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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Mar 11. 2016

다시 함께 오른 갯배, 아바이마을

백조의 호수여행-청초호 2편

갯배에 올랐다. 15년 만이다. 갯배는 청호동 아바이마을과 중앙동을 오간다.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배에 다시 오르기까지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이곳은 여전하다.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직접 와이어를 끌어당겨야 나아가는 것. 500원도 채 되지 않는 왕복 뱃삯. 드라마 가을동화의 애잔한 추억까지 그대로다.   


 속초에서만 볼 수 있는 갯배

필자의 시간만 직진했다. 내가 살던 세상은 누군가를 끌어내려야 올라갈 수 있었다. 협동보다는 경쟁을 강조했다.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올라가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누군가를 상처 주면서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으면서 내려가고 싶지도 않았다. 중간을 지키는 것이 욕심이라면 욕심이었다. 결국 나는 나를 끌어내리는 편을 택했다. 자존감은 낮으면서 자존심은 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움직이는 갯배

   

6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 번 일자리를 옮겼다. 일이 손에 익을 때쯤이 떠나는 타이밍이었다. 그동안의 고생이 허사로 돌아가곤 했다. 진득하게 한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아빠는 그런 나를 나무라셨다. 그러실만하다.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딸이었다. 대학교에선 장학금 한 번 놓친 적 없는 딸이었으니 기대도 컸을 것이다. 졸업 후에 당연히 알만한 대기업에 취직하리라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박봉인 일만 골라했으니 크게 실망하셨을 법도 하다. 나 역시 그 무렵 아빠께 실망한 일이 있다. 아빠께서 친구의 딸 연봉 얘기를 하며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셨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죄송한 마음이 앞섰지만, 아빠가 미웠다. 많이 서운했다. 누구보다 나를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아빠를 잃은 것 같아서다. 그날 이후 아빠와 더 거리감이 생겼다.      


아빠(고종환) 사진-실향민들의 애환과 문화를 보존하고 아바이마을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거리감은 여행이 도와주었다. 1년에 한 번씩 엄마의 여름휴가에 맞춰 가족여행을 갔다. 여행을 가면 아빠와 나는 한 곳이라도 더 마음에 새기려고 일찍 일어났다. 엄마와 동생들은 조금만 걸어도 금세 지쳤다. 끝까지 걷는 사람은 아빠와 나 둘 뿐이었다.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아빠는 내가 고향에 오면 드라이브를 시켜주셨다.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가고, 전망 좋은 카페를 데려가 주셨다. 그러면서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가는 물꼬를 텄다.


아빠 사진 - 카메라를 든 아빠 모습을 제일 좋아했던 딸은 점점 아빠를 닮아가고 있다.


갯배가 없었을 땐 50m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5km나 빙 돌아서 갔었다고 한다. 갯배가 생기고 나서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한결 편해졌다.

어쩌면 아빠와 나 사이에도
이러한 갯배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15년 만에 아빠와 다시 오른 갯배.
       마음에도 갯배 한 척이 자리 잡는다.      

여행 꿀팁

1.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1076

2. 요금 : 편도 200원, 왕복 400원

3. 운영시간 : 04:30 ~ 23:00 (수시운행 / 승선 인원이 차는 대로 출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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