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온도가 감지되었습니다(ft. 냉장고의 눈물)

사물의 재발견

by 흥미진진한 독자


여름의 더위와 습기를 피해 카페로 달려갔다. 혼자 집에 있는데 에어컨을 틀 수 없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카페로 달려갔다. 요즘 카페는 공부하거나 노트북을 들고 오는 사람을 위해 1인 스터디 좌석을 구비해 놓는 카페들도 있다. 최근 1인 좌석도 있고 이야기하는 좌석과 구분되어 있어 조용히 나만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에어컨 온도도 낮지 않고 적당해 쾌적했다.



평일 아침 일찍 갔더니 아무도 없다. 내 맘대로 자리 잡고 커피와 요기할 빵을 주문하고 즐겁게 독서 삼매경에 빠져볼 찰나 핸드폰과 연동된 김치냉장고 알림이 왔다.



김치냉장고 문이 열렸다는 알림이었다. 9시에 모든 가족이 집을 나와서 아무도 없었을 텐데 문이 어떻게 열린 거지? 김치통과 반찬들을 빼곡빠곡 구겨 넣어놨더니 속이 꽉 차 터진 만두처럼 냉장고 문도 열려버렸다.



금방 카페에 와서 다시 일어날 수 없었다. 알아서 열렸으니 혹시 알아서 닫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버티고 버텼다.



다시 무서운 문자가 왔다.


'이상 온도가 감지되었습니다. 문이 열렸는지 혹은 뜨거운 음식이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보관 식품이 상하거나 동결될 수 있으니 즉시 조치 바랍니다.'


냉장고가 자신의 기능을 상실할 지경에 이르자 즉시 조치하라는 무서운 알림이 왔다. 이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도착하니 김치냉장고는 안과 밖의 온도 차이로 인해 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사람 마음도 이상 온도 감지 센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냉장고는 이상 온도 알림으로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조처를 취해 음식물을 구했다. 마찬가지로 사람 마음도 이상 온도를 감지해 주는 센서가 있으면 심적으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 기능을 상실하기 전에 조처를 취할 수 있다면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사람은 몸이 아픈 것은 쉽게 병으로 생각하여 의사를 찾지만, 마음의 병은 병이라 인식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병으로 받아들여지기도 쉽지 않다.

몸이 아픈 것만큼이나 마음도 아플 수 있다. 특정 감정이 일회적이지 않고 지속적일 때 마음의 이상 온도를 감지할 수 있는 무언가(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에 눈물이 흐르기 전에 마음 온도 이상을 감지하자. 냉장고는 음식이 상하기 전에 닫아줘야하고 마음은 속상하기 전에 알아줘야 한다.



엄마의 마음 온도 이상을 정확하게 감지하는 센서를 지닌 사람이 있다. 3시간 연속 게임을 하던 아들은 엄마의 말투에 분노와 노기가 올라오는 걸 느꼈는지 슬쩍~ 컴퓨터를 끄고 책을 집어 든다. 뭐든 터지기 전에 수습하는 것이 최고의 방책이다. 엄마의 마음 온도를 챙겨주는 아들이 있어 눈물 흘릴 일이 없다. 아니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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