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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May 13. 2023

유한한 시간 속에서 온전히 살기 위해 필요한 균형

이혜윤 개인전 <쓸모의 균형> 전시 이야기, 소집

요즘 소집에서는 이혜윤 작가의 <쓸모의 균형>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회는 지난 5월 3일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이번 전시는 조금은 짧은 기간 동안 열리는 전시회입니다. 시작하자마자 막바지에 이른 거 같아 아쉬움이 크기도 합니다.  <쓸모의 균형> 전시회는 이혜윤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입니다. “쓸모의 균형”을 주제로 전시를 여는 건 두 번째인데, 첫 ‘쓸모의 균형’ 전시보다 지금이 더 균형 잡힌 상태가 되어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 균형을 겨우 잡고 나서 이 시리즈를 시작한 때였는데 이제 균형 잡힌 그 안에서 편안히 흔들거리기도 하고 즐기면서 지내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혜윤 작가는 현재 원주에서 작업을 하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어떤 연유로 이곳 강릉 소집을 택해 전시를 열기로 결심했는지 그 계기가 궁금하더라고요. 소집과 함께 하는 소감은 어떠한지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소집이 정말 예뻐서 좋았거든요. 특히 완전한 화이트큐브보다 이런 집 분위기의 전시장을 좋아하는데 작품을 걸고 싶다고 느낀 멋진 장소예요. 그리고 기록해 주고 홍보해 주는 과정도 진심 어린 애정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저 역시도 소집을 택해 이번 전시를 열어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혜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작가는 이전의 작업들은 '직시하고 있는 죽음'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작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살고 있는 중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시간이 가는 채로 살아지는 게 아니라 완전히 깨어있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어떤 기준이나 가치들을 계속해서 균형을 잡는 것, 그게 거의 전부에 가깝다고 합니다. 시간이 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변하는 환경과, 자신이 하는 선택들의 과정과 결과, 또 늘 변하는 주변의 환경들 그 안에서 늘 흔들리고 그러면서 어떤 걸 덜어내고 어떤 걸 채워가는 거라고 합니다.   

   


이혜윤 작가에게 ‘균형’은 유한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에 대해서 온전히 살기 위해 필요한 균형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때는 사랑에 빠져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절망에 빠져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일의 성취로 가득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현실적인 것들을
겨우 해결하기에도 벅찰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 때에 좋은 건 더 오래,
나쁜 건 얼른 빠져나올 수 있으려면
내가 가지는 어떤 기준이 있을수록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를
알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는 고통스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열심히 균형을 맞춰가는 거죠. 어쨌든 제 개인적인 잘 살고자 하는 노력은
대부분 저울질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살려는 노력을
그림으로도 옮겨 보고 있습니다.




이혜윤 작가는 더 쉽게 그려내고 쉽게 살아보겠다는 다짐 같은 작업이자 수련들이라며 더 가벼워지려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이 작가가 갖고 있는 기준들 중에서 ‘쓸모’가 작가에겐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해요. 일이나 성취 이런 것이 자신에겐 정말 중요한데, 그 부분이 많이 위협받으면서 깊은 늪에 빠져있다가 그걸 자신 안에서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합니다. 타협이 되지 않아서 이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해요.


엄마가 되는 거대한 책임이 생겨나고서 제가 기준하고 있던 것들이 모두 무게를 잃는 거예요. 직설적으로 일, 건강, 수입 이런 것들이 다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거기서 저는 균형을 완전히 잃은 적이 있어요. 늘 어느 정도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다가 완전히 기울어진 어떤 때부터 다시 중심에 오기까지 고통스럽기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하면서 지나왔거든요. 제가 욕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많았던 것 같더라고요. 스스로에 대해서 기준이 가혹한데 그래서 가진 기준들을 모두 채워서, 저울에 추를 계속 매달아 가면서 중심을 잡았던가 봐요. 근데 이번에 알게 된 건 완전히 다 비워내는 게 가장 흔들리지 않고 균형 잡힌 상태가 되는 것이더라고요. 그 가벼운 균형을 한번 알고 나서는 뭔가 치우치는 상태가 될 때에 이제 덜어내는 걸 먼저 생각해요.



이 작가는 그런 살아냄 후에 그러한 과정을 그리게 된 것이 <쓸모의 균형>이라고 합니다. 이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작품들에서 느껴졌던 ‘담백함 속의 단단함’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작가는 요즘 원주에서 새로운 공간 오픈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기도 합니다. 어떤 공간일까 많이 궁금하기도 한데요. 이 작가는 밝은 편이면서도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기도 서 그림 뒤에 숨곤 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그림을 중간에 두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이르러 공간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 작가가 그동안 모은 예술서적과 아트굿즈들이 있고, 의 취향이 묻어나는 여러 가지를 가져다 놓은 공간이며, 개인 레슨도 여는 화실을 함께 운영할 거라고 합니다.


 취미이지만 그리는 기술보다 작품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과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가고 계속 작가인 태도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것들을 함께 그려보는 수업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앞으로 그려갈 공간이 더욱 궁금해지고, 얼른 가보고 싶어 집니다. <쓸모의 균형>을 찾아준 관람객들은 뭔가 묵직한 무게감과 또 뭔가 가뿐한 날갯짓이 느껴진다는 소감, 지나가는 길에 잠시 머물다 간다는 소감, 밖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하나 되는 그림들이라는 소감을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균형을 잡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중함을, 자신을 지켜가는 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선물하는 전시를 열어준 이혜윤 작가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안녕하길 빕니다.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이미지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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