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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Nov 09. 2023

'먹튀'말고 '똥튀'(앵무새 똥 주의)

[주의] 앵무새 똥이 리얼하게 사진으로 있습니다. 귀여운 모습 뒤에 숨겨진 더러운 진실을 가감없이 보여드려 불편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회적으로 먹튀(먹고 튄다) 현상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힘들다는 뉴스를 보았다. 세상에 양심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상을 보고 있으니 슬프다.  앵무새를 키우는 집은 먹튀 대신 똥튀가 자주 있다. 반려 식구 앵 순이가 똥을 싸고 날아가 버리는 현상을 우리 집에서는 '똥튀'라 부른다. 인간들의 먹튀 현장은 비도덕성의 극치인데 앵무새의 똥튀 현장은 자연스러움의 극치다. 앵무새는 장이 짧아 밥을 먹고 나면 금방 똥을 싼다. 그것도 조금씩 자주 싼다. 새에게 똥을 자주 싼다고 혼내면 조물주의 뜻을 배반하는 것이 된다. 원래 그렇게 살게 되어있는 신체 기관을 가졌으니 여기저기 똥을 싸더라도 이해해 주어야 하는 동물이 조류다. (차 위에 새들이 똥을 싸놔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똥튀 현장을 발견했을 때는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이불을 세탁하고 예쁘게 펴 놨는데 마수걸이하듯이 앵순이가 똥을 쌌다. 앵순이가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 둔 덕분에 평소보다 이불 빨래를 더 자주 하게 된다는 것은 장점이다.

앵무새는 항상 가장자리에 가서 똥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누는 습성이 있다. 침대에서 사람이 있어 따라왔다가 급똥 신호가 와서 응가한다는 것이 그만 이불 끝에 걸리고 말았다.  심심한 사과를 하는 앵순이. 귀여우니까 용서한다.


아빠 바지 위에도 엣지있게 똥 덩어리 하나로 앵순이 표 자수를 박아주었다. 아빠는 어차피 빨려고 했다며 쿨하게 똥을 제거한다. 앵무새와 함께 살면 똥이 더러운 존재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똥은 일상이요 어디나 존재하는 공기 같은 것이다. 소파에도 똥을 싸놓고 똥튀한 흔적! 앵순이가 왔다 갔다 한 적이 있다면 주변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그녀의 흔적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수난을 겪고 있는 책상 의자도 있다. 의자는 앵무새에게도 앉아있기 좋은 곳인지 똥받이 의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는데 메쉬재질이다 보니 완벽하게 세척하는 것은 실패했다. 일명 '똥의자'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제는 사람도 요령이 생겨 의자에 조끼를 입혀 둔다. 만에 하나 앵순이가 똥을 싸도 조끼는 세탁하면 되니까. 앵무새 키우는 집은 의자도 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특히 새로 산 의자라면 매일 조끼를 입고 있는 편이 안전하다.


앵순이의 똥튀는 가전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을 때 앵순이가 모니터에 앉아 있다가 응가 신호가 오면 똥을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엉덩이를 뒤쪽으로 했으면 좋으련만. 꼭 이렇게 모니터에 똥을 떨어뜨린다. 새똥은 수분이 많아 모니터 위로 똥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다. 허걱!  이왕 물티슈 꺼낸 김에 자판도 한 번 닦고 컴퓨터 먼지도 턴다. 이 정도는 여유 있게 넘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똥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똥인데 어떻게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싶겠지만 정말 냄새가 없다. 대변이 소량이고 알곡과 펠렛만 먹어서 그런가 보다. 귤을 먹으면 똥에서 귤 향이 나고 사과를 먹으면 사과 향이 난다.


반려동물의 똥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해탈의 단계를 알 수 있다.  일명 똥 적응 4단계가 있다.


* 적응 0단계 :  똥을 보면 소리 지르고 혐오하며, 옷에 묻었다면 바로 벗어 세탁하고 소독약을 뿌려 마무리한다. 똥을 더럽고 혐오하는 마음이 있다.


* 적응 1단계 :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똥을 바라보는 단계로 체념하는 마음이 생긴다. 똥을 보면 바로 닦고 청소해야 하지만 마음가짐이 바뀌기 시작하는 단계로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맞춰주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 적응 2단계 :  똥을 맞아도 그러려니 하며 자연스럽게 휴지로 닦고 가볍게 물로 헹군다. 똥 맞은 옷도 똥만 제거 후 아무렇지 않게 그대로 입고 나간다. 똥을 더럽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존재가 생산해 낸 부유물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지니게 되는 단계다. 똥이 보여도 바로 치우지 않고 일어난 김에 한꺼번에 해결하는 시간차 여유도 있다.


* 적응 3단계: 똥 싸는 순간이 눈앞에 보이면 얼른 손을 뻗어 똥을 손으로 받는다.  바닥에 떨어진 똥을 허리 숙여 치우는 것보다 손으로 받아서 바닥을 보호하고 손을 씻는 편이 편하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똥의 더러움보다는 움직임의 최소화를 생각할 만큼 똥은 똥이 아니게 되는 단계로 무의식적으로 손이 먼저 똥을 받는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2년 만에 0단계에서 3단계로 올라섰다.


'각자무치( 角者無齒 )'라는 말이 있다.  뿔이 있는 놈은 이가 없다는 뜻으로 한 사람이 모든 재주나 복을 지닐 수 없다는 말이다. 예쁜 외모와 귀여운 애교로 사랑 넘치는 반려동물이지만 백 퍼센트 장점만 있을 수는 없다. 앵무새는 자주 싸는 똥이 가장 단점이다.  하지만 똥 누는 곳을 정해 놓고 훈련하면 새도 여기가 화장실이구나 느낀다. 혼자 날아가서 응가 누고 칭찬과 간식을 기다리며 위풍당당 가슴을 펴고 앵집사를 부를 때도 있다. 집사의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똥 폭탄을 피할 수 있다.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다 서로서로 이해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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