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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May 16. 2022

고독한 고양이와 인간

새로운 문명에 적응해야 할 신세

 고양이는 많이 잔다. 잠이 원래 많다고도 하지만 내 눈엔 고독해 보인다. 사람이 외출하고 없을 때, 또는 우리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를 보고 있을 땐 혼자 또아리를 틀고 소파 구석 자리로 간다. 사뭇 고독해 보인다. 원래 개인주의 성향에 쿨한 동물이긴 하지만 야생에 있을 때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고양이가 야생에서 살아간다면 생존을 위해 먹이를 찾아다녀야 할 것이고 비바람도 피해야 할 것이다. 추운 날엔 몸을 데울 곳을 확보해야 할 테다. 그러니 고독해도 고독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 고양이의 일부는 반려동물이 되었다. 이젠 집안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루 종일 등 따습고 삼시 세 끼가 차려지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소리 나는 청소기를 보면 맹수에 대항하듯 발톱을 세운다. 사냥할 필요가 없는데도 각종 전선을 물어뜯는다. 아무것도 없는데 혼자 날렵하게 질주하다가 거실 바닥에 미끄러져 나뒹군다.


 고양이가 원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어찌 보면 인간의 문명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면서 고양이의 유전자에도 어떤 변화가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과 애착을 형성하는 방법, 먹이를 요구하기 위해 사람에게 다정하게 구는 방법, 단조로운 실내에 적응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방법.


 거실의 큰 창문을 연다. 확장 영역이라 고양이가 올라갈 수 있는 베란다 창틀이다.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는 고양이를 내가 바라본다.

'너도 넓은 세상에 나가서 탐험하고 싶니?'

인간의 시선으론 그럴지 모르지만 동물은 후각을 통해 영역을 정해 나가고 자신이 정한 영역 내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개척하는 일은 동물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는 우리 고양이가 더 넓은 세상을 궁금해하는 것 같다.


"우리 조상들은 대륙을 횡단하진 않았어도 야외를 누비며 좁고 어두운 곳을 개척하고 잘도 다녔는데, 내겐 그런 재주가 있지만 쓸데가 없구나."


고양이도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도 생존을 위해 수렵 채집을 하고 이동하던 시기엔 고독이 무언지 몰랐을까?

인간 스스로 만들어 낸 문명 속에 우리는 고독과 행복의 가치를 알아가고 또 괴로워한다.

IT 혁명과 무한 경쟁 시대에 인간의 고독과 행복은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이할 것 같다. 이 주제에 관해 글을 쓰려고 계속 시도 중인데 마음만 앞서고 시작이 안 된다. 이 와중에 고양이도 새로운 문명에 적응해야 할 신세라는 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고양아, 너의 고독을 함께 할게. 그리고 때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너의 야생 본능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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