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누아리, 안녕한가요?

지누아리를 먹는 밥 한 끼에서 출발해 강릉 해녀를 만나는 여정까지

by 고향여행자

<지누아리를 찾아서> 탐방은 함께 밥 한 끼를 먹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무엇이든 멤버의 일부는 먹어본 적이 있지만,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지누아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맛인지 알고 시작하는데 마음을 모았다. 지누아리가 밑반찬으로 나오는 식당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을 찾았다. 오솔길 식당이다. 하마터면 못 먹을 뻔했다. 미리 예약을 한 덕분에 지누아리를 겨우 먹을 수 있었다. 요즘 많이 귀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반찬으로 잘 내놓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전화 예약을 하면서 지누아리부터 찾는 우리를 의아해하기도 했다.


입맛 돋우는 반찬들이 가득한 오솔길 식당. 밥 두 공기를 뚝딱 했다.

30년 넘게 식당을 하면서 지누아리 반찬을 내놓으셨는데, 그 흔했던 지누아리가 지금은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지금 내놓는 것도 작년에 건조한 지누아리라고 한다. 이 지누아리를 어디서 구하는지 여쭤보니 중앙시장의 한 상점을 알려주신다. 거기로 가보라고 한다.

오랜만에 맛본 지누아리. 바다향 가득 입안에 퍼진다.

며칠 뒤, 초코 님과 무무 님과 함께 셋이서 그 상점을 찾아 나섰다. 해진상회라는 상호명 하나만 아는 게 전부였다. 정확한 위치는 모른 채 시장으로 들어섰다. 그 많은 가게 중에 어떻게 찾아야 하나 내심 걱정했는데 시력 좋은 무무 님 덕분에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웬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들어오나 경계의 눈초리로 보셨다가 오솔길 식당 사장님이 알려주셨다고 하니 금세 경계심을 푼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건어물 가게를 하고 계신 최일용 선생님.


3대째 건어물업을 이어가고 있는 해진상회. 중앙시장의 산 역사인 분을 만났다.


지누아리에 대해 물으니 곧바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신다. 지누아리가 언제 나는지부터 이야기해주신다.

(사투리로 말씀해주신 그대로를 담았다. 용어가 생소하더라도 이해해주길 미리 부탁드린다.)

“지누아리가 나는 기간은 1년 내내 나요. 분추(‘부추’ 강릉 사투리) 알죠. 또 나잖아요. 바다에 분추 같이 나요. 5, 6월 성수기라서 많이 자라요. 오염이 되다 보면 잘 안 자라요. 그래서 이게 귀해진 거예요. 이게 이제 8월 달로 가면요. 색깔이 이렇게 좋아지지 않아요. 낙엽진다고 하잖아요, 가을에. 5, 6월에 파랗잖아요. 가을에 낙엽 지듯이 색깔이 불그스름해져요. 지누아리 가치가 조금 떨어지죠. 겨울철에는 보통 안 하게 되고."


3,4월부터 하는데. 올 3,4월에 잘 안 나니까 귀해지지. 금년에는 (고성의) 대진, 거진 거의 안 나와요. 여러번 전화를 했는데 해녀가 없다고 해요.


최일용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누아리가 정말 귀해졌음을 실감했다.


강릉 지누아리가 품질이 좋다고 한다.


요 근방에 정동, 안인, 거기에 지누아리 품질이 좋아요. 대진, 거진보단 여기가 더 나아요. 전반적으로 나는데 같은 바닷물을 먹고 컸는데도 차이가 나요. 제가 생각할 때 바위에서 영양분이 나오는데. 오염이 덜 된 곳에서 지누아리가 나는 거 같아요. 작년보다 많이 귀해졌어요. 강릉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이 잡숴서 전라도 가 있는 사람, 충청도 가 있는 사람, 경기도 가 있는 사람들이 선호하는데. 먹어보니 맛있거든요. 그래서 지누아리 지누아리 하는거죠. 지누아리를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삼척에서도 나는데 거기 사는 사람들이 해먹을 줄 몰라서 몰라요. 삼척서는 진주바리라고도 한다고.”


지누아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주신 최일용 선생님.

이어 지누아리의 분포도까지 풀어내 주신다.

지누아리가 38이북 경계선서부터 울진까지 나는데. 그 밑으론 없어요.


"그 밑으로 가면 톳이 있어요. 서해안도 안 나요. 지누아리가 어떤 때는 확 많이 나고. 그건 알 수 없어요. 어느 때는 양이 많았다가 어떤 때는 적게 났다가. 농사도 어느 때는 풍년이다가 어느 때는 흉년이다가. 그런 거죠. 바다도 농사나 한 가지에요."


지누아리가 동해안에만 난다는 사실도, 강릉 바다의 지누아리가 가장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지누아리를 알아야 강릉 사람이라고 했던 어르신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 왜 그렇게 강릉 사람들은 지누아리를 좋아하는 것일까.


