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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May 13. 2016

지금을 쓰고 그리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

백조의 호수여행-해남 고천암호 2편  

고산 윤선도 유적지는 원래 예정대로라면 해남에 도착해 첫 번째로 찾을 여행지였다. 돌발상황으로 인해 다음 날 찾게 되었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는데 또 다른 돌발상황을 맞았다. 녹우당을 기대하고 왔건만 녹우당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종가의 사정으로 개방하지 않는다는 답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어초은 사당과 고산사당 역시 문이 닫혀 있다. 1년에 한 차례씩 제사 때에만 개방한다. 아쉬움이 컸지만 그 덕분에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을 좀 더 세심하게 볼 수 있었다.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으로 향하는 길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은 대충 보면 손해다. 고산 윤선도 선생의 작품을 비롯해 600년 이상 해남 백련동에 터를 잡고 살아온 해남윤씨 어초은공파의 역사유물이 전시돼 있다. 4천 6백여 점에 이른다. 국가지정문화재도 수두룩하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니 <공재 윤두서 일가의 풍속화와 진경산수화> 기획특별전이 한창이다. 이를 통해 공재 윤두서 선생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은 특별전시실, 제1전시실, 제2전시실, 영상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공재 윤두서는 고산의 증손자다. 조선 후기에 활동한 문인 화가다. 국보 제240호인 <공재 윤두서 자화상>이 대표 작품이다. 이 전시를 통해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그는 <석양수조도>라는 작품을 기점으로 자신의 일상적 모습을 담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농부, 시골 아낙네, 석공의 일상생활을 그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최초로 백성들의 삶을 화폭을 담아내며 풍속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나물을 캐는 두 아낙네를 주인공으로 한 <채애도>가 인상 깊다. 그 당시 사회상을 고려한다면 과감한 작품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무심코 지나친
그날그날의 일상 풍경이
그의 손에선 작품이 되었다.
그에게서 일상을
허투루 보지 않는 자세를 배운다.
 


공재 윤두서가 그림으로 일상을 담았다면, 고산 윤선도는 글로 일상을 담았다. 어부의 사계절을 담아낸 <어부사시사>.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을 벗으로 표현한 <오우가> 가 그렇다. 효종실록을 보면 고산 윤선도는 세상 사람들이 청탁하고 끌어주고 하는 꼴을 본받지 아니하고, 시골에서 본분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고산 윤선도의 강직함과 올곧은 성품을 읽을 수 있다.  


총 40수로 이루어진 어부사시사. 이 중 대표적인 춘사 4, 하사 7, 추사 2, 동사 8을 새겨 놓은 시비다.

이로 인해 관직에 있던 세월은 10년이 채 되지 못한다. 20년 가까이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을 땐 해남과 완도 보길도에서 은거했다. 그곳의 자연과 벗하며 풍경을 세심하게 보았다. 그는 평소 천문의 흐름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있었다고도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느끼고,
밤하늘을 보며 별을 헤는 모습에서
그는 순간순간의 지금을 느끼며
살았음을 알게 되었다.      

고산사당은 매년 음력 6월 11일 기제사를 지낸다. 수령 300년 된 해송이 그 옆을 지키고 있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바깥으로 나서니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녹우당 앞을 지키고 있다. 가까이에선 카메라에 한 번에 담지 못할 정도의 높이다. 500살이 넘은 나무다. 어초은 윤효정이 아들들의 진사시 합격을 기념해 심은 나무다. 세월을 켜켜이 쌓아 이곳을 지키는 나무가 되었다. 잠시 나무 아래에 선다.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지금을 느껴본다.  

녹우당을 보지 못한 건 못내 아쉽지만, 그만큼 더 찬찬히 은행나무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여행 꿀팁

1. 주소 : 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녹우당길 130 

2. 관람시간 : 09: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3. 관람요금 : 성인 2,000원, 청소년, 군경 1,500원, 어린이 1,000원  

4.  <공재 윤두서 일가의 풍속화와 진경산수화> 기획특별전은 8월 31일까지 열린다. 이와 함께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서헌강 선생의 <사진으로 보는 녹우당> 사진전도 열리고 있다. 

5. 녹우당을 꼭 봐야 할 경우, 관람이 가능한지 문의전화를 해보길 권한다.

(061-530-5548, 061-533-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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