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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Jun 11. 2016

식영정에서 광주호를 바라보며
휘둘리는 마음을 잡다

백조의 호수여행-광주호 2편 & 에필로그

식영정으로 향한다. 한국가사문학관 옆에 자리하고 있다. 식영정은 호남의 문인인 서하당 김성원이 그의 스승이자 장인인 석천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다. 이름은 임억령이 지었다. 식영정(息影亭)이 담고 있는 의미가 궁금했다. 쉴 식, 그림자 영, 정자 정. 한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그림자가 쉬어가는 정자. 낭만적인 의미다. 하지만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담양의 정자 중 풍광이 가장 좋은 곳을 꼽히는 식영정.


찾아보니 장자의 제물편에 나오는 우화인 그림자 도망치기의 의미가 숨어있었다. 자기 그림자를 두려워하는 바보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벗어나지 못한 채 쓰러져 죽게 된다. 그늘 속으로만 들어갔어도 그림자는 사라졌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뜻하는 그림자는 욕망이다. 세속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이를 떨쳐낼 수 없음을 일깨운다. 


이곳에서만큼은 헛된 욕망을 내려놓고
  자신을 바로 보길 바라는 마음이
    이름에 담겨 있었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서하당과 부용정의 운치를 감상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본다. 식영정 일원은 명승 제57호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 머물며 글을 쓰던 임억령, 김성원, 고경명, 정철을 ‘식영정 사선’이라 불렀다. 그들은 이곳에서 주옥같은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중에서 정철의 성산별곡이 마음에 머문다.  성산별곡은 서하당, 식영정의 사계절 경치와, 그곳의 주인 김성원의 풍류를 칭송하고 있다. 


   

김성원은 생애 대부분을 성산의 자연에서 보낸다. 자연에서 마음을 다스리며 무던하게 살아간 그. 자연의 흐름에 따라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한 개인의 삶을 예찬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보편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더 감동 깊게 자리한다. 


누군가가 당신의 삶을 가치 있게
봐주는 것만으로 살아감에 있어
큰 힘이 되지 않는가. 


이 작품은 그것을 다시금 깨우쳐 준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1976년 9월 광주댐이 완공되며 생겨난 인공호수인 광주호.

식영정에서 광주호를 바라본다. 호수가 들어서며 사라진 풍경들이 있다. 성산별곡에서 성산의 봄 풍경을 묘사한 부분에 나오는 방초주, 성산의 여름 풍경을 묘사한 부분에 나오는 자미탄 등이 그렇다. 더위를 식혀주던 자미탄, 무릉도원 같은 방초주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호수는 새로운 풍경으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 준다. 각자의 방식으로 쉬어가며 유유자적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스톱꿀팁 1큰술  

<1큰술>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지곡리 산76-1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호수를 바라보며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여본다.

광주호 뷰레이크 타임못다 한 이야기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찌르는 화살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어떤 말을 건넬 땐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건넸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는 결국 스스로의 확신에 있다. 중심이 탄탄하게 잡혀 있다면 휘둘릴 일이 없다. 중심을 잡아나가는데 선인의 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분명 내 삶을 가치 있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은 용기 있게 걸어나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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