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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Mar 24. 2022

당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

불편한 진실에 접근하기

2022년부터 3-4학년 초등 수학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인정 교과서로 바뀌었다. 내년에는 5-6학년도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정교과서로 모두가 같은 책, 같은 교과로 공부하다가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전 학교에서는 동아출판사 (안) 을, 전학 온 학교에서는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받았는데, 언니가 쓰던 국정교과서와 비교해 보니 수학 교과는 주어진 틀에서 거의 동일하고 익힘책에 나오는 문제가 다양해졌다.


마침 도서관에서 빌려온 박영훈 교수의 <당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는 나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박영훈 교수는 수학교사, 미국 유학, 서울교대 교수등을 거쳐 최근 느린 수학 시리즈를 집필 중인 수학교육 전문가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수학 잘 하는 아이는 머리가 좋다' 는 편견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수학 시험 성적으로 한 아이의 수학 실력을 속단하고 나아가 지적 능력까지 재단하는 오래된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말이다. 나아가 수학을 못하는 것을 오로지 개인의 능력과 관련지어 아이 탓으로만 돌리는 풍토에도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의 생각


1. 수학은 무엇인가요?


수학이란 패턴을 발견하는 학문입니다.

수학자 케이스 데블린은 <수학의 언어> 라는 책에서 수학을 "패턴의 과학" 으로 정의했다.
산술과 수 이론은 수들 사이의 관계와 셈의 패턴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미적분학은 운동의 패턴을 다루고, 논리학은 추론의 패턴을 연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것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고, 인간의 정신세계 속에서만 작동하는,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것까지 모두 대상으로 삼는다.


그냥 읽을 땐, 아 그런가요? 라고 할 수 있는 단순한 이 문장이, 사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패턴을 발견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암기가 먼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구구단은 패턴을 발견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패턴 발견에 더 많은 비중을 두려면 교과서에 그 부분을 더 많이 할당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언뜻 보기엔 쉬워 보이고 이것보다는 연산 훈련이 평가하기도 쉽고 공부다워 보인다.


최근 구입한 핀란드 교과서를 보니 지루할 정도로 2단은 2씩 늘어나고 3단은 3씩 늘어나고, 3단에 나온 수는 6단에 다 나온다는 사실 등등에 많은 페이지를 할당했다. 물론 우리 교과서에도 나름 이런 부분이 있지만 비중은 적고 아이들은 여기에 의미를 두지 않은 채 연산 정답 맞추기를 좋아한다. 사실 그게 생각을 덜하고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성취감도 빨리 오긴 한다.


핀란드교과서 번역본 3-1


초등 교과에서 사칙 연산을 처음 배울 땐 셈하는 법 위주로 배우게 되는데, 근래 EBS를 통해 소개된 핀란드 교과서에는 다양한 사례가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며 사례에 맞는 식을 세우는 문제가 계속 나온다. 내가 보기엔 지루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예제들이 저자의 의견에 의하면 매우 의미있는 과정이었다. 셈하는 법을 훈련하는 것보다 사칙 연산의 의미와 개념을 확실히 해야 다음 단계 수학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눗셈의 경우 등분/묶음 이라는 두 가지 상황적 의미가 존재한다고 한다. 나는 이 이론을 이번에 처음 들어보았고 나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나눗셈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과 나눗셈 몫의 의미를 모르고 나눗셈만 할 줄 알게 되면, 구구단 수준의 나눗셈은 할 수 있다. 그런데 고학년에 올라가 분수로 나누어야 하는 상황은 이해할 수도, 나눗셈을 실행할 수도 없게 된다. 다시 공식을 외워야 한다. 왜 그런지도 모르고.

(이 부분은 다음에 분수의 나눗셈에서 다시 다루어 보겠다.)


2. 수학은 왜 배우나요?


한국 학부모들의 대답

수학은 내 아이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교과다. 그것이 수학을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이유다.


저자는 한 때 수학교사였으며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여기서 수학은 <수학시험점수> 로 고쳐 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명한 등산가 조지 말러리가 "왜 그리 힘든데 등산을 계속 하나요? " 라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

라는 우문현답을 했듯이, 수학이 거기 있으니까.

수학은 인간의 지적 호기심에 의해 오랜 세월 쌓여온 학문이다. 과학 등 여러 학문에 응용할 수 있는 것도 수학이지만 넓은 의미로 본다면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수학을 만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수학을 공부할 때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보다 평가와 점수가 앞선다면 독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고하지 않고 반복하는 훈련은 메타인지를 마비시키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력과 응용력을 떨어뜨린다.


