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eet little kitty Jun 25. 2022

글쓰기가 잘 안 되는 이유

글쓰기가 두려워서 그런지도 모른다.

 즘 글쓰기의 씨앗이 말라버린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글을 쓰고 싶은데, 생각만 많고 시작이 안 된다. 왜 그럴까?


첫째,  글쓰기가 두려워졌다. 그런데 글쓰기가 왜 두려운 걸까?


글을 쓰면서 많은 고민을 한다. 너무 짧지 않은가? 너무 일기 같지 않은가? 문장이 장황하지 않은가? 글에 담긴 생각이 편협한 것은 아닐까?

퇴고를 할 때는 고민을 많이 해도 되겠지만, 시작부터 고민을 많이 안고 있다면 글이 써질 리가 없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만 오천 원을 천오백 원으로..."

공식적으로 띨띨이가 된 슬아가 회한 속에서 스티커를 붙이며 변명한다.

"같은 책을 계속해서 편집하다 보면 뭐가 뭔지 모르게 돼... 눈이 낡아서..."
                      .......      
노래든 책이든 뭔가를 창작하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신중해야 한다. 그게 어디에서 얼마나 반복되고 복제될지 상상하면서, 나쁜 것을 대량 생산하지 않기 위해 힘쓸 의무가 있다. 슬아도 자신이 쓴 모든 글자와 숫자를 더 꼼꼼히 검토했어야 했다.
                   .......
낮잠 출판사를 처음 차릴 때만 해도 슬아는 책 만드는 일이 딱히 두렵지 않았다. 잘 몰랐으니까. 지금의 슬아는 그렇지 않다. 글쓰기와 출판이라는 작업이 갈수록 어렵게 다가온다. 책을 만들어 몇천 부씩 인쇄하는 것이 중대한 결정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점에서 할아버지와 슬아의 운명은 궤를 달리한다. 할아버지는 양면테이프를 두려워하는 사장이 아니었다. 이제 슬아는 책이 양면테이프보다 열 배는 두려운 무엇임을 안다. 그 두려움을 알게 된 것에 안도한다. 책을 사랑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자들이 출판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간 이슬아, '가녀장이 말했다.'> 16화 - 책을 사랑하고 두려워하기 중에서

 커리어를 쌓은 유명 작가 이슬아의 두려움과 나의 두려움은 결이 다를 것이다. 그녀는 두려움을 알게 되어 오히려 안도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출판사를 처음 시작할 때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을 지금에야 느끼듯, 나 브런치에 글을 쓴 지 1년이 되어가니 이제야 창작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은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나의 두려움은 때가 되어 나타난 것이고, 존재는 당하나 정도는 지나치다.


 둘째, 어쩌면 지금의 나는 글을 쓸 때 힘을 빼야 하는지도 모른다.


 2 만에 새로운 선생님에게 바이올린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선생님들은 정확하고, 지시사항이 분명하고, 습량을 많이 요구했다.


 그런데, 새로 만난 선생님은 좀 달랐다.

 "우리 한국인이 말이죠. 대부분 열심히 살아요. 그래서 뭐가 잘 안 되면 열심히, 더 열심히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힘을 빼야 해요. 더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힘을 뺄 수 있어요."


"활을 떨어뜨리기 직전까지 힘을 빼 보세요. 한 번은 떨어뜨려봐야 어디까지 힘을 빼야 하는지 알게 돼요."


"........"


더 열심히 연습하라는 얘기는 들어보았어도,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았다. 게다가 활을 떨어뜨리는 것은 연주자에게 매우 수치스러운 상황이다. 힘을 빼려면 문제점을 교정해서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더 잘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니. 수치심을 감수하고 끝까지 가 봐야 한다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바이올린 선생님이 내가 가져간 교재를 덜어내고 두어 개만 남겼듯이, 나도 글감을 더 줄여야 할지 모른다. 연주 시작 전 어깨 상태부터 보고 힘이 빠져 있지 않으면 중단시키듯, 나의 컨디션과 글 쓰는 태도, 마음을 점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지 모른다.  


 이제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두려움은 반만 간직하고, 더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 힘을 빼 보자고. 그렇게 다시 시작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글쓰기의 슬럼프에 빠진 모든 작가님들께도 응원을 보낸다.


쓸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애매한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