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어택 미션 수행
/ 문장을 발견하세요.
1. 여자들한테는 말로 안 되겠다고 말한 것이 혀를 깨물고 싶게 창피했다. <사랑의 이해>
2. 그런 나에게 몇 년 전 사랑스러운 조카가 생겼다.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3. 고트프리트의 할머니는 살을 도려낼 것 같은 추운 날 화형을 당했다. <미스터리한 이방인>
4. 10분쯤 지나자 미첨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트렁크 뮤직>
5. 나는 ‘나쁜 의도는 아니었는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6. 레온 트로츠키와 나는 영어로 대화했다. <페미니스트 프리다 칼로 이야기>
7. 밖엔 바람이 불까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8. 가려다가도 가지 못하니 <용등시화 유배지 등불 아래서 쓰다>
9. 희망을 북돋아주는 인간적인 이야기는 6개월 전 금융시장이 그랬듯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모든 것에 반대한다>
10. 미래과학자거리에서 제일 잘나가는 식당은 기폭 아파트 아래층에 있는 ‘전문 잔치 식당’이다.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
11. 저는 그를 잘 알고 있습니다.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
12. 이 소설의 제목에는 ‘슬픔’이 들어가 있다. <내 사랑을 찾습니다>
13. 서양의 경우,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와 사람들이 자웅동체라서 지금과 같은 민족의식은 없었다고 합니다. <역사 권력 인간>
14. 과학책은 그동안 주로 외국 책을 번역한 번역서가 주류를 이뤘다. <과학자의 글쓰기>
15. 책을 내려면 글쓰기를 할 줄 알아야 함은 당연하다. <지구에 산 기념으로 책 한 권은 남기자>
16. 이처럼 유아적인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 외에도 히피들은 때로 부조리극을 연상시키는
추상적인 상징을 이용한다. <히피와 반문화>
17. 무슨 말씀을요, 원래 진실은 숨길 수 없는 법이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3>
18. 솔직히 말해, 그때 처음 들은 그 ‘어르신’과 관련된 이야기에 내 심정은 복잡해졌다. <의지와 운명 1>
19. 그럼, 그 모든 것을 하나로 합쳐 봐, 여호수아. <의지와 운명 2>
20. 수상시장에서 파는 기념품이나 수공예품은 가격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그다지 싸거나 특별한 매력은 없다. <방콕>
21. 다시 자신의 말에 구매 의욕을 자극받고 몸부림쳐야 했다. <아무래도 방구석이 제일 좋아>
22. 이번 코스는 고대 로마와 바로크 로마가 가장 멋지게 ‘레이어드 룩’ 효과를 내는 곳을 소개한다. <로마 걷기여행>
23. 오로르는 나비를 바라보면서 말을 잇는다. <제3인류>
// 어떤 책을 고르게 되는 어떤 방법을 상상해보세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짙은 보라색.
장르에 상관없이, 책등 디자인에 짙은 보라색이 메인으로 사용된 책들을 고른다.
/// 문장을 발견하는 스스로의 방법을 상상해보세요.
나는 1994년 연말에 태어났다.
각 책의 94페이지 가장 마지막 문단의 첫 문장을 선택한다.
//// 발견된 문장들 중 5문장을 골라서 각 문장을 이야기의 구성요소로 삼아보세요.
발단 : 나는 ‘나쁜 의도는 아니었는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전개 : 그런 나에게 몇 년 전 사랑스러운 조카가 생겼다.
절정 : 솔직히 말해, 그때 처음 들은 그 ‘어르신’과 관련된 이야기에 내 심정은 복잡해졌다.
위기 : 희망을 북돋아주는 인간적인 이야기는 6개월 전 금융시장이 그랬듯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결말 : 밖엔 바람이 불까
<일상>
나는 ‘나쁜 의도는 아니었는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배운 데 없는 남자들이 변명할 때 주로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내가 예쁜지 못난지, 결혼을 20대에 할 지 30대에 할 지, 결혼 후 전업 주부가 될지 커리어를 쌓을지, 모두 당신들 소관은 아니거늘.
