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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Jun 30. 2016

관심과 무관심에
연연하지 않을 순 없을까?

백조의 호수여행-양양 매호 1편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그동안 소홀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내 안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매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하조대 -> 점심 (추천 메뉴 물회) -> 매호   

관심받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칠 때는 독이 되기도 한다. 뷰레이크 타임 열세 번째 질문 ‘관심과 무관심에 연연하지 않을 순 없을까?’에 대한 질문을 안고 양양으로 향했다.

  

https://youtu.be/oufaQnlnOsM 

(매호 뷰레이크 타임 스케치) 

    


하조대에서 관심의 우선순위를 찾다   

‘등대로 갈까, 정자로 향할까?’ 하조대에 도착해 갈림길에서 하게 되는 고민이다. 먼저 등대로 향하기로 한다. 데크 초입에 출입 안내가 적힌 빨간색 표지판이 보인다. 출입시간이 정해져 있다. 군사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다. 하계는 일출 30분 전부터 오후 8시까지, 동계는 오후 5시까지다. 시간 제약이 있는 곳은 여행을 쫓기듯 하게 해서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출입이 가능한 것도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신분증 검사를 하던 때도 있었다고 하니 불만은 그만 접기로 한다.       

하조대는 기암괴석과 바위섬들로 이루어져 있는 암석해안이다.

오솔길 데크를 지나 계단을 오르니 하얀 등대가 보인다. 하조대 무인등대다. 등대에서 내려다본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바다는 신비롭기만 하다.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돼 마음이 풀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등대 주변이 모양이 제각각인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도 주의를 잘 살펴야 한다.      


바닷길을 밝혀주는 하조대 무인등대


등대에서 내려와 정자로 향한다. 나무 사이 계단을 따라 오른다. 정자에 이르니 ‘왜 하조대일까?’ 하는 궁금증이 풀린다. 고려 말, 국운이 기울자 문신 하륜과 조준은 이곳으로 내려와 은거한다. 절벽 끝에 섰을 때 새로운 시작이 보이는 법. 바다와 맞닿은 절벽에 서서 그들은 새로운 왕조를 세워야겠다는 뜻을 품게 된다. 마침내 태조 이성계가 등극하게 되고 두 사람은 조선의 개국공신이 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성을 따서 ‘하조대’라 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은거하였을 당시에 지금의 정자는 없었다. 이 정자의 시초는 조선 정종 때다. 여러 차례의 재건이 이루어지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2009년 12월 명승 제68호로 지정된 하조대. 양양 8경 중 하나다.

이름에 얽힌 두 가지 설이 더 있다. 하씨 집안의 총각과 조씨 집안의 처녀가 서로 사랑했지만 두 집안은 원수지간이었다. 끝내 사랑을 이룰 수 없게 된 두 사람은 이 해안 절벽에서 비극적인 선택을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하씨 성의 총각을 두고 조씨 가문의 두 처녀가 동시에 그를 사랑하게 되는데 끝내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자 다 같이 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다. 어디까지나 설이다. 그 설이 진짜인지는 이곳의 명물, 애국가 소나무로 불리는 200살이 훌쩍 넘은 소나무만이 알 터.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닷바람을 꿋꿋이 견뎌낸 소나무는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이곳을 찾는 사람 누구나 이 소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어떻게 바위틈에서 꿋꿋이 자란 걸까.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보고, 신기한 것을 보면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그런데 SNS이 일상화되면서 관심의 폐해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고급 스포츠카로 과속하는 장면을 생방송하다가 사고가 난 사건이 있었다. 사고 장면까지 고스란히 생방송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관심을 끌기 위해 해서는 안 될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세태가 씁쓸하기만 하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울창한 송림, 기암괴석, 바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하모니다.

SNS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게 되면서 그들이 올린 사진과 영상을 통해 일상을 보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나도 모르게 나와 그 사람의 생활을 비교하게 된다. 부러움이 커질수록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필자 역시 그랬다. 허세 가득한 사진을 뭐라고 하면서 나도 뭔가 남에게 잘 보이려 하는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그럴수록 마음은 더 우울했다.      

찬찬히 걸으며 지친 마음을 다독여 본다.

두 달 전 필자는 SNS를 모두 탈퇴했다. 처음 며칠은 시대에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지인들과의 소통마저 끊겨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일종의 강박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좀 뒤쳐져 살고 모르고 살아도 괜찮았다. 안부가 궁금할 땐 직접 연락을 하면 될 일이었다. 

정작 제대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남의 일상이 아닌 나의 일상이다. 
남에게 보이는 일상이 아닌
    진짜 나의 일상을 말이다.      


여행 꿀팁  

1. 주소 :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

2. 출입가능시간 : 하계 일출 30분 전 ~ 오후 8시, 동계 일출 30분 전 ~ 오후 5시.  

3. 주차장 이용은 무료다. 주차장이 협소하다. 일출 무렵이나 주말엔 많이 붐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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