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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Aug 04. 2016

50년을 기다려 살아난 가시연,  되살아난 경포호

백조의 호수여행- 다시 찾은 경포호 2편

병들어 가던 호수, 사라졌던 가시연, 다시 살아나다  

때를 기다리는 동안 평온한 것은 아니다. 설치류의 먹이가 될 위기가 빈번하다. 서식지가 사라지면 영영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1960년대 식량이 부족해 배고픈 시절. 경포 호수 주변 습지를 모두 논으로 개간했다. 서식지가 사라지자 가시연도 사라졌다. 문제는 가시연만이 아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비료를 주고 농약을 치면서 호수가 오염되기 시작했다.     


1910년대에만 해도 약 160만㎡ 면적에 둘레가 12km나 되는 석호였던 경포호. 현재는 약 89만㎡, 둘레는 4.3km다. -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호수의 크기도 대폭 줄어든다. 1970년 초, 경포호로 흘러오던 경포천과 안현천 두 물길을 곧바로 바다로 흘러들도록 직강화했다. 하천물길의 유입이 끊겼다. 하구에 보를 설치해 바닷물도 단절되자 경포호는 급격히 탁해졌다.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생태계가 갈수록 악화되었다.      


2000년대 초 경포호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아지면서 생태습지복원사업이 추진된다. 지역 전문가, NGO, 지역주민, 공무원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복원방향을 설정했다. 생태계의 구조적, 기능적 복원을 통해 습지 본래의 기능인 홍수 예방, 야생생물의 서식처 기능, 생물 다양성 증진, 지속가능한 이용 등을 고려해 조성한다.

     

수면이 거울같이 청정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경포호. 한때 심각한 수질오염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고종환 제공


조성되는 과정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가시연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50년 만이다.
수심, 수온, 일조량이
매토종자 발아에
최적의 조건이 형성되어
자연 발아한 것이다.


생태습지복원의 청신호를 켠 셈이다. 꽃이 피었다고 하지 않고, 부활했다고 표현할 만하다. 아무리 오랜 시간 땅속에 살아있을 수 있는 매토종자라고 해도 무려 50년을 묵묵히 인내한 것은 참으로 경이롭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기에 더 귀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다시 볼 수 있음에. 그리고 습지가 건강해지고 있음을 가시연이 온몸으로 답해 준 것에.       


가시연꽃 발원지에서 발견한 꽃봉오리.연잎을 뚫고 올라와 있다.-고종환 제공

*석호 두 번째 이야기, 경포호 뷰레이크 타임은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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