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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Aug 04. 2016

석호 탐방 – 살아난 석호, 경포호

백조의 호수여행-다시 찾은 경포호 1편

가까워서 자주 찾고, 익숙해서 편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필자에겐 경포호가 그렇다. 지난 겨울엔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벚꽃이 활짝 핀 봄엔 사랑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작 호수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호수도 매우 아팠음을 뒤늦게 알았다. 물론 지금 경포호는 건강하다. 하지만 다시 건강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에 호수에 희망을 불어넣은 것이 있다. 가시연이다. 꽃이 피어나는 여름. 경포호를 찾았다.      

가시연꽃 발원지로 향하는 길

    


가시연을 만나기 100m 전      

  

“오늘은 가시연을 볼 수 있나요?”     


‘네’라는 대답을 들은 건 경포가시연습지 방문자센터를 세 번째 방문한 날이었다. 드디어 볼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들떴다.‘그대에게 행운을’이라는 꽃말처럼 꽃을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옛 어른들은 백 년 만에 한번 보는 꽃이라고도 했다. 백 년 만에 피는 꽃이어서가 아니다. 그만큼 보기 힘든 꽃이라는 의미다. 수심, 수온, 일조량. 그 어느 것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피지 않는다. 매우 예민하고 까다로운 식물이다.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꽃이니 몇 번 헛걸음 하는 수고로움은 감수해야 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가시연이 피어나길 기다리며 찾고 또 찾았던 경포가시연습지-고종환 제공


가시연이 피어난 습지로 향하는 중, 배가 제법 통통한 가시연을 발견했다. 곧 피어날 준비를 하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2주 전쯤 나타난 것인데 조건이 맞지 않아 꽃은 피지 않은 채 씨앗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꽃이 피지 않았는데 씨앗이 생긴 걸까. 가시연은 폐쇄화다. 자가수분해서 스스로 종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꽃을 피우지 않은 채 종자를 만든 가시연
쪼글쪼글한 잎이 쫙 펴진다. 잎의 지름은 보통 20~120cm이지만, 최대 2m까지 달하기도 한다.-고종환 제공


가시연은 한해살이풀이어서 그해에 잎도 줄기도 모두 물에 사그라든다. 종자만 남겨둔 채 깨끗하게 사라진다. 종자는 둥둥 떠다니다가 적합한 곳을 찾아 가라앉는다. 그곳이 자신이 태어날 자리가 된다고 한다. 그다음 해에 모두 발아하는 것이 아니다. 발아하기 최적의 조건일 때를 기다린다. 그것이 10년이 되든, 20년이 되든 말이다. 1~2년 안에 물에서 발아가 안 되면 썩는 다른 식물의 씨앗과는 달리, 가시연은 매토종자이기 때문이다. 발아력을 유지한 채 땅속에서 쉬고 있는 것이다.      

습지를 가르는 나룻배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승선 인원은 최대 6명이다.-고종환 제공


*석호 두 번째 이야기, 경포호 뷰레이크 타임은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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