘 커피가 식어 있어마실 맛이 안 나기 때문이다. 텀블러에서도 따뜻함이 유지되긴 하지만 뚜껑이 있어 집에선 불편했다.


 효과는 좋았다. 그런데 몇 번 사용해보고 깨달았다.

커피가 식는 것은 내가 나의 시간을 따로 떼어내지 못하기 때문이고, 식은 커피가 싫었던 건 온도가 아니라 바로 그 때문이었다는 것을.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되풀이되는 것이 있다.

장점과 단점은 늘 공존하고,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오래도록 정성 들여하면 내공이 생긴다. 화려해 보이는 일도 반복하다 보면 질려버리는 순간이 온다.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얼마나 가졌는지.

누군가의 평가에 목말라서. 혹은 나 자신의 마음이 편하고자 스스로를 책임과 의무에 혹사시키지는 않았는지.


지난주에 배운 심리학 교과서를 한 번 들추어 보는 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집중해서 읽는 일, 내 몸 상태를 체크하는 일, 그리고 조용히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외부 자극을 차단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지금 내게 필요한 일들이다.

커피를 마시는 당신의 시간이 온전히 당신 것이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