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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Apr 05. 2022

지능의 역설

지적 장애와 지능에 대한 생각

 최근 육아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ADHD로 오인된 지적 장애 아동에 대한 회차가 있었다.

아이는 초등 고학년이지만 저학년 아동 같은 행동을 보였고 학습에 어려움이 있었다. 간호사인 엄마는 아이가 어릴 때 진단받은 ADHD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병원에 다시 가면 다른 진단이 나올까 봐 두려웠다고 했다. 아이를 관찰한 오은영 선생님이 <지적 장애>라고 이야기해 주셨을 때 <이제 아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재혼 가정이었다. 엄마는 이 아이를 낳고 홀로 키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서 직업을 가졌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없이 배움을 향해 노력했던 엄마에게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라니. 해가 드는 동쪽으로 가고 싶어 그토록 부단히 발걸음을 움직이는 사람에게 뒷덜미를 잡아 다시 서쪽으로 끌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에게 맞는 진단과 교육, 치료를 제시받고 나서 아이와 몇 가지 다짐을 하고 속마음을 들어보는 순간 나는 아이에게서 너무나 아름다운 우주를 보았다. 그리고 그 우주는 새아빠라는 따뜻하고 듬직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무언가 앙금이 쌓인 것 같은 엄마와 딸의 관계보다, 새아빠는 한 발 물러서서 여유 있게 아이를 보듬어 주고 가르쳐 주고 있었다. 새로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안고 전남편의 아이와 함께 하는 그 모습이, 그리고 큰 아이가 '아빠'라고 부를 때 행복하다는 그분의 모습에 나는 천사의 가정을 본 것 같았다.


<인간다움>이란 뭘까, <지적 능력, 지능>이란 무얼까. 순간 많은 생각이 밀려들었다.


만약 저 아이가 지금 지적 장애 없이 연령에 맞는 행동을 한다면, 분명 대한민국의 초등 고학년답게 학교, 학원을 반복하며 바쁜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길가에 핀 꽃을 보며 대화하고, 엄마 아빠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다는 저 작은 소망을 누군가가 귀 기울여 들어줄 기회가 과연 있었을까.


지능이란, <특정 문화권에서 의미 있게 생각하는 문제 해결 능력> 이라고도 하고, <다중 지능>이라고 해서 여러 측면에서의 지능이 가능하다고도 하지만 과연 지능이 높은, 혹은 낮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과연 무얼까.


지능이라고 하면 바로 인격과 결부시키는 사람이 많다. 지능을 개인의 가치를 측정하는 궁극의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지능이라는 면에서도 모두 평등할 것이다, 하는. 이런 사람들은 특정 집단의 지능이 다른 집단보다 낮다고 하는 연구결과를 보면 눈살을 찌푸린다. 지능이 낮은 집단은 인간으로서의 가치도 열등한 것처럼 인식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중 지능 같은 것이 있다고 주장하며 여러 가지 종류의 '지능'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운동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사교적인 사람도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모두가 제각기 무엇인가의 '지능'을 갖추어야만 한다.
 
           가나자와 사토시 <지능의 역설> -머리말 중에서

나는 하워드 박사의 <다중지능> 개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작가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도 편견의 소지가 다분한 개념인가 보다. 주로 진로적성 검사 등을 할 때 토대가 되는 개념으로 요즘은 다중 지능 대신  <다중 재능>이라고도 한다.


지능이란 연역적 혹은 귀납적으로 추리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유사를 사용하고 정도를 통합하여 새로운 영역에 응용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 정리한 실증분석은 주로 3종류의 데이터를 이용했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종합 사회 조사(GSS), 청소년-성인 건강 장기 연구(National Longitudinal Study of Adolescent and Adult health), 영국에서 이루어진 국립 아동발달 연구(National Child Development Study)이다.
 모두 대규모 조사였으며 전 국민으로부터 모은 질이 높은 샘플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지능을 일반 지능이라고 표현했는데, 일반지능 검사 중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웩슬러 지능검사일 것이다. 한국형 웩슬러 성인용 지능검사는 언어성 검사와 동작성 검사나뉜다.

언어성 검사는 기본지식, 숫자 외우기, 어휘, 산수, 이해, 공통성 문제 등이고 동작성 검사는 빠진 곳 찾기, 차례 맞추기, 토막 짜기, 모양 맞추기, 바꿔 쓰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진보적인 정치사상을 가지고 무신론자가 되기 쉽다. 지능이 높은 남성일수록 '성적 배타성'이라는 가치관을 중요시한다. 아침형 인간보다 저녁형 인간 쪽이 지능이 높다.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 쪽이 지능이 높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클래식 같은 악기 중심의 음악을 선호한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술 담배를 하고 약물을 사용한다. 지능이 높은 여성일수록 자식의 수가 적으며 자식이 없는 인생을 선택한다. 여기에서 든 기호와 가치관, 라이프 스타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본문 중에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집단의 진화를 이끌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곧 인간다움 혹은 인간으로서 훌륭한 가치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은 지능이나 지능이 높은 사람에 대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견해를 가지게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분명히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교육 수준이 높고 학업도 우수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전부 새로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돈을 많이 벌고 조직에서도 출세한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라든가 복잡한 조직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히 새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뛰어난 의사, 우주비행사, 과학자,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있다. 그런 직업은 모두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 중에서
하지만 지능이 높은 사람은 인간 생활 중 중요한 부분에서는 지능이 낮은 사람만큼은 성공하지 못한다. 지능이란 그저 인간이 가진 무수히 많은 특징 중 하나에 불과하며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신장이나 체중, 머리카락 색깔, 눈의 색깔에도 차이가 있고 적극성이라든가 사교성 같은 성격에도 개인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그런 개인적 특징을 인간의 가치와 결부시키지 않는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이유에 의해 사람들은 지능을 특별 취급하고 있다. 지능이야말로 인간의 가치를 측정하는 궁극의 지표라고 믿는 것이다.

                                                                                         <결론> 중에서


우리에게 지능이 의미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때론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마저 채우지 못한 채 비극적인 인생을 살아가기도 하고, 평균보다 낮은 지능으로도 순수하고 소박한 행복으로 삶을 채워 나갈 수 있다면 지능은 인간의 가치 혹은 인간다움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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