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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Apr 22. 2016

횡성호수길을 걸으며
잃게 된 것을 생각하다

백조의 호수여행-횡성호 1편

고향을 떠나야 고향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필자는 고향이 늘 그리웠다. 10년 만에 돌아온 고향은 그래서 더 귀하게 느껴진다. 다시 나를 품어줄 고향이 있어 다행이다. 그래서일까. 횡성호로 향하는 마음은 무거웠다. 횡성댐 건설로 중금리, 부동리, 화전리, 구방리, 포동리 등에 살던 253세대 938명의 주민이 고향을 잃게 되었다.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다만 필자가 할 수 있는 건 수몰된 마을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마음으로라도 함께 그리고 싶었다. 

마음의 고향이라는 말이 괜스레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횡성댐 건설로 물에 잠길 위기에 놓이자 1998년 8월 이곳으로 옮겨온 중금리 삼층석탑.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9호다.-고종환 제공

호수를 돌아보기에 앞서 망향의 동산을 찾았다. 망향의 정을 그린 <희망의 나래> 조형물, 중금리 탑둔지에 있던 것을 옮겨온 3층석탑, 화성정, 전시관이 조성돼 있었다. 필자의 마음이 아릿해진 건 화성의 옛터 전시관에서 마을 풍경 사진을 마주했을 때다. 마을에 대한 소개를 차례차례 읽어나가며 그곳의 일상을 보았고, 사람들의 표정을 보았다. 여느 시골과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에겐 이 한 장의 사진이 추억을 재생시키는 소중한 사진일 터.  


전시관 내부. 정겨운 마을 풍경을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해 질 무렵 논두렁길을 걷는 아이들. 옹기종기 모여 송편을 빚는 모습. 밭매다 카메라를 향해 씽긋 웃는 할머니. 줄다리기 경기가 한창인 화성초등학교 운동회. 집을 지키는 강아지. 꽃이 활짝 핀 집 마당까지. 사진 한 장 한 장이 귀하다. 전시품이 되어버린 농기구들도 주인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듯하다. 함께 그리움이 짙어지는 시간이다.           

가족길로 이름 지어진 5구간. 총 거리는 4.5km다. -고종환 제공

전시관을 나와 횡성호수길 5구간을 걷기 시작했다. 망향의 동산이 출발지다. 조금 걸어가다 보니 숲길이 나왔다. 좁고 울퉁불퉁한 흙길이었다. 다행이었다.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서다. 관광지로 개발되는 순간 사람들의 편의부터 생각해 자연을 잃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곳은 아직 자연을 지키고 있었다. 오래오래 이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편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면.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오래오래 지켜지면 좋겠다.  -고종환 제공

댐 건설로 용수 부족, 홍수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누군가는 고향을 잃어야 했다. 살면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하지만 위의 경우는 다르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의에 의해 잃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얻음이
타당한 것이라면
누군가의 잃음이
헛되진 않을 것이다.
누군가 이기적인 욕심으로
얻는 것일 때
그 욕심으로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것이 문제다. 


그 피해로 누군가는 전부를 잃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을 뉴스에서 심심찮게 보게 된다. 재개발하기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터전을 잃게 된다. 기업이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잃게 된다. 누군가 배를 불릴 때 누군가는 굶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체한다. 적어도 굶게 내버려 두진 말아야 하지 않을까.      

곳곳에 핀 봄꽃들에 마음도 싱그러워진다.  
살기 팍팍해진 세상에서
무언가를 얻는 것이
더욱 어렵기도 하다. 

직장을 얻기 힘들다. 직장을 얻었다 해도 여유를 갖고 살기 힘들다. 부지런히 돈을 벌어도 내 집을 얻기 어렵다. 전셋집을 얻으려 해도 찾기 어렵다. 월세를 얻다 보니 돈을 모으지 못한다. 나 하나도 살기 벅차다 보니 결혼을 주저한다. 누군가를 책임질 자신이 없다. 결혼하기도 어렵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보니 삶에 회의감이 드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닐까 싶다. 

활짝 핀 봄꽃처럼 마음도 활짝 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소망해본다.

호수길을 걷기 시작한 지 두 시간쯤 흘렀을까. 출발지인 망향의 동산으로 돌아왔다. 5구간은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이 같았다. 

이처럼 얻음도 잃음도
같아야 하지 않을까.
일방적으로 누구만 얻어서도
안 될 것이고,
누구만 잃어서도 안 될 것이다.  


도착지점에 이르렀을 때 순간 포착한 노루 - 고종환 제공

   

여행 꿀팁  

1. 망향의 동산 주소 :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태기로구방5길 40  

2. 망향의 동산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3. 횡성호수길은 총 길이는 27㎞로, 6구간으로 조성돼 있다. 1구간 횡성댐길 (횡성댐~대관대기. 거리 3km. 난이도 중. 소요시간 약 1시간), 2구간 능선길 (대관대리~횡성온천. 거리 4km. 난이도 중. 소요시간 약 2시간), 3구간 치유길 (횡성온천~화전리. 거리 1.5km. 난이도 중. 소요시간 약 1시간), 4구간 사색길 (화전리~망향의 동산. 거리 7km. 난이도 중. 소요시간 약 2시간 30분),  5구간 가족길 (망향의 동산~망향의 동산. 거리 4.5km. 난이도 하. 소요시간 약 2시간), 6구간 회상길 (망향의 동산~횡성댐. 거리 7km. 난이도 중. 소요시간 약 2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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