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롭게 존재하기 위한 선택 - 글쓰기

by 흥미진진한 독자


글쓰기를 통해 삶의 밀도를 채우다

하루하루가 쏘아 놓은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정신없이 출근해서 일하다 퇴근하고, 집에서는 밥하고 정리하고 아이들 챙기다 보면 하루가 삭제된 일상이 된다. 내가 해야 할 일들만 존재하고 나는 사라진 느낌을 받으며 한동안 우울했다. 부피만 있고 밀도가 없는 둥둥 떠 있는 풍선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했고 글쓰기가 그 변화의 시작이 되어주었다.


워킹맘에게 시간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적게 받으면서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건 독서와 글쓰기뿐이었다. 다른 취미 생활보다 제약이 적고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또한, 글 쓸 때만큼은 모든 감각이 나를 위해 존재했고 나를 위해 움직였다. 내가 주인공으로 존재하고 주목받는 느낌은 글쓰기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 나도 몰랐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 관심에 목매는 끼(관종)를 유감없이 발휘해도 되는 대상이 글쓰기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댓글은 작가를 행복하게 만든다

심지어 내가 마음껏 꺼내 놓은 검정 활자들을 읽고 얼굴도 모르는 분께서 재미있고 매력적인 글이었다는 댓글을 써주었다. 내가 재치 있고 유쾌한 글을 쓴다고 평가해 주었다. 정말? 내가 그렇다고? 긍정적인 반응과 댓글에 짜릿하고 몽글몽글한 기분이 올라왔다. 소름 돋게 기분이 좋다. 이런 느낌은 글을 써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현실에서 매력적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던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글 속에서는 가능했다. 글을 통해서는 나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을 지닌 '나'라는 존재가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주는 것이 글쓰기다.



옥수수 뿌리 같은 나의 글

아들과 함께 재배 중인 텃밭 식물들이 장맛비에 쓰러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큰 키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쓰러지지 않는 강인한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옥수수다. 옥수수는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고 가뭄을 잘 견디는 작물인 줄 알았는데 장마에도 강한 식물이었다. 키도 큰 녀석이 강풍에도 흔들림 없이 서 있는 모습이 늠름하다. 옥수수는 처음 키워 보는데 겨드랑이에 옥수수자루를 달고 있는 모양새가 가까이서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첫 수확한 옥수수는 특별한 맛과 경험을 동시에 주었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 영감도 주었다. 땅에 내린 뿌리가 옥수수를 지탱하는 원천이 되는 힘이었음을 알았다. 옥수수 뿌리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모두 신기하게 여길 것이다. 만져보니 대나무같이 단단하고 잔뿌리조차도 풍성하고 강인했다. 옥수수는 단단하고 많은 뿌리가 있어 흔들리지 않고 땅에 서 있을 수 있었다.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는 글 뿌리가 있어 나의 존재를 풍요롭게 해 준다. 한 편, 두 편 쌓인 글 뿌리가 나의 존재를 굳건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태풍이 불어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가뭄이 들어도 그 모든 고통을 딛고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뿌리가 옥수수에도 나에게도 있다.


오늘도 글을 쓰며 풍부하게 소유하기보다 풍요롭게 존재하는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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