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향여행자 Aug 18. 2016

다시 살아날 석호!
순포호, 매호의 재발견

백조의 호수여행-순포호, 매호 1편 

강릉의 순포호와 양양의 매호는 무관심 속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석호였다. 이 석호들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건강한 석호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순포호와 매호엔 어떤 가치가 숨어있는 걸까. 이들의 생태복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증을 안고 순포호와 매호로 차례차례 향했다.  

두 달 만에 다시 찾은 매호. 고요한 풍경은 여전하다.-고종환 제공.

순포호 복원 순채의 복원?!  

순포호는 가까이 살면서도 몰랐다. 경포호에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낯선 석호였다. 순포호를 찾았을 때, 석호는 건강을 되찾고 있는 중이었다. 찜통더위를 이겨내며 생태습지복원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순포호. 생태습지복원 공사 전 모습이다. 순포호는 강릉시 사천면 신대월리에 있다.-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순포호 생태습지복원사업은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전에 순포호는 점차 육상생태계로 천이가 진행되고 있었다. 호수 면적의 약 71%가 축소되면서 기수호로서의 기능이 크게 상실되었다. 그렇게 점차 사라져 가는 호수였다. 그러다 2000년 중반 무렵. 환경부에서 연안 습지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순포호 복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순포호는 규모가 작은 석호지만 전형적인 석호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석호의 변천을 살펴볼 수 있는 교과서적인 석호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습지복원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순포호 생태습지복원사업. (왼쪽 사진)/공사 현장에 게시돼 있는 조감도. 복원 규모는 약 16만 제곱미터다.(오른쪽 사진)-고종환 제공.]  

     

순포호 복원은
곧 순채의 복원이기도 하다. 


순포호의 지명은 순채가 많이 나는 물가라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만큼 순채가 많이 자생하는 석호였다. 정확하게 문헌상으로 기록된 것은 없지만 구전으로 1960년대까지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순채는 청정지역 지표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물이 조금만 더러워도 자랄 수 없는 식물이다. 순포호는 일제강점기 이후 농경지로 개간되고, 산림에서의 토사 퇴적 등으로 석호의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농경지의 오염물질, 생활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호수는 병들어갔다. 그런 호수에서 순채는 더는 살 수 없었을 터. 순채가 사라진 건 예고된 일이었다.

            

[순채는 멸종위기종으로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식물이다.-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순채는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내륙에 있는 자생지는 대부분 재배지다. 제주도 일부에서만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순채의 자생지였던 순포호의 복원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순포호는 순채를 깃대종으로 정하였다. 이에 대한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복원하는데 중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던 중 순채의 매토종자(발아력을 유지한 채 휴면 상태에 있는 종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경포호 가시연 부활에 이은 또 한 번의 기적이었다.

경포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순포호. 이곳은 거의 묵논으로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고종환 제공.

희망적인 소식을 안고 순포호 생태습지복원은 오늘도 열심히 진행 중이다. 무더위 속에서도 순포호가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순채서식처를 비롯해 식생 정화대, 자연사 보호구역, 도요새, 물떼새 서식처, 소생물 서식처, 횟대, 중도 등의 서식·복원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그리고 탐조대, 관찰데크, 수생식물 학습장 등의 견학·학습시설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공사는 올해 말에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탐방을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원된 습지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서식지를 잃었던 동식물들이 다시 살아가고, 철새들이 편히 쉬어가는 환경이 조성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시간을 기다려주어야 한다. 건강해진 순포호를 볼 날을 기다려본다.    

  

횟대를 조성해놓은 서식,복원공간. 철새들이 편히 쉬어가길 바라며.-고종환 제공.

*<석호 탐방-순포호, 매호> 2편에서 계속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평리 습지를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