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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Jun 11. 2016

어떻게 하면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백조의 호수여행-광주호 1편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그동안 소홀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내 안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하기 전광주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한국가사문학관 -> 식영정 -> 광주호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누군가 툭 던진 한 마디에 와르르 무너질 때가 있다. 뷰레이크 타임 열두 번째 질문

‘어떻게 하면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안고 담양으로 향했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전남 담양군 고서면, 남면과 광주광역시 북구에 걸쳐 있는 광주호.

   

한국가사문학관에서 발견한 글의 가치

명절을 제외하고 친척들이 모이는 일은 둘 중 하나다. 기쁜 일 아니면 슬픈 일. 며칠 전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에 친척들이 모였다. 다행히 고비는 넘기셨다.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필자의 마음이 불편해졌다. 요즘 무슨 일 하는지, 만나는 사람은 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형식적으로 건네는 질문 레퍼토리임을 알면서도 당당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은 마음을 찌르는 화살이다. 되도록 화살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언젠가부터 명절에 가지 않았던 이유다.       


1995년부터 건립을 추진해 2000년 10월 완공한 한국가사문학관

글을 쓰고 있다고 하자 어떤 글을 쓰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돈벌이가 되고 안 되고가 중요했다.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것도 맞고, 불안정한 일인 것도 맞다. 조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뒤이어 이어진 한 마디가 필자의 마음을 찌르고 말았다. 이제라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었다. 이런 말들에 휘둘리지 않을 때도 됐건만 아직도 내 마음은 단단하지 못한가 보다. 


한국가사문학관 경내에 자리한 연못과 정원

마음을 다시 잡게 된 건 한국가사문학관에서였다.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모두 이곳 담양에서 탄생했다. 이것만으로도 담양에 한국가사문학관이 자리하는 이유는 충분하지만 이유는 더 있다.       


담양에서 전승되고 있는 18편의 가사. 강호 자연 생활을 비롯 명승지의 유람, 유배의 체험, 유교적 이념 설파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의리와 명분을 중시하던 조선시대 사림들은 불합리하고 모순된 정치 현실을 비판한다. 자신들의 큰 뜻을 이룰 수 없음을 한탄하며 호남 지방으로 내려온다. 물 맑고 볕 좋은 담양에 많은 정자와 누각이 지어진다. 인근에 자리한 식영정, 환벽당, 면앙정, 송강정 등이 그러하다. 담양권 가사문학은 조선 중기 이서의 낙지가를 필두로 20세기 정해정의 민농가에 이르기까지 60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져왔다고 한다.‘담양=가사문학의 산실’이라 할 만하다.        

                                      (면앙 송순의 면앙집/ 송강 정철이 선조에게서 하사 받은 술잔)

  

작품들을 차례차례 만나본다. 상춘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 등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작품부터 도산별곡, 춘면곡, 산외별곡, 사향곡, 상명가라 등 생소한 작품까지 한 자리에서 찬찬히 읽어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고전문학작품은 외계어 같아서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다. 현대어로 해석한 것을 달달 외우기 바빴다. 작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감정도 얕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접하게 될 땐 다르다. 진솔한 감정들이 읽힌다. 


외로움,
그리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자연에서 느끼는 감동은
시대가 달라도 통한다. 


선인들의 작품을 통해 글을 쓰는 마음을 다시 잡아본다.     

정철의 성산별곡에서 성산의 가을 풍경 속 피리부는 목동을 표현한 동상

     

여행 꿀팁  

1. 주소 :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가사문학로 877번지 

2. 관람 요금 : 어른 2,000원, 청소년, 군인 1,000원, 어린이 700원 (65세 이상, 유치원생 무료)

3. 관람시간 : 09:00 ~ 18:00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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