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날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향여행자 Mar 06. 2017

내가 변했다

나부터

"기은아 넌 왜그리 욕심이 없니.

너 먹고픈 거부터 골라" 라고

동생들 과자부터 고르는 날보고

전 남친이 그랬을 때도,

"기은아 너부터 챙겨.

너도 앞가림 못하면서

누굴 챙기고 있는거니.

너가 먼저고 그 다음이 가족인거야."

쥐꼬리 월급의 팔할을

생활비에 동생들 용돈을 챙기는

나를 보며 말하던 작가 언니의 말도

예전엔 그저 듣기 싫은 잔소리였다.

그땐 그게 너무 당연한 내 의무라서

그래야 마음이 편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나를 위해준 말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립밥으로 입술을 보호하고

핸드크림으로 손을 보호한다.

나를 챙기는 작은 습관들이

요즘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예전엔 다른 사람의

부르튼 입술이 먼저보였고

거친 손이 먼저보였다.

늘 나보단 다른 사람이 먼저였다.

한편으론 누군가 그렇게

나를 먼저봐주길 내심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괜한 욕심이었다.

내가 나를 챙겨야 하는 것이었고

나부터 나를 사랑해야하는 것이었다.

나를 챙기지 않고 나를 사랑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려하는 건

헛된 바람이었다.

그걸 깨닫고부터 나는 나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안 하던 걸 하려니 노력이 필요했다.

작은 것부터라도 나를 위해 사자.

예전같으면 주저했을 선택들이

지금은 주저없이 택하게 된다.

예쁜 것이 있으면 사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고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본다.

좋은 변화다.

누군가 봤을때 이기적이라고 해도

예전같으면 그 이기적임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아닌척 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꺼이 그 말을 들어도

상관없다.

내 자신에 좀 더 솔직해진 내가 좋으니까.

나를 먼저 생각하는 내가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향에서 살아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