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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Apr 29. 2023

인내하며 나아간 시간이 스며든 그림들을 마주하다   

주재환 수채화전 <바람과 물빛> 이야기, 소집  


요즘 소집에서는 주재환 작가님의 <바람과 물빛> 수채화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주에 이르렀는데요. 이번 전시회는 소집 4주년을 맞이한 특별 초대전으로 열리는 전시회이기도 합니다. 몇 해 전, 주재환 작가님의 <해풍> 작품을 보고 매료되어 꼭 소집에서 전시를 열어주시길 바랐습니다. 그 바람이 드디어 이번 4월에 이루어졌습니다. 특별한 달을 맞이하여 흔쾌히 초대에 응해주셔서 이번 전시를 열 수 있었습니다.      


주재환 작가님의 낡은 어선, 시골 풍경 등 시간의 흔적을 담은 작품들은 2019년 4월 24일, 소를 키웠던 공간에서 이야기를 키워가는 작은 갤러리 공간으로 재생된 ‘소집 갤러리’의 시간적, 공간적 의미와 닮아 있는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각별합니다.


해풍-세월, 2021, 주재환 작.

주재환 작가님은 강릉에서 태어나고 자라셨는데요. 오랜 시간 미술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창작 활동을 이어오셨습니다. 주재환 작가님은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있고, 산이 있는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강릉이 참 좋다고 합니다. 마음의 고향 같은 자연이 창작 활동을 하는데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특히, 가까이에 있는 항으로 자주 나가신다고 해요. 그곳엔 어부들의 진한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낡은 어선들과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고 합니다. <해풍> 작품들은 그런 오랜 시간 세월 속에 풍파에 시달리면서, 페인트가 벗겨지고 또 벗겨지면 다시 칠하고, 또 벗겨지고 하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낡은 어선들의 형태들을 왜곡시키지 않되, 현상적 시각보다는 오랜 세월의 삶의 두께를 관념적이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데요. 수채화가 갖고 있는 고유한 맛을 잃지 않으면서 수채화 재료의 속성상 가볍게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극복하면서 결코 가볍지 않고 깊이 있는 수채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주재환 작가님은 그렇게 변화무쌍한 자연의 감동을 수채화란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성을 구축하고, 온갖 물상들이 지닌 그들의 소리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님입니다.    

  

항구, 2022, 주재환 작.


전시회를 찾아주신 분들은 요즘 수채화 작품이 많이 귀한데, 이렇게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는데요. 주재환 작가님께선 수채화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있다면서, 적당한 물을 머금고 그것이 종이에 발색이 될 때, 그 묘한 매력이 참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관되게 수채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연, 2021, 2022, 주재환 작.

작가님은 요즘 연꽃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연> 작품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쭤보았는데요. 어느 날 경포호수에서 활짝 핀 연꽃들을 보면서 연꽃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해요. 연꽃이 지면서 연자들이 눈에 들어오고, 또 연꽃이 불교에서 윤회의 의미를 담고 있어 이러한 생각들이 깊어지면서 인생을 닮은 연꽃을 표현해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연 시리즈는 꾸준히 작업해 볼 계획이라고 합니다.      


작가님은 관람객들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 작품들을 편하게 봐주길 바라셨는데요. 찾아주신 분들이 남겨주신 글에도, 그러한 작가님의 마음을 느끼고 돌아가신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정겨운 그림 속에서 과거의 고향을 떠올리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 연꽃, 어선, 바다 늘 보던 것들인데 작가님의 시선을 통해서 한결 아름답고 마음이 편해진다는 소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느끼며 힐링을 했다는 소감, 보고 느끼고 배우고 간다는 소감 등 귀한 글선물도 많이 남겨주셨습니다. 찾아주신 마음과 남겨주신 마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어느 봄날, 2023, 주재환 작.


자작나무-겨울, 가을, 여름, 2023, 주재환 작.


주재환 작가님은 오랜 시간 붓을 놓지 않고 창작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오래 작업을 이어온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강릉에 살면서 자연을 통해 느끼는 위안이 크다고 하며, 그 덕분에 사이사이 힘든 순간에도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늘 잊지 않았던 마음은 ‘결국 작품이 좋아야 한다’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냉엄하게 자신을 인내하며 나아가셨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작품을 그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4월 24일. 사이사이 이야기를 쌓아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2019년 문을 연 소집은 그동안 이야기를 품은 작가님들이 용기 내 이야기를 풀어내주신 덕분에,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마주하며, 공감해 주신 관람객들 덕분에 힘을 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만나러 많이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안녕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이미지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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