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 1

돌팔이

by 고양이맘마





이미지 출처 : Google




"에, 그러니까, 성도 여러분.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하와를 아담 다음에 만들었잖습니까. 그 말인즉슨, 하와가 아담보다 최신형이라 이겁니다. 그러니 우리 교회가, 에, 저번처럼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 남성도 분들은 여성도 분들 말만 잘 들으면 됩니다. 하나님이 최신형으로 만들어 놨으니, 그대로만 해라, 뭐 이런 겁니다. 겸손해지세요. 우리 남자들은, 후져서 안 됩니다."

새로 부임한 목사의 파격적인 첫 설교에 모든 성도들은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목사는 이름부터 놀라웠다. '돌'로 제단을 쌓아 '팔'을 걷어붙이고 주님을 경배하라. 이름 참 기깔나게도 지었다. 그는 이름대로 목사가 되었다. 하필 성도 이 씨라서, 주보에는 영문명이 Pastor, Dolpal Lee라고 실렸다. 이돌팔 목사, 돌팔이.

우리 어부교회는 뿌리깊은 교회다. 지역구 달란트 대회에서는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다. 규모도 커서 구내 기부금 납부 단체 중에서도 늘 가장 큰 금액을 낸다. 명절마다 온 교인이 갖가지 봉사활동을 나간다. 동네의 여타 교회들과 혹시나 경쟁이 붙으면, 어부교회를 다닌다는 게 큰 자부심이 된다.

나 또한 모태신앙이다. 할머니의 할머니부터 이 교회를 다니셨다고 한다. 나를 처음 보는 교인들도 모두 우리 할머니 이름 석 자만 들으면 껌뻑 죽는다. 아 네가 그 권사님 손녀구나. 해당 부서가 아닌데도 온갖 혜택은 다 받는다. 가끔 교회 내에서 처음 보는 어른이 날 붙들고 잔소리를 할 때가 있다. 그 때 은근슬쩍 할머니 이름을 꺼내면, 나는 언제나 면죄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우리 교회가 얼마 전 추문에 휩싸였다. 담임목사였던 사람이 은퇴하며 제 조카에게 교회를 물려주려다 들킨 것이다.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교회 내에서는 권사회 장로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뿐만 아니라 교단에서는 결국 투표 끝에 그 목사 둘의 직위를 박탈시켰다.


주일 아침이 되었다. 여느 주말과 같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기독교 방송 소리에 눈을 떴다. 나 빼고 모두 나갈 준비를 끝마쳤다. 엄마아빠는 이제 막 고3이 된 내가 교회의 추문 때문에 공부에 집중을 못할까 호들갑을 떨었다. 그럴 일은 없을 텐데. 안심을 시키자니 또 교회 일이 별 게 아니냐며 다그칠 게 뻔해 입을 꾹 다물었다.

어슬렁어슬렁, 트레이닝 복을 구겨입고 집을 나섰다. 동네 끝에 있는 교회까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걸어갔다. 개학 전 마지막 주말. 예배가 끝나면 학원을 빼 먹고 집에서 잠이나 잘까 하는 고민을 하다보니 어느 새 교회 앞에 도착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 고등부 예배실에 들어갔다.

예배 시간 내내 집중이 되지 않았다. 물론 남들은 작년 수능이 끝나는 순간부터 고2는 고3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내겐 잘 와 닿지 않는 걸. 어떡하면 마지막 주말을 보람차게 먹고 놀 수 있는지만 고민이 되었다. 어느샌가 예배는 마무리 되어갔다. 잠깐 멍 때린 사이, 저번 주에 보았던 이돌팔 목사가 단상 위에 서 있었다.

이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크신 은혜와...로 시작하는 질리도록 들은 기도. 아 드디어 끝났다. 오늘따라 예배가 너무 지루하고 졸렸다. 이제 집에 가서 옷을 그대로 벗고 침대 위에 쓰러져야지. 신이 나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총무 선생님이 단상 위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아 또 뭐야.


"자 여러분, 여기 새로 오신 이돌팔 목사님을 소개합니다. 모두 박수로 맞아주세요!"

저번 주 예배 때 들었는데요. 지루함에 한숨이 삐져나왔다. 돌팔이 목사의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그는 우리교회 청소년들이 바른 미래로 자라서... 어쩌구... 하는 늘 듣던 레파토리의 멘트를 이어갔다. 얼마쯤 들었을까. 문득 상담소라는 단어가 귀에 박혔다. 뭐? 상담소?

"다음 달부터 우리 고등부 학생들을 위해서, 에, 청소년 상담소를 열 건데, 에... 평일에는..."

뒷 내용은 들리지도 않았다. 오자마자 이렇게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목사는 처음이다. 교회 친구들 단톡방이 터지기 시작했다.


실컷 설명하더니 나가는 돌팔이 목사의 걸음걸이가 어정쩡했다. 자세히 보니 다리를 살짝 절고 있었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저 사람, 진짜 돌팔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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