3. 수학은 왜 어려운가요?

수학은 추상적 원리를 다루고 있기에 어렵다. 그러기에 구체적 상황으로 바꾸어 설명하고 이해해야 한다.


나의 의견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 따르면 만 7-12세까지는 구체적 조작기이다. 과학을 배우더라도 실험을 통해서 습득하는 것이 연령에 맞는 학습법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수학 역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구체적 상황에 자꾸 적용해서 습득해야 한다. 분수는 왜 필요한지, 원시시대, 고대 사람들은 왜 분수를 생각해 냈는지, 나눗셈을 할 때는 왜 그런 방법으로 나누는지.......


(나는 아이가 3자리 수를 2자리 수로 나누는 것을 잘 습득하지 못해서 끝없이 동전 놀이를 했다. 동전으로 설명하고 나눗셈 식을 비교하며 식이 먼저가 아니라 원리가 먼저임을 설명해 주지 않으면 받아들이거나 외우지 못했다. 내가 수학의 의미와 교육 방법에 대해 자꾸 책을 보게 되는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수학학원 한 번 다녀보지 않은 학생이 얼마나 될까? 또 수학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다 해서 수학 공부의 중요성을 모르는 학생과 부모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수학이 어떤 학문이고 왜 배우며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질문하고 대답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려운 길을 가며 나의 많은 시간을 투자할 때에는 그 일이 어떤 일이고 왜 하는지 의미를 알아야 한다.

인간은 의미 없는 행동을 계속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을 묘사한 단어, 암죽식 수업



암죽: 곡식이나 밤 등의 가루를 밥물에 타서 끓인 죽.우리나라 고유의 유아용 음식이다. 과거에는 우유가 귀하였으므로, 모유가 부족할 때 모유의 대용식품으로 이용되었다. 요즈음에는 유제품의 보급이 확대되어 거의 쓰이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암죽 [─粥]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암죽식 수업이란 시험에 나올 만한 부분만 추려서 효율적으로 주입시키는 수업 방법

(이 책에 따르면 1990년 이인효 박사 논문에서, 수개월간 서울의 인문계 고등학교의 수학 수업을 함께 참관한 뒤 제시한 단어다.)


암죽식 수업은

   1. 생각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 학습자를 바라보는 관점
   2. 시험에 나올 것으로 여겨지는 중요한 지식들만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과 활동을 바라보는 관점
   3. 잘 정리하여 떠먹여 주는 사람                          

 -> 교사를 바라보는 관점

암죽식 수업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효율적인 시험 대비를 위해서 일부 스타강사의 인강으로 존재한다면 나쁠 것이 없다.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가 암죽식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최근 도서 시리즈의 주제는 <느린 수학> 이다.

왜 느린 수학일까?


저자는 수학을 배우는 길을 모르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비유한다.


모르는 길을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가는 것과 직접 길을 찾아가는 것을 비교해 본다면 내비게이션 쪽이 훨씬 빠르고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 내비게이션을 본 사람은 내비게이션 없이는 새로운 길을 갈 엄두도 나지 않고 어떻게 찾아갈지 막막할 것이다.


이 책이 발간된 것이 2015년인데, 당시 수학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인 것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2022년부터 검인정 교과서로 바뀌었으니 어쨌거나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


공교육의 안과 밖에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변화하는 교육을 추구하는 분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것이 절대 선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치우친 것의 균형을 잡으려는 움직임에 감사드린다. 주류의 의견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특히 국가 주도의 교육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은 권력을 가지지 않는 한 정말 어려운 일이다.


 교육 정책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반면 개인은 교육을 주어진 범위 안에서 선택할 수 있다. 교육이 아닌 입시에서 살아남는 것을 더 이상 목표의 전부로 하지 않고,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를 나누어 설정하면 된다.

 단기적 목표를 입시로 하더라도, 장기적 목표는 지금의 지식을 나중까지 보유했다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과정에서 나의 지적 능력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양육의 최종 목적이 독립이라면, 부모가 내 자식을 교육시키는 최종 목표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어 자녀가 독립한 후에도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칼보다 강한 펜의 힘이 아닐까.


수학과 관련된 교육의 문제는 논란의 여지도 많고, 한 번에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깊고 민감한 문제인 것 같다. 연속해서 몇 개의 글을 더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아야겠다.


저자의 가장 최근 저서, 학생이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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