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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Aug 12. 2023

자린고비 남편의 공짜 세차방법

환경보호는 덤입니다.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다는 기상예보에 온 국민이 긴장하며 며칠을 보냈다. 강풍으로 건물이 파손되기도 하고 사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미리 기상청에서 예보하지만, 태풍은 항상 티를 내며 지나간다. 


보통 태풍이 오면 실내로 물건을 들이는 법이건만, 우리 집은 태풍이 오면 노숙자가 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자동차다.


우리 집 자동차는 실내 주차장에 있다가도 태풍이 오면 실외 주차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세차하기 위해서다. 그렇다. 우리 집 자린고비 남편은 돈을 주고 세차장을 이용하지 않는다. 아주 가~끔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이용하기 때문에 1년에 1번 터널식 세차장을 이용할까 말까다. (올해는 8월인데 아직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남자들은 차를 아낀다고 하던데 왜 이렇게 막대하나. 꼬질꼬질한 자동차가 가엽기도 했다. 하지만 경보호 전문가가 '세차 한 번 할 때 사용하는 세제와 물은 엄청난 환경오염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남편의 '자연식 세차'에 불만이 적어졌다. 남편이 환경보호를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본인도 모를 것이다.)


태풍이 가까이 왔음이 느껴진다. 이때다 싶은 남편은 얼른 실외 주차장으로 차를 옮긴다. 강력한 바람은 비와 함께 자동차의 묵은 때를 벗겨줄 것이다.


실외 있다가도 실내로 모두 들어간 자동차와 다르게 우리 차는 실내에 있다가 아무도 없는 실외 주차장으로 이동해 태풍 세차를 기다린다. 동물이든 물건이든 주인을 잘 만나야 삶이 평안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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