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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Mar 16. 2024

새는 웃을 수 있을까?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새는 감정을 얼굴에 표현할 수 있을까?



웃음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동양에서는 눈이, 서양에서는 입이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모티콘도 동양에서는 눈을 강조한 ^^ 모양을, 서양에서는 입을 크게 표현한  : ) 모양을 많이 사용한다. 웃음의 미학적 기준이 문화마다 다르다.


동서양의 웃음 기준을 합하면 눈과 입이 웃음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데 앵순이는 눈과 입을 사용해 웃음 지을 수 있을까?


웃기 위해서는 안면 근육이 필요하다. 표정을 짓기 위한 근육을 표정근(表情筋)이라고도 하는데  포유류에게만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슬프게도 조류인 앵순이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근육 자체가 없는 것이다.


사람은 안면 근육을 사용하여 입꼬리, 눈꼬리, 입술 모양, 미간 주름 등으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지만, 새는 표정조차 지을 수 없는 차가운 동물인 것이다. 재미있고

즐거운데도 웃을 수 없다는 사실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앵순이와 함께 살고 있는 우리 식구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앵순이에게는 표정이 있고 우리는 그 감정을 읽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앵순이는 표정 없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이야기했을 때 아이들은 발끈했다. 분명 앵순이 얼굴에서 감정을 읽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자인 고미숙 선생님은 심지어 동물은 얼굴조차 없다고 말한다. 얼굴이 아니라 머리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앵순이를 바라보니 정말 얼굴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머리라는 신체 기관에 달려있는 부리와 뚫린 눈구멍이 있을 뿐이었다. 그럼 앵순이는 얼굴 없는 미녀인가? ^^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 가족들은 어떻게 앵순이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안광(眼光) 즉, 눈빛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눈은 많은 감정을 담아내는 도구다. 실제로 영국의 한 과학자는 눈만 보고 감정을 읽어내는 테스트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감정 정보를 읽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서로 눈만 바라보는 행위 예술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감정의 소통에 눈 맞춤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 보였다. 눈을 바라보는 행동은 동물마저도 소통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행위다.



눈 맞춤은 감정 소통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소통하지 못하는 인간들이여 상대방 눈을 바라보며 마음을 읽어라.





눈빛으로 경고 날리는 앵무새


앵순이의 눈빛이 가장 매서울 때는 저녁에 취침 위해 새장에 들어가야 할 때다. 새가 새장을 싫어하니 기막힐 노릇이다. 새장에 넣으려고 하면 분위기를 알아채고 눈 빛 레이저를 발사한다.


"나 건들지 마. 문다!"

화장실로 도망가서 눈 빛으로 이야기하는 앵순이



엄마의 메이크 업을 비웃는 앵무새


새가 비웃는다고? 이건 아마 집사가 앵무새의 화장발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투사된 감정일 수 있다. 매일  출근 준비화장을 하고 있으면 화장대 위에 앉아 엄마를 내려다보는 눈빛에서 비웃음이 느껴진다.


고개가 갸우뚱 갸우뚱



쓸데없이 부지런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저녁이면 지울 화장을 왜 맨날 한데?



그렇다. 앵순이는 태어날 때부터 화장이 된 얼굴로 세상에 나왔으니 인간들이 화장하는 고통을 어찌 알겠는가! 심지어 볼 터치와 아이라인도 옵션이 아닌 기본값으로 가지고 태어났다. 조물주가 인간에게는 검은색 털만 장식품으로 주었는데 앵무새를 창조할 때는 특별히 예술적 감성이 일어 유려한 깃털을 창조했나 보다. 아침에 화장할 때마다 앵순이의 타고난 미모가 부러울 따름이다.



불빛, 별빛, 달빛, 햇빛보다 빛나는 앵순이 눈 빛. 이제는 눈에서 나오는 보이지 않는 빛도 읽을 수 있는 텍스트가 되었다.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시간이 만든 기적이다.


덕분에 집사들은 꿀 떨어지는 눈 빛을 지니게 되었다.




*<개새육아> 매거진은 주 2회 발행합니다. 개이야기와 새이야기가 번갈아 업로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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