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향여행자 Mar 11. 2016

있는 그대로의 나일 수 있길, 청초호

백조의 호수여행-청초호 3편

청초호는 속초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영랑호와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석호다. 둘레는 약 5km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는 이곳을 양양 낙산사 대신 관동팔경으로 꼽았다. 경치가 매우 빼어난 곳이었음을 말해준다. 물론 지금도 아름답다. 그런데 본연의 아름다움은 잃어버린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려해졌지만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5㎞의 둘레에 잘록한 항아리 모양을 닮은 청초호

호수에 도착하면 호수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청초호는 그렇지 않았다. 우뚝 선 타워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엑스포타워다. 1999년 9월 이곳에서 강원국제관광엑스포가 열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높이는 약 74m. 이곳에 오르니 청초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와 바다의 경계가 더 모호해진다. 속초 시내는 물론 설악산도 보인다. 안내표지판에 맞춰 울산바위, 대청봉, 달마봉의 위치도 짚어본다.       


아빠 사진- 엑스포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청초호


내 모습도 짚어본다. 어렸을 때의 나와 어른이 된 나를 생각해본다. 지금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해서 ‘우와’를 연발하는 아이처럼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웃음이 많은 아이였다. 표현을 잘하던 아이였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표현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선 좋은 걸 표현하는 일은 드물었다. 싫은 걸 표현해서는 안 되었다. 표정 관리를 못해 혼난 적이 많다. 거짓말을 못하는 표정을 탓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고쳐야 할 문제였다. 그래서 가면을 썼다. 집에서마저 힘든 표정을 들키기 싫어 가면을 썼다. 기분이 안 좋아도 애써 웃었다. 그럴수록 병드는 건 마음이었다. 몸도 자잘하게 아팠다. 공통으로 듣는 원인은 스트레스. 마음 좀 편하게 하라는데 주변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 투성이었다.     


호수에서 제일 먼저 눈을 사로잡는 엑스포 타워  

그럴 때마다 훌쩍 떠났다. 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탔다. 낯선 곳이 편했다. 유일하게 가면을 벗어던져도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풍경이 주는 감동은 자연스레 감탄사가 나오게 했다. 좋으면 좋은 대로 표현했다. 웃음이 많던 나로 돌아갔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을 여행을 하며 경험했다. 그저 아는 거라곤 이름뿐. 어떤 위치의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이 통하는 것이 중요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하나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친구가 되었다.

  어떤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충분하다는 걸 가르쳐주었다.   

엑스포타워의 야경을 보며 속초 여행의 마침표를 찍다.


어른이 된 나는 다시 둘로 나뉜다. 여행을 좋아하기 전의 나와 여행을 좋아하는 나. 그동안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살았던 내가 여행이란 옷을 입고서야 편해졌다.

편해졌다고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다.
여전히 불안하다.
       그럼에도 지금이 좋다.      

여행 꿀팁   

1. 호수 및 엑스포타워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엑스포로 75

2. 엑스포타워 요금 : 어른 1,500원, 청소년 및 군경 1,200원, 어린이 800원 (강원도민의 경우, 신분증을 제시하면 50% 할인됨.)

3. 운영시간 : 09:00 ~ 21:30 (연중무휴)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함께 오른 갯배, 아바이마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