“옛날에는 반찬용을 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 가지고 갈 때 반찬이 마땅치 않으니까. 지누아리가 옛날엔 흔했거든요. 지누아리로 장아찌를 해보니 맛있거든. 이렇게 해서 많이 먹게 됐다고. 근방에선 강릉이 제일 크잖아요. 먹어보니 맛있으니 맛있다 맛있다 해서 번져 나간 거죠."


강릉이 지금도 80%가 강릉에서 소비가 돼요. 강릉 사람들이 많이 먹어요. 명절 때 되면 딸들이 오고 며느리도 오고 여기 있는 부모들이 만들어서 갈 때 싸 준다고요. 자꾸만 번져 나가는 거예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장사를 오래 하면서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여름 반찬으로 괜찮은게 뭐냐면 변질이 안 되니까. 다른 건 변하는데 반찬 해놓으면 변하질 않아요.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 흔하디 흔해서 묻혀 먹기 시작했다는 지누아리. 1954년도부터 시작한 아버지의 건어물업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를 이어 하게 되셨다는 최일용 선생님.

대를 이어 건어물업을 한 지도 50년이 훌쩍 넘으셨다.

그때는 지누아리에 대해서 신경도 안 썼어요. 지누아리는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한 해초에 불과하구나 생각했지. 이게 귀하고 맛있고는 몰랐어요. 몰랐는데 자꾸만 귀해지니까. 뭐든지 귀해지니까 돋보인다니까.


이제는 너무나 귀해진 몸이 된 지누아리. 지누아리를 구하기 위해 곳곳에 전화를 해서 지누아리를 구하고자 애를 쓰지만 정말 쉽지 않다고 한다.


사방 전화하죠. 장사를 해야 하니 사방 전화해야죠. (해녀들에게) 요즘 좀 나오느냐고 물으면 전혀 안 나온다고. 아예 안 나온다고. 해녀들이 그래요. 밥 굶어 죽겠다고 해요. 바다에 나는 게 없으니까. 안 나온다고 그래요.

생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것에 마음이 덩달아 무거워졌다. 언제부터 이렇게 귀해진 것일까.

귀해진 지가 10년 세월 된 거 같아요.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커졌다. 지누아리를 사러 오는 분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분이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에겐 생소하기만 하니. 지누아리를 보기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지누아리를 기억하는 사람들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귀한 이야기를 허물없이 나눠주신 최일용 선생님께 다시 한번 더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3대째 이어오는 건어물 가게, 해진상회.




몇몇 반찬 가게에서 지누아리 반찬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찬 가게를 찾아 나섰다. 한 반찬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지누아리 반찬이 있는지 물으니 있다고 한다. 장으로만 묻힌 지누아리 무침과 각종 양념이 고루고루 섞인 지누아리 무침, 두 가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어떻게 만드는지 좀더 자세히 여쭙고 싶었지만 계속 반찬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어서 인터뷰는 다음을 기약했다. 지누아리 무침을 반근 산 후 발길을 돌렸다.

시장을 거닐면서 그제야 곳곳에 진열돼있는 지누아리가 보였다. 예전엔 무심코 지나쳤을텐데. 관심이 생기니 눈에 들어왔다. 발견할 때마다 반가웠다. 지누아리를 물을 때마다 상인들뿐 아니라 손님들도 한두 마디씩 지누아리 이야기를 더해주셨다.


우리 시어머니가 참 맛있게 해주셨는데. 나는 할 줄 몰라서 못 먹은 지 오래됐어.

관심을 가지니 보이기 시작하는 지누아리.

저마다 지누아리에 대한 추억담 하나씩은 품고 있었다. 지누아리로 이야기의 물꼬를 트는 그 자체로 기쁨이었다. 이어 초코 님의 어머니가 아는 해녀 상인을 찾아 나섰다. 그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상인 분들에게 물어물어 그를 찾을 수 있었다. 골목골목을 지나 미역을 손질하는 분을 발견했다. 어쩐지 우리가 찾는 그 사람일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느낌은 예상적중이다.

지누아리 여정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


많이 바쁘신 듯하여 괜히 방해가 되진 않을까 조심스레 인터뷰를 요청했다. 박옥자 해녀 선생님의 대답에 우리 세 사람은 일제히 그에게 반하고 말았다.


손이 바쁘지 입이 바쁘나. 입으로 떠드는 건 괜찮아요.


호쾌한 분이셨다. 보자마다 웃음꽃을 선물하는 분이다.


첫 만남부터 호쾌함에 반해버린 박옥자 해녀 선생님.


그는 70 평생 강릉 금진해변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셨다. 어릴 때부터 물에 들어가셨다고 한다. 금진해변에 딱 두 명의 해녀가 있는데 그 중 한 분이라고 한다. 제주 해녀가 아닌 진짜 강릉 해녀를 만나는 뜻밖의 행운을 선물 받았다.


“우리는 미역 바위를 사가지고 하잖아. 어촌계에 다가 미역 바위를 사다가 하잖아. 허가증이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어. (내가) 그 허가증이 있는 사람이야. 거기는 허가증 없으면 못 들어가. (허가증 없이) 들어가면 해경에 신고를 해. 벌금이 100만원. 모르고 들어가는 사람들 많은데 함부로 들어가는 게 아니야.”


