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향여행자 Aug 04. 2016

드디어 마주한 가시연

백조의 호수여행-다시 찾은 경포호 3편 

사진으로만 본 가시연을 드디어 마주했다. 최대 2m까지 달한다는 잎에 비해 꽃은 작기만 하다. 최대한 자란 크기가 어른 엄지손가락 길이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숨은그림찾기 하듯 발견한 가시연은 찾은 그 자체가 행운이 아닐까 싶었다. 가시연이란 이름대로 가시가 무성했다. 보랏빛 꽃을 둘러싸고 있는 꽃받침 조각은 든든한 호위무사 같다.      

작게 피어난 가시연을 찾기란 쉽지 않다.두 눈 크게 뜨고 찾을 것!-고종환 제공

과연 얼마 만에 피어난 것일까. 알 길은 없다. 다만 어렵게 꽃이 피었는데 지기까지 고작 이틀이라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 사이에도 오후 3~4시면 어김없이 잠을 자러 들어가기 때문에 꽃이 핀 모습을 보는 시간은 더 짧다. 활짝 피어나 뽐내기 바쁜 꽃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해져 버린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듯하다. 한편으론 워낙 예민한 식물이어서 이렇게라도 해서 자신을 지키려는 게 아닐까 싶다.      


[수질정화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애기부들과 연꽃.-고종환 제공]


다양한 수생식물들 사이에서 자리를 꿋꿋이 지키기도 쉽지 않다. 이곳에 서식하는 수생식물은 수질정화식물이다. 부들, 연꽃, 물옥잠, 고마리 등은 더러운 물을 빨아들여서 깨끗한 물을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신선한 공기를 내뿜는 것은 물론 홍수, 가뭄 조절도 톡톡히 하기에 인간에겐 이롭다. 하지만 가시연에겐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다. 부들이 자꾸 밀고 들어오니 자신의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일반 연꽃들이 지상으로 쑥쑥 올라와 그늘을 만드니 광합성을 제대로 할 수도 없다. 수생식물들끼리도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셈이다.      


[아름다움을 더하는 노랑어리연과 물옥잠-고종환 제공]



가시연은 자신의 잎을 뚫고 나오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가시가 돋아나 있어 잘 안 뚫릴 것 같지만 잘 뚫린다. 오히려 잘 안 뚫리는 건 섬유질이 많은 일반 연잎이다. 가시가 촘촘한 연잎이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듯해서인지 잎을 뚫고 올라와 있는 가시연꽃이 꽤 안정돼 보인다. 작년에 가시연을 보호하고자 인위적으로 천이 작업을 해주었다고 한다. 올해는 부디 양껏 자신을 꽃피웠으면 좋겠다.      

수줍게 피어난 수련! 오후 2시가 되면 잠자러 들어가니 늦지 말 것.-고종환 제공


매거진의 이전글 50년을 기다려 살아난 가시연, 되살아난 경포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