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향여행자 Dec 26. 2020

소집, 2020년을 돌아보며

소집지기 2년 차, 9번의 전시, 2021년 준비, 첫 전시회 이야기  

안녕하세요, 소집지기 고기은입니다. 소집의 16번째 전시회이자 2020년 올해 마지막 전시회인 <나는 강릉에 삽니다, 나는 강릉을 삽니다>가 내일이면 끝이 납니다. 살아가는 강릉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강릉에 삽니다> 책 이야기와 강릉 이야기를 품은 디자인 샵. 바이라다와 함께 컬래버레이션으로 연 전시회였습니다.     

조심스럽고 무거운 시기여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진 못했지만, 예약제를 통해 관람하러 와주시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전시였습니다. 오고 싶지만 올 수 없는 마음 또한 절실히 느끼기에 며칠 전엔 그 아쉬움을 덜고자 랜선으로 북토크를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 덕분에 기운 나는 겨울밤이기도 했습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오늘 저녁에 저자분 몇 분과 함께 랜선 송년회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작은 낭독 북콘서트를 계획했는데 소규모로 모이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무엇보다 서로의 안전이 제일 중요한 시기이기에 부득이 이렇게 홀로 올해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소집의 2020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 합니다. 그러면서 내년의 소집은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달라지는 몇 가지도 함께 공지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2021년 새해 첫 전시회도 예고해드릴 예정입니다.


9번의 전시,

온라인으로 전하는 전시 이야기, 소집이야기여행  

우선 올해는 모두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게 되면서, 많이 힘든 해를 보냈는데요. 저 역시도 공간을 꾸려가는 한 사람으로서,  많이 어려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아프지 않고, 무탈한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한 해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이겨나가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깊은 침체기 속에, 불쑥불쑥 우는 날도 많았습니다.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이것저것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그 힘든 시기 속에서, 함께 힘을 주고 힘든 걸음을 함께 해주신 감사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어려운 시기 속에 소집에서 전시회를 함께 해주신 작가님들 한 분 한 분께 깊이 감사합니다.      


2020년엔 9번의 전시가 열렸습니다.  선미화 작가님의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 전시회를 시작으로,  고종환 작가님의 <소집 1년을 돌아, 봄> 사진전, 백지현 작가님의 <풀잎을 들어보면> 전, 진주 일러스트 <취미는 그림> 전, 최윤정 작가님의 <관동산수> 전, 마혜련 작가님의 <관계 속 사이의 온도> 전, 스토리인 강릉 팀의 <아카이브 강릉 : 박물관 이야기> 영상 전시회, 무엇이든 팀의 <지누아리를 찾아서> 강릉 이야기전, 소집과 바이라다 컬래버레이션 <나는 강릉에 삽니다, 나는 강릉을 삽니다> 전시회까지 이렇게 올해 9번의 전시가 열렸습니다.


주저앉은 마음을
일으켜주고,
소집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올해 첫 전시회였던 선미화 작가님의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 전시회는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 19가 심각해지면서 전시 도중 오랜 시간 임시 휴관을 하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전시회를 준비했을 작가님께 미안한 마음도 큰 시기였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연희별곡 팀과 북콘서트도 계획돼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무산된 시기라 착잡한 마음이 계속됐는데요. 돌아보니 그 덕분에 작가님의 전시 제목처럼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을 더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고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를 함께 해준 미화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어 더욱 깊이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때 임시휴관기간 동안 가만히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시작한 것이 “소집이야기여행” 유튜브 채널이었는데요. 전시회를 보러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태교 중인 동생을 위해, 한 편 한 편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11개월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사이 소중한 첫 조카도 무사히 태어나고, 어려운 시기 속에도 전시회도 꾸준히 이어가고, 온라인으로 전시회 이야기를 계속 전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뷰레이크타임 쌍호 편에서 썼던 글이기도 한데,  돌아보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한 것은 늘 위기를 맞았을 때인데요. 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이 곧 나를 지키는 힘을 기르는 것이기도 한데 그 말을 다시 한번 새기는 한 해이기도 합니다.

