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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Apr 22. 2016

미술관 자작나무숲이 가르쳐 준 잃지 말아야 할 것

백조의 호수여행-횡성호 2편 

횡성에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미술관 자작나무숲이다. 드디어 오게 되었다. 그런데 입장료를 보고 아빠와 필자의 입장이 엇갈렸다. 입장료가 2만 원이기 때문이다. 음료 한잔이 포함된 가격이지만 아빠는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했다. 이곳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간 필자는 그만한 입장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입장료에 대해선 각자의 판단에 맡겨두겠다. 


미술관 자작나무숲 전경 - 고종환 제공
미술관 자작나무숲 입구-고종환 제공


필자는 여행지를 찾을 때 여행자로 그곳을 찾는다. 지금까지 연재한 글 모두 그랬다. 미리 섭외 요청을 하지 않는다. 협찬을 받지도 않는다.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은 보통의 여행자들처럼 똑같이 내고 관람한다.


입장권으로 미술관 자작나무숲 사진엽서를 준다. 


필자가 그곳에서 느낀 것을 진솔하게 쓰고 싶은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아서다. 자유로이 여행하다 보면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글감이 되었다. 내 경험과 감정을 풀어낼 수 있도록 했다. 



미술관 자작나무숲도 여행자로 입장했다. 방문을 환영하는 글귀로 시작하는 안내판을 먼저 읽을 필요가 있다. 이를 읽고 나면 이곳을 관람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된다. 미술관 자작나무숲은 원종호 관장이 수십 년 동안 손수 가꾼 숲이다.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그래서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소중하다. 그에게서 자연을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이 마음으로 가꾼 숲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숲 속의 모든 것이
전시의 일부라는 말이,
식물들도 아픔을 느낀다는 말이
이곳까지 나를 오게 했다.
곳곳에 자리한 벤치들이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1전시장과 스튜디오 갤러리 사이의 정원을 보는 순간 동화 속 풍경 같다는 말을 실감했다. 벤치에 앉아 가만히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정원에서 뛰노는 꼬마가 이날의 풍경을 완성했다. 1전시장과 스튜디오 갤러리를 돌아보고 나서 2전시장인 원종호 갤러리로 향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 목판에 쓰인 글귀가 마음에 쓰인다. 살아가면서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역량있는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는 1전시장. 현재 양순영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정원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1전시장 테라스-고종환 제공

원종호 관장은 생육이 좋지 않아 폐기하려던 묘목 1만 2천여 주를 받아와 이곳에 심었다고 한다. 혼자 힘으로 이 숲을 가꾸어 나갈 때 그 누군가는 미련하다 했을 것이다. 허송세월 하는 것이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나무들은 어엿하게 자라 숲을 이루었다. 

원종호 관장의 삶의 철학이 담긴 글귀. 마음에 깊게 자리한다.-고종환 제공
오랜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그 자체로 깊은 감명을 준다. 
자신의 의도대로
살아온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잃지 말라고 가르쳐준다. 


그 시간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음을 몸소 보여준 그에게 깊이 감사했다.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일깨워주는 자작나무숲길
내 삶은 내가 그려가야 함을. 내가 채워가야 함을 깨닫는 시간

지금 필자 역시 누군가는 미련하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이 그렇다. 이 또한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무엇을 써야 할지 찾아 헤맸다. 그러다 찾았다. 이를 쓰고 있는 지금이 좋다. 당장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니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다. 이를 느낄 때 마음이 무겁다.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이러다 마음이 약해지면 어쩌지. 
실패하면 어쩌지.
허송세월 한 것이면 어쩌지. 


때때로 두려웠다. 그런데 그의 글귀가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을 충분히 경험한 것으로 그 시간은 결코 잃어버린 시간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만 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끝이 어떠하든
지금 이 과정이
내 삶에 의미가 있는 시간임을
    일깨워주었다.      

여행 꿀팁

1. 주소 :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한우로두곡5길 186 

2. 관람시간 : 10시 ~ 일몰 (휴관일 : 수요일, 공휴일, 8월 개관일)

3. 입장료 : 성인 2만원, 3~18세 1만원, 주차료 무료.    

*입장료엔 음료 1잔이 포함 돼 있다. 스튜디오 갤러리에서 입장권으로 받은 엽서를 확인 받은 후 음료를 선택하면 된다. 아메리카노, 오미자차, 보이차, 매실차, 오디차, 허브꿀차, 코코아 등이 있다.    

4. 1전시장에서는 현재 양순영 작가의 <Look at window>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기간은 5월 31일까지다. 

5. 사랑티켓을 통해 5,000원 할인 받을 수 있다. 사전에 예매를 해야 한다. 자세한 사항은 사랑티켓 홈페이지를 살펴볼 것. 

http://www.sat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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