지누아리의 안부를 물었다.


옛날엔 많이 돋았는데. 물 변화로 온난화로 안 돋아. 그래서 자꾸자꾸 비싸져. 옛날에는 미역도 많고 뭐든지 물자가 흔했는데 이제는 귀해. 뭐든지 귀해. 물이 변화가 생기잖아. 물이 뜨시잖아. 바다풀이 물이 차가워야 해. 눈도 오고 얼고 녹아야 나물이 잘 돋거든. 올 겨울이 뜨셨잖아. 물이 자꾸 변해서. 돋질 않아서 없어. 그러니 귀하지.


누구보다 가장 여실히 바다의 변화를 체감하는 박옥자 해녀 선생님.


지누아리 뿐 아니라 바다에 나는 모든 것이 귀해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누구보다 가장 여실히 바다의 변화를 체감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걸 체감한 지 20년 정도 된 거 같다고 하신다. 요즘은 물질을 보통 몇 시에 하는지 물으니 새벽 5시 반, 6시면 들어간다고 한다. 보통 3~4시간 물질을 한다고 한다.


“안 할 수가 없어. 아저씨가 없지. 큰아들 교통사고 나서 장애인이지. 작은 아들 높은 데서 떨어져서 요양원에 있어. 이렇게 벌어서 요양원 생활비 보내고 생계를 유지하는 거야. 손님들 보고 그러지 '같은 값이면 제 걸로 해주세요' 하죠. 사람이 생계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더라고. 해주면 고맙고 안 해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날 좋으면 거의 들어간다고 봐야지. 조금 있으면 성게 잡거든. 미역은 끝나니까.”


묵직한 삶을 덤덤하게 풀어내는 모습에서 괜스레 마음 먹먹해졌다.


물질을 하더라도 아저씨는 내가 물질하는지 몰랐지. 얘기 안 했지. 우리 아저씨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보고 요조숙녀라고 했는데. 시장에 나오니까 말이 많아지더라고. 설명을 해야하니까. 말이 많아지더라고.


자신이 물질을 하는 걸 숨겼던 박옥자 선생님. 남편이 영영 모른 채 세상을 떠났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두 아들을 위해 생업으로 장사를 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되었다고 한다. 손발이 성하지 않다면서 몸이 많이 아프다고 말씀하신다. 그럼에도 아픈 내색하지 않고 손님들을 밝게 맞이하셨다. 단골손님도 꽤 많을 것 같다. 매일 나오는 게 아니라서 단골손님들에겐 미리 소식을 전한다고 한다.


“어제 같은 건 홍합 자연산 따왔는데. 전화를 하지. 오늘은 자연산 홍합이 왔습니다. 문어가 나왔습니다. 해삼이 나왔습니다. 필요한 사람들한테 드리지. 꼭 필요하다고 하니까 하는 거지.”


호기심 많은 우리의 궁금한 점을 찬찬히 설명해주는 넉넉한 마음까지. 마음 든든해지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찾아간 날 전날에 오랜만에 장사를 하러 나오셨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인가 물었다.


물에 못 들어가는 게 문제 아니고 사람들이 안 사가니까 못 들어간 거지. 못하는 거지. 장사 못했어. 그냥 내 집에 먹을 거나 하고 마른 미역 말려 갈 거 하고 그랬지 뭐.

사는 사람이 없어서 한동안 물질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제 처음 나왔어. 오늘 나오고. 사람이 없으니 안 팔리더라고. 하루 종일 고생하고 파니까. 팔려야 재밌지.”


그때 단골 손님이 등장하셨다.


오랜 단골과의 뜻밖의 만남. 웃음꽃 만발한 순간이다.
잔조름한 걸로 줘. 잔조름한 거.


우리 셋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잔조름한 게 뭐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읽은 단골 손님과 박옥자 선생님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부드럽고 여린 걸 의미한다고 알려주신다. 함께 덩달아 웃는다. 오랜 단골과의 뜻밖의 만남 또한 선물이었다.


박옥자 선생님은 지누아리를 생으로 파는 유일한 분이기도 하다. 생 지누아리와 건조된 지누아리. 맛의 차이가 있을 거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다.


생인 건 오돌오돌한 맛 나고 마른 건 불궈야(불려야) 하니까 연한 맛이 나지. 생인 건 보관을 하는 게 아니고 생 거 오면 다듬어서 팔아. 그러면 그걸 싹 씻어서 생 걸로 묻혀 먹는거야. 간장으로 묻혀 먹으면 다 먹을 때까지 오돌오돌하지. 바다향도 나고. 건조한 건 말랐으니까 바다향이 들하지.”


생 지누아리를 판매하는 날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만남을 기약했다.


초코 님과 무무 님과 나는 보물찾기 하듯 설렘이 가득한 <지누아리를 찾아서> 여정을 한껏 만끽한 하루였다. 마음 두둑해지는 보너스를 선불로 받은 기분이다. 늘 오늘 같을 순 없겠지만 오늘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앞으로의 여정에 큰 힘이 될 거라는 걸 예감한다.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도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발견될 시,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