    

4월 24일. 소집이 문을 연 날이 다시 찾아왔었는데요. 다시 찾아온 봄, 아버지 소집지기와 함께 <소집 1년을 돌아, 봄>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코로나19 시기만 아니었다면, 원래는 소집에서 백일장을 열고 작은 마을 축제를 계획했었습니다.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기도 합니다.  날이 좋아지면 꼭 열고 싶습니다.     

  


첫 개인전을 이곳 소집에서 꼭 하고 싶다며 오랜 시간 전시회 준비를 하셨던 백지현 작가님.  지난 6월 <풀잎을 들어보면> 전시회로 첫걸음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을 들여다보며 싱그러운 마음을 다시 회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지현 작가님.      



진주 작가님의 <취미는 그림> 전시회를 하면서 여행 못 가는 마음을 달랬습니다. 마음 편히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산과 바다를 매일 그림으로 여행했습니다. 귀여운 냥이 초담이를 만나기도 했고요. 지금도 매일매일 부지런히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답니다. 말없이 위로를 건네는 냥이를 보면서, 힘을 얻기도 합니다. 진주 작가님 감사합니다.      



여름을 지나 좋아하는 가을이 찾아왔을 때, 최윤정 작가님의 <관동산수> 전시회를 열면서 작가님의 좋은 에너지 가득한 작품들 덕분에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 특별히 아이들을 위한 그림 클래스를 열어주었는데요. 아이들이 소집을 그리는 시간을 통해 다시금 소집을 하는 이유를 되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금전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시기였고, 개인적으로 마음 무거운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심적으로도 마음이 어둡고, 아픈 시기였습니다. 최윤정 작가님이 종종 그 마음을 헤아려주시곤 했는데요.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얼마 전에 작가님께서 수상을 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제 일처럼 기쁘더라고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가을과 겨울의 사이에서 열린 마혜련 작가님의 <관계 속 사이의 온도> 전시회는 담백한 작품들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자연과 나 사이, 동물과 나 사이, 오늘의 계절과 나 사이, 일상에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의 사이에 대해 깊이 되짚어보는 시간을 선물해주었습니다. 마혜련 작가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소집에서는 늘 보통 한 달 동안 전시회를 열곤 하는데요. 11월에 4일 동안 열린 짧은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최진영, 정금희, 문현선, 구운회. 스토리인 강릉 팀의 <아카이브 강릉 : 박물관 이야기> 영상 전시회인데요.  

강릉에서 '수집'의 결과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운영하는 수집가의 이야기를 기록한 영상을 상영하는 전시회였습니다. 강릉 커피박물관 최금정 관장님, 동양자수박물관 안영갑 관장님, 환희컵박물관 장길환 관장님의 수집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보았다면 좋았을 영상 전시회인데, 아쉬운 마음이 큰 전시회입니다.      


이어서 진행된 전시회는 무엇이든 팀의 <지누아리를 찾아서> 강릉 이야기전이었습니다. 저도 무엇이든 멤버로, 올 초부터 이 프로젝트를 기획해 6개월 동안 함께 지누아리를 찾아 나섰는데요. 그 여정을 풀어내는 전시회여서, 더욱 각별한 마음이 컸습니다.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영상, 노래, 책, 요리, 그림이 어우러진 전시회로, 안전하게, 여유로운 관람을 위해  예약제로 진행을 했었는데요. 한 분 한 분이 더욱 귀 기울여 듣고, 봐주시고, 소중한 이야기를 남겨주시는 전시회여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고, 여전히 여운이 오래갑니다.      



