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시험공부를 하느라 한참을 책상에 앉아 있었다. 주변을 맴돌던 반려조 앵순이는 평소라면 목덜미에 자리 잡고 앉겠지만 웬일인지 뒷덜미에 자리 잡고 앉았다. 고개 숙여 공부하는 오빠에게 방해되지 않게 배려한 것일까? 마치 공부하느라 힘든 오빠를 위해 등으로 안아주고, 마음으로 토닥여 주는 느낌이다. 앵순이도 편한지 한 참 동안 그 자세로 누워있는 듯 앉아있다.
<등으로 안을 수 없다>는 시조집 제목을 발견하고 잘 지은 책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앵순이가 오빠를 엎어주는 모습을 보니 '등으로 안을 수도 있다'는 시를 써보고 싶을 만큼 마음이 촉촉해진다. 사람과 동물이 서로 등을 내주며 든든한 아군이 되어 살고있는 훈훈한 모습이다.
'마주 봐야 안아줄 수 있다'는 생각은 앵순이 덕분에 언어의 감옥에서 벗어났다. 마주 보고 있지 않아도, 등을 보여도 서로 안아줄 수 있다는 생각! 등 돌리고 있지만 안아줄 수 있다는 이 비논리적인 모습을 오늘 보았다.
한 뼘도 안 되는 등을 내어준 앵순이와 그 등에 기대어 보는 사람. 엄마는 양육 중인 두 존재가 서로 의지하는 모습에 그저 뭉클하고 흐뭇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