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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Mar 05. 2017

고향에서 살아가기

희망을 구체화할 타이밍

출처 : 한국일보

작년에 강원도 2040 비전을 만드는

발전연구 과정에 도민참여단으로

뽑혀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2040년에 어떤 강원도가

되었으면 하는가를 두고

몇 차례 회의가 진행되었고

결과는 젊은이들이 살고 싶은 강원도,

청정 자연이 잘 보존되는 강원도였다.

이 기사를 읽고 나니

강원도의 미래 비전이,

꿈꾸는 강원도의 모습이

어쩌면 실현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젊은이들이

강원도로 올 결심을 해야겠지.

그러기 위해선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겠지.

(단, 강릉의 아름다움이 지켜지면서.

개발이 괴발이 되지 않도록

자연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조성될 것.)


고향으로 돌아오려했을 때 고민이 깊었다.

언젠가 고향으로 오려 했었다.

안정된 기반을 잡고 오려 했었다.

서른이 넘어 모은 돈도 없고

불안 불안한 직업으로 내려오려 했을때

아빠는 반대했다.

그래도 서울에서 살아야 먹고 살지.

하지만 나에게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시급한 건 내 마음의 병을 고치는 것이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인한 상처와

돈을 벌어도 모을 수 없는 서울살이에

지긋지긋했고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그나마 반백수로 산 1년 여동안

용인 라이프가 마음의 병을

조금 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여성도시라는 타이틀로

여성의 문화 생활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덕분에

여행작가 아카데미 수업을 듣고,

해금을 배우고, 캘리그라피를 배웠다.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이 모두가 무료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20년 이상 나이차가 나는 분들과 친구가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한동안 보고픈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때론 울적함에 빠지기도 했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쉬이 만날 수 없었다.

나와 놀아줄 사람은 아빠와 엄마뿐이었다.


지난해 이맘 때쯤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을 탐색하는 1년 여의 시간.

사진 찍고 여행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호수여행을 시작했고 그 사이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엄마와는 종종 새벽시장을 가고

퇴근 후에 단둘이 저녁을 먹고

가끔 밤바다 드라이브를 하고

카페에서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친구가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와 친구가 된다는 말처럼

되었고 기꺼이 부모님의 여행친구 술친구 수다친구가 되었다.

어엿한 직장을 다녀 안정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는 죄스러움,

두둑한 용돈을 드리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 한구석을 콕콕 찌르고

주변의 괜한 시선들로 보이지 않는 상처를

받곤 했었다. 그럴때마다 내 감정을 이기지 못해서 나와 싸울 때가 많았다.

그렇게 밑바닥의 내모습까지 보았다.

웃기게도 바닥을 치고 일어날 힘이 생겼다.

뭔가 하고싶은 일들이 생겼고

해야만하는 일들이 떠올랐다.


지난해 책 준비를 하고 올초 책이 나오면서,

고향에서 하는 큰 축제에 참여하는 일원이 되어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내가 구상하는 일들의 윤곽이 점점 선명해졌다.

그리고 이제 그 일들을 하나둘 시도해보는

타이밍이 되었다.

젊은이들이 할 것이 없어 떠난다는 강릉에서

난 오히려 역으로 희망을 읽었다.

그 추상적인 희망을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나의 작은 도전에서부터 구체화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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