귀찮은 남자들 때문에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디자인을 전공했으니 프리랜서라고 해서 일거리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졸업 후 취직한 회사 남직원들은 하나같이 나를 평가하는 말만 지껄였다.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비혼을 선언함과 동시에 회사를 관두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발칵 뒤집어졌었다. 주변 남성들은 모두 찔리는지 내게 한 마디 씩 얹었다. 내 말이 그렇게 기분 나빴니, 나쁜 의도는 아니었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선택을 뒤집은 사람들의 변명으로 과연 적절한가. 여전히 회의적이다.
프리랜서로 사는 삶은 비교적 낫다. 거래처와는 친분을 도모하기보다는 일 이야기만 하니까. 청정한 편이다. 번호를 얻고 사적으로 연락을 취하려던 남자들도 날카로운 말에 대부분 꼬리를 내린다. 남자 만나는 데에 관심이 없다보니 커리어도 쌓이고 돈도 모인다. 결혼도 자녀계획도 모두 회의적인 생각만 든다. 고양이나 한 마리 데려올까 싶다.
그런 나에게 몇 년 전 사랑스러운 조카가 생겼다. 얼마 전 결혼한 남동생의 첫 딸이다. 애 우는 소리만 들어도 진절머리를 내던 내게 변화가 일어났다. 세상에 어찌 그리도 귀여울까. 아직 세 돌 겨우 됐는데, 나를 고모 고모 하면서 매우 잘 따른다.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조카는 내 동생보다 올케를 더 닮았다. 그래서 더 예뻐 보일지도 모른다. 말도 금세 배우고 노래도 곧잘 따라 부르는 야무진 내 조카. 하지만 뒤에는 순하디 순한 성격인 올케의 안타까운 희생이 뒤따랐다. 유학까지 가서 석사를 따 온 올케는 외국계 기업에서 동생을 만났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도 한국 기업인지라, 육아 휴직을 썩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더 충격적인 건 올케의 아버지였다. 교편생활을 오래 하셔서인지 매우 고지식하셨다. 올케는 거의 스무 시간을 진통해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산통보다도 아버지의 폭언이 더 사무쳤으리라.
아들이 아니네. 이 말이 올케 아버지의 첫 마디였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 그때 처음 들은 그 ‘어르신’과 관련된 이야기에 내 심정은 복잡해졌다. 정작 시가인 우리는 딸내미 예쁘다며 둥개둥개 하는데. 부모라는 자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역시 비혼이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결혼하더라도 애는 낳지 말아야지 등 온갖 생각이 겹쳤다.
나는 올케에게 슬며시 복직을 물었다.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빠가 아들부터 낳고 얘기 하래요. 이 말을 웃으며 했다. 온 몸이 얼어붙고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올케 도대체 뭐가 필요한 거야? 깔끔한 집안 살림, 조신한 몸가짐, 혼자 예쁨 받고 혜택 몰아 받을 아들? 우리 집은 올케한테 아무것도 안 바라. 복직하고 커리어 쌓아, 안 그러면 나중에 후회해.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올케는 헤실헤실 웃는데 나는 눈물이 났다. 가슴에 가장 큰 구멍이 났을 사람은 올케인데. 울음을 삼키며 겨우 내뱉은 말은 한 마디 뿐이었다. 복직 생각도 좀 해 봐. 그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 안 되는데, 정말 그러면 안 되는데, 나는 올케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막상 그는 영문도 몰랐겠지. 세상은 어떻게 이 젊고 유능한 사람을 자궁 하나 가졌다는 이유로 마구 짓밟을까.
문득 억울해졌다. 왜 우리가 몸을 사려야 하지? 내가 죄인인가? 이 나라는 온갖 패널티를 여자 혼자 떠안는 게 영원하고 고귀한 전통인가? 참을 수 없이 들끓는 분노에 며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앓아눕고 말았다. 이전 작업에 이어지는 차기 제품 디자인 건은 보수가 꽤 괜찮았다. 하지만 도저히 일을 수락할 수 없었다. 내 근원부터 궁금한 견딜 수 없는 기분 때문이었다. 한 달 여를 집안에만 틀어박혀 눈물과 생각으로 지냈다. 그러고도 닷새 쯤 되던 날, 올케가 보내준 조카 사진 덕에 용기를 얻었다. 나는 못한 경험일지라도 괜찮다. 적어도 네가 살아갈 세상만큼은 바꿔주겠다.
