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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Jun 03. 2016

솔뫼성지, 삽교호에서
책임감을 다듬다

백조의 호수여행-삽교호 1편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그동안 소홀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내 안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하기 전삽교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솔뫼성지 -> 삽교호 

지난주 편에선 당진 석문호, 필경사에서 책임감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뷰레이크 타임의 열한 번째 질문 ‘책임감은 삶의 약일까, 독일까?’에 대한 물음을 안고 당진 여행은 계속되었다. 이번 주는 솔뫼성지와 삽교호에서 책임감의 또 다른 면을 돌아본다.  


책임감의 또 다른 면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다듬는 시간을 가져본다.

         

솔뫼성지에서 고난의 삶을 보듬다

학창 시절에 국사는 그저 외울 게 많은 암기 과목이었다. 특히‘최초’인 것은 무조건 별 다섯 개로 표시했다. 한국인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그의 이름도 그렇게 기억되었다.   

   

소나무 숲에 자리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동상

솔뫼성지를 찾아오고서야 그의 생애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이곳은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다. 김대건 신부의 가문은 천주교 신앙에 귀의한 후 잦은 박해를 받는다. 그의 증조할아버지 김진후 비오, 작은할아버지 김종한 안드레아, 아버지 성 김제준 이냐시오, 그리고 그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다. 이곳이 순교자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유다.      


김대건 신부와 밀사들이 조선 입국을 위해 탔던 라파엘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여 건축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기념 성당 및 기념관.

성 김대건 안드레아 기념관에 들어섰다. 김대건 신부의 생애가 설명과 함께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1821년 8월 그는 이곳 솔뫼에서 태어난다. 프랑스 신부 모방에게 세례를 받은 후 신학생으로 뽑혀 마카오로 건너간다. 그는 신학 공부와 더불어 프랑스어, 라틴어, 중국어, 철학을 익힌다. 그리고 1842년부터 1844년까지 만주 소팔가자에서 신학과정을 이수한다.      


(김대건 신부의 유품 중 하나인 편지 뜯는 칼(왼쪽) / ‘조선 교우들 보아라’로 시작하는 회유문. 조선의 교우들에 대한 김대건 신부의 지극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오른쪽)) 


그는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해박해 이후 계속되는 탄압 때문이다. 1845년 1월. 그는 어렵게 한양에 몰래 들어와 국내 사정을 살핀다. 그해 8월 중국 상해에서 사제 서품을 받음으로써 한국인 최초의 신부가 된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돌아온 그는 다음 해 4월까지 교우촌을 차례차례 순방한다. 


모든 활동은 비밀리에 조심스럽게 이루어진다. 사방에 밀고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사도구를 가지고 다닐 수 없었고, 한 곳을 오래 있을 수도 없었다. 1846년 6월 5일 순위도에서 체포되면서 그는 더 이상 활동을 이어가지 못한다. 1846년 9월 16일 새남터에서 순교했을 당시 그의 나이 겨우 스물여섯이었다.     

   

마음을 숙연케 하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

그는 너무도 짧은 생애를 살았다. 순교자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가 걸어야 할 길은 뚜렷했다. 위태롭고 험난한 여정이었다. 책임감이 무거웠을 테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그.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을 편지에서만큼은 솔직하게 담아냈던 것 같다. 그의 친필 서한을 차례차례 읽어가면서 그의 마음을 따라가 볼 수 있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느낀 걱정,
불안감, 서글픔,
자신의 나약함을 채찍질하는 엄격함,
모두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때론 슬픈 소식을 담담히 써 내려가기도 했다. 아버지의 순교를 전하는 여섯 번째 편지가 그랬다. 담담해서 오히려 더 절절한 슬픔이 느껴진다.  


십자가의 길은 슬픔의 길, 고난의 길, 고통의 길을 뜻한다.울창한 소나무 숲이 고단한 마음을 보듬어주는 듯하다.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 조각으로 만들어진 예수의 고난을 따라 걷는 길은 엄숙하면서도 차분하다. 조각의 의미를 헤아리며 걸었던 길은 다시 돌아 걸을 때 내 삶의 고난을 돌아보는 길이 된다. 


살아가는 것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짊어진 책임감이다. 


사는 게 괴로워 이 책임감을 놓아버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았어야지’ 하며 삶에 무책임한 사람을 탓한다. 그‘어떻게든’이라는 희망조차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부터 되는 게 먼저다. 그래야 책임감 있게 살아갈 의지도 다시 생겨날 것이다.

      

김대건 신부 생가터에서 기도하는 교황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여행 꿀팁   

1. 주소 : 충청남도 당진시 우강면 솔뫼로길 132 

2. 미사 시간 : 매일 오전 7시, 11시 

3.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관 개관시간 : 오전 9시 ~ 오후 5시

*점심시간 : 오후 12~ 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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