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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Jul 28. 2016

호수는 사라져도,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백조의 호수여행-강릉 풍호 2편 

풍호를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동해안 석호 중에서
최남단에 있었던 풍호.
그 넓던 풍호는
어쩌다 사라진 것일까.

자연호수는 자연적으로 생겨나서 언젠가는 자연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풍호는 자연적으로 사라진 게 아니다. 풍호 인근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풍호는 1993년까지 석탄재 매립장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면서 육지화가 되고 만 것이다. 육지화된 곳에 골프장이 조성되면서 호수는 영영 사라졌다.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자연습지.고종환 제공

풍호를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크기만 하다. 

마을 주민들은 사라진 호수를
복원할 순 없지만
대신 추억을 복원하기로 했다. 

2008년 5월. 호수 중심에 만발했던 연꽃을 떠올리며 마을 유휴지에 연꽃단지를 조성했다. 손수 정성을 들여 연꽃을 심었다. 2만 5,000평의 습지에선 예전에 갯배를 타고 놀던 추억을 되살렸다. 갯배뿐 아니라 오리배를 타고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선조들은 부들을 엮어 왕골자리 대용으로 썼다고 한다.(왼쪽)/ 멸종위기 2급 식물인 독미나리. 6~8월에 하얀 꽃이 핀다. 절대 만지지 말 것.(오른쪽)-고종환 제공] 


핫도그를 연상케 하는 부들을 볼 수 있고, 멸종위기 2급 식물인 독미나리를 볼 수 있다. 습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줄풀은 옛날에 소 먹이로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줄풀을 베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아침 일과였던 때도 있었다. 물을 정화하는 식물이기도 하지만 너무 무성하면 물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습지관리의 어려움 중 하나다. 풍호는 이미 사라진 석호여서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석호에서 제외돼 있다. 이곳엔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등의 생태계 교란식물도 서식 중이다. 지금 남아있는 습지만이라도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듯, 올해 축제도 원활하게 잘 되었으면 좋겠다.(왼쪽)/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차 유적지 중 하나인 녹두정(한송정).인근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안에 정각이 있다. 마을에선 이를 기억하고자 기념비를 만들었다.(오른쪽)-고종환 제공] 


해마다 연꽃을 심고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첫 회부터 축제를 준비한 마을 주민들은 이제 80세가 넘었다. 젊은 인력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체험이 무료인 데다 축제 예산이 넉넉지 않다 보니 인력을 동원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축제를 찾는 사람들이 풍호마을을 기억해주고, 이곳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축제를 열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축제의 장을 찾아 자연과 더불어 즐겁게 노는 것. 출출한 배는 먹거리 장터에서 연잎밥, 연 해물파전, 연국수 등의 소박한 음식을 먹으며 배부른 추억을 더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라진 호수인 풍호. 그 이름만은 함께 기억하는 일일 것이다. 

[축제 준비를 지켜보는 제비들 포착! (왼쪽)/ 다이어트 고민이라면? 변비 때문에 고생이라면? 연잎차, 연국수, 연잎가루 등의 지역특산물을 놓치지 말길.(오른쪽)-고종환 제공]  


꿀팁   

1. 주소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풍호길 100-1 (하시동 3리 풍호마을)

2. 축제 기간 : 2016년 7월 28 ~ 31일    

3. 축제 프로그램 : 갯배 체험, 그네 체험, 파래 체험, 페이스페인팅, 원터워크볼체험, 

관광객 노래자랑, 스마트폰 촬영행사, 보물찾기, 행운권 추첨 등 

*원터워크볼체험은 유료다.  

*축제 상세 일정은 풍호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www.phl.kr/smain.html

4. 사진 예쁘게 나오는 포인트 : 1. 연꽃단지 초입에 있는 정자에 앉아 찍기. 뒤에 연꽃단지 배경이 굿! / 2. 박 터널 가운데 서서 찰칵! / 3. 갯배 타고 습지 중반쯤에서 서로 찍어주기 / 4. 그네 타는 모습 찰칵!      

                        [사진 포인트 하나. 커플사진 찍기 명당!(왼쪽) / 사진 포인트 넷. 그네 타고 찰칵!(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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