언제 아팠냐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조카 사진을 프린트 해 벽에 붙여두었다. 종이와 펜을 집어 들었다. 존경하는 사돈어른께. 진심을 가득 담아 글씨를 꾹꾹 눌러썼다. 우리 어여쁜 올케의 젊음이 짓밟히지 않길 바랐다. 사돈어른이 노발대발하셔서 집안싸움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오랜 고민의 흔적 덕이었을까. 상당히 정중한 내용의 답장이 되돌아왔다. 그 길로 올케는 새로이 일자리를 얻었다고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 가슴 한가득 밀려들어왔다.
희망을 북돋아주는 인간적인 이야기는 6개월 전 금융시장이 그랬듯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오랜만에 조카를 보러 동생네 집에 놀러갔다. 문을 열자마자 늘 그렇듯 조카는 내게 달려와 안겼다. 하지만 내 시선은 집 한 구석에 꽂혔다. 웃을 수가 없었다. 커다란 김장비닐 포대에는 강아지들이 먹는 뼈다귀 모양의 인형이 한 가득이었다. 실리콘 재질의 인형은 색도 참 알록달록했다. 저게 뭐냐는 질문에 올케가 수줍게 대답했다. 새끼 강아지들 이갈이 인형이에요. 조립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또 헤실헤실 웃는 올케의 웃음에 말문이 막혔다. 나도 퇴근하고 같이 하는데 쉽고 괜찮더라, 누나. 철없는 동생의 말에 말 뿐만 아니라 숨까지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사돈어른의 답장은 모두 무엇이었나. 나를 기만하려던 속임수일까? 차마 정말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되물었다. 올케, 일 한다더니 부업까지 할 시간이 있어? 올케가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꺼낸 대답은 내가 가장 듣기 싫은 바로 그 말이었다.
다들 모른다. 몰라서 저런다. 알고 나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다. 가장 충격적이고 슬프게도, 아무도 모른다. 우리 엄마아빠마저도 내게 그냥 두라고 하신다. 하지만 나는 조카의 해맑은 얼굴을 볼 때마다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다. 어떻게 저 아이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까. 부끄러워서 고개나 들 수 있겠나. 어른들이 몰라서 그랬어, 어른들이 몰라서 네게 가장 아픈 상처를 줬어. 이게 가당키나 한 핑계인가.
나쁜 의도는 아니었어.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그들이 내게 던지던 가장 아픈 화살은 추행도 차별도 편견도 아닌, 저 한심한 핑계였다. 맞아. 그랬었다. 아무런 악의도 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뒤집어엎는 핑계. 나는 정말로 이 핑계를 대물림할 생각이 없다.
밖엔 바람이 불까. 동생 집에 다녀온 뒤로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 날씨를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실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어떤 부분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저녁 바람이 뺨에 닿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바람이었다. 까치발을 들고 옷장 위로 손을 뻗었다. 아주 가끔 피우던 담뱃갑을 꺼내 열었다. 열 개비 남짓 남아있었다.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이고 다시 옷장 위로 던져두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창틀에 엎드렸다. 유난히 향이 좋다고 느껴졌다. 지금 피우길 잘했다. 필터를 눌러 끈 뒤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켰다. 학부 때나 쓰던 그림 그리기 툴을 열었다.
푸르고 맑은 색의 배경을 먼저 그렸다. 다음으로 가벼운 숏 컷의 여성 캐릭터를 그렸다. 사랑하는 조카 사진을 올려다보았다. 과연 대한민국 어느 출판사에서 이 만화를 받아줄지 모르겠다. 까짓 거 안 되면 외국에라도 들고 나가지 뭐. 계속 그려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바른 방향의 바람이 불겠지. 바람은 이 지독한 일상을 뒤바꾸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