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고등학교 입학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주변 고등학교에서 만든 홍보 책자를 학교에서 받아오니 벌써 이만큼 컸나 싶어 감회가 새롭다. 타지역에서는 고등학교가 남녀 통합인 경우가 많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은 아직 남고, 여고가 남아 있는 동네다. 그런데 아들이 여고 홍보물을 받아왔다!
여고 학생들이 아들 학교로 홍보 온 날 홍보용 볼펜을 우리 아들에게 주었고 아들은 그걸 또 받아왔다. 처음에는 주니까 받았는데, 지나고 보니 여고 학생들이 왜 남학생에게 볼펜을 주었는지 의문이 생겼다. 아들은 혹시 본인이 잘생겨서? 라고, 생각하며 눈을 반짝였지만, 아들에게도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엄마로서 그건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진지하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경위를 따져보니 머리 길이가 문제로 지목되었다. 지금 아들은 동전 노래방을 사랑하는 청소년으로서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이라는 노래를 애창곡으로 부르기 좋아한다. 록(rock) 장르는 자고로 머리를 앞뒤로 찰랑찰랑 흔들며 불러야 고음이 잘 올라가고 록 부르는 맛이 난다며 머리자르기를 거부하며 지내온 탓에 남자아이치고 머리가 긴 편이 되었다.
여학생들 중에서도 머리를 짧게 자르고 보이시하게 다니는 친구들이 종종 있어서 아마 우리 아들을 여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아직 여드름도 안 났고 변성기도 안 와서 목소리도 가늘고 곱다. 그러니 충분히 여학생으로 오해받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진 큰 둥이는 부쩍 옷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헤어 스타일도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이 생겼다. 그런데 엄마가 보기에는 아들의 뒷태가 운동부 여학생 느낌의 중성미가 있다. 짧고, 단정하게 자른 머리가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들지만, 아들 취향을 우선 존중해 주기로 했다.
학교 일본어 수업 시간에 여성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 딸 같은 아들이다.
둘째는 쌍둥이지만 상남자 스타일이다. 패션에 관심도 없고 감정도 무덤덤하다. 덩치가 씨름선수처럼 커졌다. 하루는 안경 코를 잡고 안경을 닦다가 안경을 똑 부러뜨렸다. 덩치가 커지더니 힘도 좋아졌나 보다. 본인도 민망한지 살살 닦았는데 안경이 부러졌다고 핑계를 댄다. 힘 좋은 상남자가 되어가고 있구나 싶어 안경은 못 쓰게 만들었지만, 엄마 마음은 든든하고 흐뭇하다.
쌍둥이로 한배에서 한 시에 태어난 아이들인데도 이렇게 성격과 성향이 다르다. 하물며 다른 환경,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협동하고 협력하는 일은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기적을 자주 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