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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Nov 08. 2023

스크루지 남편의 마트 장보기 전략

대형마트에서 장보기를 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코스트 코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게 된다. 코스트 코에서만  구매하는 품목 몇 개가 있는데  물, 탄산수, 우유, 치즈, 계란, 김밥 재료, 채소류, 건강보조식품, 휴지,  세탁 세제는 웬만하면  코스트 코에서 세일할 때 구매한다.


우리 집은 독특한 마트 장보기 전략이 있다. 보통 계산할 때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우리 집은 현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현금으로 장을 보게 된 계기는 코스트 코가 특정 카드만 결제되는 시스템 때문이었다. 옛날에는 삼성카드만 됐고 지금은 현대카드만 된다. 그 카드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현금을 찾아갔고, 현금영수증이 연말정산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불편함을 감수했다.


이사 전에는 코스트 코가 나름 가까이 있어 자주 방문했기 때문에 카드를 만들 만도 했는데 현명한 소비를 하는 남편은 카드는 우리 생활 패턴에서 가장 유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 회사로 몰아서 사용한다는 신념(?)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래서 끝까지 카드를 만들지 않았다.


통장 잔고 사정에 따라 찾아가는 현금의 액수가 달라졌고 현금이 두둑하면 고기나 과일 같은 비싼 품목도 거리낌 없이 담았고, 현금이 넉넉하지 않으면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게 되었다. 가이드라인이 확실하기 때문에 돈을 넘어선 구매는 있을 수도 아니할 수도 없었다.


이런 장보기 전략 때문에 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지인이 코스트 코에서 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하여 함께 가게 되었다. 코스트 코는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원인 사람과 함께 계산해야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 마침 가는 길에 함께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물건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찾아간 현금보다 물건값이 많이 나오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나름 계산하며 물건을 집었는데 착오를 일으킨 것이다. 그 상황에서 어떤 물건을 빼냐를 가지고 남편과 내가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예의상 현명한 소비 방법이라고 칭찬해 주었지만 속마음은 '왜 저렇게 불편하게 살지?'라는 어감이 생생히 살아있었다. 뒤돌아서니 더 부끄러운 마음이 일어난다. 그냥 남편에게 양보하고 가만히 있을 걸 괜히 티격태격했다 싶어 후회되었다.


현금을 사용하면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카드로 긁어서 영수증에 찍힌 숫자로 다가오는 물건의 값어치보다 현금을 지급하고 물건을 받아왔을 때 소비의 현장성이 살아난다. 나의 신사임당의 너의 신사임당이 되었을 때 풍겨 나오는 서운함도 확실히 있다. 아날로그 정서가 이렇게 묵직하다.


어라! 이런 묵직한 느낌 좋다. 그렇다면 아이들 학원비를 만 원짜리로 바꿔서 봉투에 한가득 넣어 아이를 통해 학원에 납부하면 수업을 더 열심히 들을까. 많은 돈을 내고 듣는 수업이라는 것을 실감하면 집중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용돈 만 원을 받기 위해 온갖 아양을 떠는 아이들인데 수십만 원을 학원비로 내면 느끼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의 학원비 납부도 현장성을 살려 아들에게 돈의 무게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남편의 현금 사용 전략이 항상 불편하고 불만이었는데 이제는 나도 스며들었나 보다. 왠지 진 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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