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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Oct 31. 2023

비바람 세차의 최후

우박이 내릴 줄이야

예전에 남편의 세차 방법에 대해 올린 글이 있다.


https://brunch.co.kr/@kitty3648/32


손 세차, 터널식 세차보다 자연식 세차를 선호하는 남편답게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굳이 지상으로 올려놓았다. 차에 먼지가 보일 정도가 되어가던 때라 비 온다는 소식을 반갑게 여겼다.


온 가족이 금요일 밤을 즐기고 있는데 밖에서 굵은 빗방울 소리가 들린다. 그냥 강한 빗줄기가 내리는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소리가 평범하지 않았다. 빗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둔탁했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더 소리가 커지더니 보일러 연통이 부서질 듯한 소리가 계속 들려 창밖을 바라보니 우박이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내 생애 본 우박 중에 가장 큰 우박이!


세상에나 우리 차 어쩔 거야.


지금 밖에서 우박을 맨몸으로 맞고 있을 터였다.

우산 중에 가장 튼튼한 우산을 쓰고 남편이 허겁지겁 달려갔다. 차 유리창이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소리였다. 급히 다시 지하 주차장으로 옮기고 상태를 보니 다행히 크게 흠집 난 곳없어 보였다. 새로 장만한 지 5개월도 안 된 새 차인데 남편 절약 정신의 최대 피해자가 되었다.


다음날 물이 마른 차를 다시 살펴보니 얼핏 보면 보이지 않던 엠보싱 자국들이 군데군데 있다. 큰 우박을 맞았을 때 조금씩 들어간 흔적이었다. 새 차라서 가슴이 아팠지만,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우박이 내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남편은 이 사건 이후로 태풍 세차, 비바람 세차를 멈출까?

내가 보기에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제는 차가 비를 맞고 있으면 창밖을 자주 내다보며 동태를 살피는 쪽으로 조금 변할 것 같다.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3주 정도 지난 뒤 또 비소식이 있었다. 남편의 카톡이 왔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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