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어떻게 같이 일을 해요?
아빠랑 어떻게 같이 일을 해요?
아빠와 여행 삼아 일 삼아 다닌 지도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간다. 호수를 돌아보는 여행을 시작으로 곳곳의 여행지를 취재하며 아빠는 사진을 찍고 나는 글을 썼다. 그러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아빠랑 어떻게 같이 일을 하느냐고. 평소 아빠와 나는 집에서 서로 말이 없다. 그나마 일을 같이 하기 때문에 대화를 하는 부녀다. 다른 사람들한텐 상냥하면서 자신에겐 무뚝뚝하게 대하는 것에 섭섭하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다.
의외로 아빠와 일을 하는 부분은 잘 맞았다. 서로 부족한 면을 잘 채워주기도 한다. 취재를 다니면서 아빠가 함께여서 좋을 때가 많았다. 혼자 취재를 가면 사진을 찍고 자료수집까지 해야 했다. 그런데 함께 취재를 가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인터뷰를 하러 갈 때도 그렇다. 온전히 인터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을 갈 때도 아빠와 함께라서 든든했다. 그렇게 한 곳 한 곳 추억이 되고, 한 편 한 편의 여행기가 모여 책이 되었다.
최근 문을 연 소집 역시 아빠와 함께 열게 된 공간이다. 공간 준비는 또 달랐다. 의견 충돌이 잦았다. 좀처럼 의견을 좁히기 힘들 때면 서로 모진 말들을 뱉어내기도 했다. 뒤돌아서면 바로 후회할 걸 알면서도 그랬다. 소집의 첫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아빠가 담은 동네 풍경을 보면서 나보다 훨씬 더 세심하게 마을을 알아가셨구나를 느꼈다. 오픈은 할 수 있을까 두렵고 막막할 때도 아빠가 있어서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었다. 여유롭지 않은 예산에서 사고 싶어도 끙-하고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런 건 모두 아빠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마당에 평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아빠는 남은 의자들을 활용해 평상을 만들었고, 버려진 아크릴판을 활용해 전시 안내판을 만들어주셨다. 출입문 옆에 휑한 공간을 작은 꽃밭으로 만들어주셨다. 창고 진열장 역시 버려진 책장으로 만들어주셨다. 아빠의 평상, 아빠의 안내판, 아빠의 꽃밭, 아빠의 진열장. 하나하나 아빠의 손때 묻은 추억이 되었고, 아빠의 이야기들이 소집 곳곳에 자리 잡았다.
얼마 전 소집을 온 언니가 아빠의 사진들을 보면서 문득 자신의 아빠가 보고 싶어 안부 연락을 드렸다고 한다. 언니 역시 평소 아빠에게 표현을 잘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소집에서 머무르며 아빠랑 같이 오고 싶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빠께 같이 소집에 오자며 강릉 여행을 기약했다고 한다. 이렇게 또 누군가에겐 아빠를 떠올리는 장소가 되기도 하는구나를 느꼈다.
언제까지 아빠랑 함께 시간을 이어갈지는 모르겠다. 영원하지 않아서 하루하루가 귀해야 하는데 현실은 또 그렇지도 못하다. 힘들면 힘든 대로 표정이 말해줄 테고, 때때로 상처를 주기도 할 테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은 웃는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늘 그랬듯 아빠는 사진으로, 나는 글로 마음을 표현할 테고, 때때로 술의 힘을 빌려 섭섭한 감정을 풀어낼 거다. 그럼에도 이 순간들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언젠가 이 또한 짙은 그리움이 될지 모르니.
마지막으로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서 이렇게 글로 대신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아빠, 아빠가 있어서 늘 든든합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