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조 앵순이의 찌질한 허세

허세도 생존 전략이었다.

by 흥미진진한 독자


집 전체를 자신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반려조 앵순이는 집 주변에 살고 있는 새들과 아침이면 영역싸움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파트 2층에 살다 보니 주변 나무와 화단에 크고 작은 새들이 종종 놀러 온다. 뒤편에는 산도 있어 야생조류들이 아파트로 마실 나오기도 한다. 주변에 새들이 왔다 싶으면 목청껏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소리가 앙칼진 걸로 보아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거나 경고하는 듯하다.



가족들은 모두 어이가 없어서 앵순이를 말린다.

"앵순아 너 쟤들이랑 싸우면 진다."

"너처럼 주는 밥 먹으며 비 한 방울 맞지도 않고 수돗물로 목욕하며 뽀시랍게 크는 집새랑 생존경쟁, 먹이경쟁, 춥고 더운 날씨 온몸으로 받아내며 자란 야생새와 경쟁이 되겠니?"


앵순이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본능대로 자신의 영역이라 주장하며 허세를 부린다.


그러다 한 쌍의 동박새 비슷하게 생긴 새들이 앵순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떤 새인지 궁금했던지 코 앞에 있는 나뭇가지에 날아와 앉는다. 요란 떠는 새가 누군지 구경하러 온 것 같다. 앵순이는 베란다 가까이 날아온 새를 보자마자 '날개야 나살려라~ 나 죽는다.' 오두방정을 떨며 거실을 지나 방으로 날아가 숨어버린다. 목을 쭉 빼고 경계하는 몸짓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은 어이없어서 할 말을 잊었다. 위풍당당 보인 패기는 모두 어디 가고 36계 줄행랑치는 모습이 그저 웃기기만 하다.



사람이든 새든 싸우기 전까지는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것인가?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허장성세 부리다 보면 큰코다칠 수도 있다. 우리 앵순이는 보아하니 허세 심한 허새였구나.



앵순아, 허세 부리지 않아도 너는 우리 집에서 서열 1위야. 잘 모시고 살 테니 힘겹게 살고 있는 야생친구들에게 꼬장 그만 부리렴. 많이 가진 새가 베풀 줄도 알아야 한단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조(鳥)블레스 새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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