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를 키울 때 어릴 때부터 손으로 스담스담 만져주면 사람 손을 무서워하지 않고 좋아하게 된다. 너무 많이 주물럭거리며 키워서 그런지 이제는 사람 몸속을 두더지처럼 활보한다. 그러다 앵순이는 애착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옷소매 부분이다.
앵무새는 따뜻한 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에 더위보다 추위에 더 약하다. 그래서 날씨가 쌀쌀해지면 옷 속으로 파고든다. 사람 체온이 스며든 옷 속에 우연히 들어와 보더니 맘에 들었는지 조금만 날씨가 쌀쌀해지면 옷 속으로 들어온다. 여름에는 목덜미 부분에 자리 잡고 겨울에는 소매 부분에 자리 잡고 앉는다.
사람도 배부르고 따뜻하면 졸리지 않던가. 몸속은 공기가 답답한지 꼭 이렇게 소매에 얼굴만 내밀고 있다가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면 사람은 움직이지 못한다.
외출해야 하거나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생겨 앵순이를 빼내려 하면 절대 나오지 않겠다고 껌딱지처럼 붙어 반항한다. 목을 잡고 빼자니 안 그래도 약한 피조물인데 뼈라도 부러질까 무섭다. 결국 옷을 뒤집어 벗어버리는 강수는 둬야 앵순이를 뗄 수 있다. 이렇게 겨울철만 되면 문 앞 지키는 강아지처럼 소매를 지키고 앉아 있다. 귀엽긴 하지만 때때로 불편하다. 앵집사도 이제는 요령이 생겨 가장 좋아하는 밥풀이나 해바라기씨를 이용해서 살살 꼬드기면 반항 없이 나온다.
소매에서 이렇게 잠들어 버린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목 졸라 죽인 줄 오해받기 십상이다. 앵집사들 동물 학대로 신고당할 사진이다.
겨우내 소매를 좋아하더니 여름이 되어서도 소매를 찾는다. 처음에는 짧은 소매에 당황하는 듯했지만, 여전히 소매에 자리 잡고 앉는다. 따뜻하고 포근한 새집에 부드러운 이불을 깔아주었는데도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지 이렇게 오빠를 손들고 있게 한다. 나오라고 하면 대뜸 손을 물어버린다. 여기 계속 있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앵순아~ 그런데 오빠들도 사춘기가 와서 그런지 땀 냄새도 강해졌고, 여름이라 더운데 겨드랑이에서 나오니까 쪼~금 더럽게 느껴진다. 너의 보드랍고 예쁜 깃털에 오빠들 겨땀이 묻어있을 것 같아 찝찝하단다. 우리 청결을 위해 여름에는 겨드랑이 출입을 금하도록 하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