올해 소집의 마지막 전시회는 <나는 강릉에 삽니다, 나는 강릉을 삽니다> 전시회인데요. 살아가는 강릉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나는 강릉에 삽니다> 의 출간을 기념하는 전시회이자, 강릉 이야기를 품은 디자인샵, 바이라다의 굿즈를 만나는 전시회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전시회가 끝이 나는데요. 연말쯤이면 나아지겠지. 함께 도란도란 모여 앉아 살아가는 강릉 이야기를 나누며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상황이 더 악화가 되어서 속상한 마음도 크고, 아쉬운 마음도 큽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서로의 건강을 지켜주며 안녕을 빌어주는 시기이기에 이렇게 온라인으로, 글로 대신하여, 올해의 소집을 돌아보고,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021년 새해 첫 전시회 소집,

아버지 소집지기의 기획전

우牛 2021 고종환 사진전

내년 소집의 첫 전시회는 아버지 소집지기가 오랜 시간 기획하고 준비한 <우牛2021> 사진 전시회입니다. 사진작가인 고종환 소집지기는 1961년 신축년에 태어났습니다. 강릉 병산동에 1973년 소의 해에 지어진 우사를 재작년에 발견했습니다. 2019년 4월 24일 이야기를 쌓아 나가고자 하는 저와 아버지의 바람을 담아 공간을 재생해 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사람을 맞이하는 소집지기가 되었습니다.       



고종환 작가는 자신이 태어난 신축년이 돌아오는 2021년 소의 해를 각별하게 생각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조심스러운 시기 속에서, 소들의 여정을 담아냈는데요.


대관령, 인제, 홍천, 청도 등
소를 찾아 나선 여정 속에서
변화하되 변함없어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소집지기의 네 번째 개인전이자, 기획전이기도 한데요. 2021년 신축년에 다시 활력을 찾는 첫걸음을 내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

용기를 잃지 않고 나아가기 위한 자구책  

소가 떠난 후 쓸모없어진 공간이 재생되었듯, 소집에서 나 자신을 재생하는 길을 찾아가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앞으로의 전시회는 계속 관람 예약제로 운영을 합니다. 또한 소집 유튜브 채널 ‘소집이야기여행’을 만들어 온라인을 통해서도 꾸준히 전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년부터 달라지는 것이 있는데요. 기획전과 초대전 전시회에 한해서, 관람료를 유료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소집의 모든 전시회의 관람료는 무료였습니다. 무료로 진행되다 보니, 늘 오해를 받는 것이 기관에서 하는 곳인지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 시간을 빌어 소집은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라는 것을 다시금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 걸 알게 되면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도통 수익이 나지 않는 공간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고, 고정 지출비는 어떻게 감당하는지, 저보다 더 걱정이 큰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물론 여유로운 형편도 아니고, 유지해 나가는데 힘든 점도 많고, 말 못 할 고민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관람료 무료를 이어간 것은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서, 방황할 때 마음을 잡아준 분들 덕분에, 고향에서 조금씩 정을 붙이며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꼭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3년 차가 되었을 때, 때아닌 개인적인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긴히 이야기를 다 풀지는 못하지만, 그 당시에도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잡아준 분들이 계셨습니다.      


다시 용기를 내었고, 그 당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동해안 유휴공간 청년 창업 공간 지원사업에 도전을 했습니다. 공간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아버지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발품을 팔아주시고, 마음을 써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서 공간 조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들이 함께 걸음을 맞춰주셨고, 그 덕분에 소집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간이기에, 소집은 오신 분들과 그 마음을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청년’이 하는 공간이라는 것이, ‘지원사업’을 받은 공간이라는 것이 어떤 분들에겐 못마땅하게 보이기도 했고, 냉혹하게 평가를 받아야 할 때가 많아서, 마음이 무거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았던 것은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더 많은 덕분이었습니다.     


소집을 하는 하루하루가 제가 성장하는 하루하루이기도 합니다. 소집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람 때문에 괴로운 일이 많고, 피하고 싶은 순간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을 맞이하는 공간을 하면서 소극적인 마음을 극복해나가고 있습니다.


소집 전시 관람 유료화는 찾는 이, 맞이하는 이가 모두 서로에게 존중감을 갖기 위한 자구책이자, 앞으로 소집이 계속 꾸준히 이어가는 데 있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자생을 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합니다. 오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니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빕니다.


올해 귀한 발걸음 해주신 모든 분들,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 다시 한번 더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함께 이야기를 쌓아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 마음 편히 뵙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무탈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유튜브 채널 '소집이야기여행', 전시회 작가님들과 나눈 전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myQxymt0_2A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 뵙겠습니다만 질문해도 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