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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May 03. 2016

의암호 스카이워크,
공존의 길을 걷는 시간

백조의 호수여행-의암호 

의암호를 처음 찾았을 때가 겨울이었다. 그땐 호수가 꽁꽁 얼어 있었다. 낚시터도 자전거길도 바람만 머물다 갈 뿐이었다. 스카이워크도 개방되지 않았다. 아쉬워야 또 찾아온다는 말이 맞다. 봄이 되어 의암호를 다시 찾았다. 스카이워크로 향했다.      


스카이워크로 향하는 초입 데크길

풍경에 매료될 때마다 발걸음은 자동 멈춤이 되었다. 자전거 라이더들이 지나갈 때마다도 발걸음은 자동 멈춤이 되었다.


이 길은 자전거길이기도 하지만
산책로이기도 하다. 


그런데 걷는 사람이 드물어서인지 서행하는 자전거 라이더가 드물었다.‘천천히’라 쓰인 표지판이 무색하다. 서로서로 양보하면 좋을 텐데. 길을 양보하는 건 걷는 사람의 몫이었다. 필자 역시 습관적으로 양보하고 있었다. 속도를 줄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 화를 내야 할 판인데. 아무 말도 못하고 양보하고 있는 내가 바보 같았다.      


봄으로 물든 삼악산과 어우러진 호수 풍경


양보가 미덕이라는 말이 옛말이 돼 버린 듯하다. 요즘 들어 양보운전을 하지 않자 화가 나 보복운전을 하는 사건이 부쩍 빈번해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난폭, 보복운전은 매일 17명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다.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도 전쟁이었다. 서로 타기 바쁘고, 내리기 바쁘다. 지옥철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양보는 실종된 지 오래다. 밀치고서도 미안한 기색조차 없다. 아침부터 얼굴 붉히는 일이 빈번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양보하는 운전자는 드물었다. 간혹 먼저 가라고 차를 세우는 운전자를 볼 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도 드물다. 필자의 기억에도 없었다. 씁쓸하다.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만들어 준 의암호. 춘천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스카이워크에 도착해서야 찌푸린 얼굴을 펼 수 있었다. 입장한 사람은 필자뿐이었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보이지만 몇 분 동안은 스카이워크가 내 것이 되었다. 


풍경이 주는 위로였다.
이 시간만큼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자신만을 생각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수면에서 12m 상공에 만들어진 스카이워크

어느 위치에서든 자유롭게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잠시였지만 아무런 방해 없이 온전히 풍경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금 전 올라왔던 화가 누그러진다. 답답했던 마음도 누그러진다. 감사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돼 아찔함마저 잊는다.


다시 길을 나섰다. 걷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다. 자전거 속도를 줄이는 라이더도 많아졌다.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걷는 라이더도 있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편하다면
누군가의 양보 덕분이다.
누군가가 불편해 보이지는 않은지
돌아보면 좋겠다.
공존의 길에서만큼은 말이다. 

함께 가는 길은 혼자 앞서가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행 꿀팁 

1. 의암호 스카이워크 가는 법 : 송암 레포츠타운(강원도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124-2)에 도착해 호반 낚시터를 지나면 데크길 초입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스카이워크가 나온다. 

2. 스카이워크 이용시간 : 3~11월 오전 9시 ~ 오후 6시  

*단, 기상 상황에 따라 개방하지 않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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