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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Apr 19. 2022

서울대에 가는 방법

서울대와 이화여대, 도대체 그게 뭐길래

3학년인 둘째 딸이 작년에 한 얘기다.


"엄마, 내가 서울대 가는 법 알려줄까"


"응? 그래? (유튜브에서 주워들은 얘기겠지) 어디 한 번 알려줘 봐."


나는 무조건 서울대에 갈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경건한 마음으로 몸을 깨끗하게 씻고 옷도 단정하게 입어.
.............. 중략................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에 내려서 마을버스를 타면 돼.
킥킥킥...


엊그제 아이가 와서 또 그런다.


"엄마, 근데 엄마들은 왜 자식이 서울대에 가면 좋아하는 거야?"


"......"

(엄마들이란 어디서 나온 엄마들일까? 나는 아니라고 잡아뗄까? 질문의 의도가 뭐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엄마는 아니야."라는 대답을 듣고 싶은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는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약 6개월 전에는 이런 대화도 있었다.


"엄마, 우리 집은 다른 집이랑 좀 다른 점이 있어. 엄마가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긴 있는데 조금만 있어서, 학원을 많이 안 보내."


"......"

(이건 칭찬일까? 흉일까?)


한 사설업체에서 어버이날 선물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무엇일까"에 대해 물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제일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아이들은 생각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전교 1등 성적표였습니다. 3천여 명의 조사대상 고등학생 중 51%가 대답했으나, 이 성적표는 1% 미만의 아이들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니, 다수의 아이들은 줄 수 없는 것이지요.

3년 전에 자살했던 아이의 유서는 세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 유서에는 딱 네 글자.
"이제 됐어?"가 적혀 있었다고 하고, 아이는 전교 1등 성적표를 끝으로 삶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너무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공부 잘했으면 여한이 없겠다."
"1등 했으면 여한이 없겠다."
"좋은 대학 갔으면 여한이 없겠다"

이 모든 것이 안 되는 아이들의 자신에 대한 반응은 자신을 좋아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김현수,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중에서


자신을 좋아할 수 없게 만드는구나.


나는 둘째 딸과 그럭저럭 대화를 시작한다. 엄마가 대학을 선택할 때의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대학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 대학을 갈지 안 갈지, 간다면 언제 갈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라는 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나니 드디어 본인이 하고 싶던 말을 꺼낸다.


"음, 맞아. 아이는 자랑하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야."


"......"

(너 3학년 맞니? 참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구나)


얼마 전에는 6학년인 큰 아이가 또 그런다.


"엄마, 이화여대가 어떤 학교야? 엄청 좋은 학교야?'


"왜? 어디서 들었어?"


이사하기 전 집 주변에 모 대학의 분교 캠퍼스가 있었기에 그 정도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화여대는 어디서 주워들은 걸까?


갑자기 생각나는 일이 있다.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 무렵, 아들이 아니라서 서운해하셨던 시아버님이 큰 손녀를 안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 OO, 이화여대 영문과 갔으면 좋겠다. 할아버지가 등록금 대 줘야지."


"......"


(혹시 그 얘기 기억하는 거니?)


"음... 예전부터 명문이기는 한데, 어떤 사람한테는 좋은 학교고 어떤 사람한테는 그냥 그런 학교일 수도 있어. 여대라서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뭐.. 학과별로 달라."


대학입시에 대해 부모로서 딱히 스트레스 주거나 어떤 언급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렇게 사회로부터 배워나간다. 좋은 대학에 가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고, 부모의 생각을 확인한다.


"엄마, 나 엄마 아빠가 의대 가야 한다고 했으면 집 나갔을 거야."


"응, 그래. 근데 너 좋아하는 먹을 것 다 집에 있는데 나가면 너 손해야."


 "그건 그러네."


우리 집은 이런 식으로 그냥 산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당연히 아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지금은 어떤 분야의 어떤 길을 가든

서둘러 점수로 1등을 하기에 앞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을 기반으로 내 분야를 펼쳐 나가야 진정으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고, 지식과 기회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창의적 연결과 융합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 바로 그 선물을 주고 싶었던, 과거의 나에게 긴 한숨을 쉬어 준다.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온 지금, 나의 소원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는 삶>이다.'


'내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가? 사회적 성공과 직업적 성취를 위해 신나게 달려갈 40대인데.'


'지금 이 삶도 나쁘지 않아. 많은 것을 깨달았고 비교적 평안에 이르렀으니까.'


내가 정말 원했던 건, 그 선물을 받고만족하고 웃어주는 부모님이었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자식에게 그 선물을 받지 않아도, 만족하고 웃어주는 부모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덧붙이는 말> 특정 대학을 거론해서 죄송합니다. 서울대와 이화여대는 명문이 맞습니다. 불편하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이 양해 바랍니다.



커버이미지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001&oid=421&aid=000507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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