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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Nov 06. 2023

전기값 아끼려 독서실 가서 게임합니다

자린고비 남편이 큰마음먹고 노트북을 샀다. 심지어 백만 원이 넘는 비싼 노트북을 질렀다. 이유는 집에서 게임하면 전기값이 드니 독서실에 가서 게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트북이 비싼 이유는 그래픽카드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그래픽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매한 것이다.


남편이 노트북을 산 또 다른 이유는 '아이들 공부를 감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독서실에 가서 자습 감독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빠는 독서실에서 게임하면 전기 요금도 아끼고 아이들 공부도 감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행복해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져 간다.


이 세상 사람 중에 독서실로 가면서 행복한 사람은 남편뿐일 것이다. 주말에 밥 먹고 나면 노트북을 챙겨 바로 독서실로 간다.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독서실을 같이 가자고 한다. 본인은 게임을 하러 가니 즐겁겠지만 아이들은 울상이다. 밥 먹고 쉬고 싶은데 아빠 비위 맞추려면 따라가야 하고 아이들은 딜레마다.


아빠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중간고사 점수가 조금 올랐다. 아이들도 아빠의 감시가 걸림돌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점수가 오른 성적표를 보고는 디딤돌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도 아빠와 함께 가는 독서실은 고통스럽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기료는 얼마를 아꼈을까? 남편은 틈만 나면 독서실 가서 게임을 하니 얼마나 아껴질까 궁금해 계산해 보았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고시 시험이라도 준비하는 줄 알겠다.


디아블로라는 게임이 새로 출시되어 엄청나게 게임에 매진 중이다. 주말이면 10시간 정도, 평일에는 퇴근 후 2~3시간 게임을 하니 넉넉하게 월간 140시간으로 잡아서 계산해 보았다.


제품 뒤에 소비전력을 보고 계산


한 달에 고작 1,660원이 아껴진다.  

분명 전기값 아낀다고 노트북을 샀는데 120만 원 뽕 뽑으려면 60년 동안 독서실 가서 게임을 해야 120만 원이 나온다. 그저 웃음만 나온다. 내 앞에서 다시 한 번만 더 전기요금 아낀다고 독서실 간다는 말 하기만 해 봐라.


물론 아이들 성적이 오른 이유를 아빠의 공으로 돌린다면 조금 용서해 줄 수 있는 지출이다. 집안일은 안 하면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면 짜증이 올라올 텐데, 독서실 가서 게임을 하면 눈에 안 보이니 내 정신건강에도 유익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자린고비 남편이 큰 지출을 앞두고 자기 방어 형태로 아전인수격 논리를 내세워 지출을 합리화한 것은 아닌가 분석해 본다. 아니면 문과 남자라 전기 요금은 계산해 볼 생각은 하지도 않고 막연히  전기 요금이 덜 나갈 것이라는 느낌만 믿고 구매한 것일 수도 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사는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돈보다 게임을 하면서 흘러가는 시간의 값어치가 더 아깝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것도 개인의 몫이기에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해 주며 살고 있다.


노트북 구매는 장황한 핑계로 시작했으나 아들 성적표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므로 이번만은 눈감고 넘어가 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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