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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Aug 18. 2016

백로, 왜가리가 자유로이 놀던
매호를 다시 꿈꾸다

백조의 호수여행-순포호, 매호 2편 & 에필로그 

두 달 만에 매호를 다시 찾았다. 매호 역시 생태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순포호처럼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밑그림이 그려진 단계다. 최근에 매호 생태복원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에 대해 주민설명회를 마쳤다고 한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포매리, 광진리, 남애3리에 자리한 매호.-고종환 제공

 매호 생태복원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에 정화사업을 진행했었다. 그 당시 매호는 매우 위태로웠다. 자연적인 천이 현상과 농경지 확충에 따른 훼손으로 호수면적이 대폭 줄어든 것은 물론 수질 오염도 심각했다. 정화사업을 하여 호수 바닥에 쌓여있는 퇴적물질을 파내고, 오수처리시설을 설치했다. 지금 설치되어 있는 전망데크와 곳곳의 벤치도 그때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몇 년 동안은 수질이 깨끗해지고 호수가 건강해졌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호수는 다시 병들어 갔다.      

 

1910년대 29만㎡에 이르렀던 매호. 2000년대엔 14만㎡로 대폭 줄어들었다.-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매호는 천연기념물 제229호인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로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다. 


호수 주변 포매리에 있는 적송숲은 이들의 번식지다. 매호는 멸종위기종인 갯봄맞이와 가시고기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희귀식물인 꽃창포, 이팝나무, 갯방풍 등도 서식하고 있다. 황어, 붕어, 빙어 등도 살고 있다. 하지만 호수가 병들어가면서 이들의 서식처가 다시 위협받게 되었다. 이들에 대한 생태적 보전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다시 생태복원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매호는 천연기념물 제229호인 백로, 왜가리 서식처다.(왼쪽 사진)-고종환 제공/멸종위기종인 갯봄맞이.(오른쪽 사진)-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매호 생태복원사업을 통해 예전 규모의 80% 이상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매호 생태복원사업에도 경포호처럼 ‘UNESCO MAB(Man And Biosphere Program)-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 개념을 도입해 핵심, 완충, 전이공간을 구분한다. 습지복원지구, 생태공원지구, 갈대·논습지지구로 나뉘어 조성될 예정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공간으로 재탄생될 매호.-고종환 제공.

습지복원지구는 물새의 휴식, 은신, 섭식을 위한 공간이다. 생태공원지구는 기존 보를 철거하고 친환경 휴게공간으로 조성한다. 갯봄맞이 서식환경을 만들고, 곤충, 어류의 서식처를 만들어 자연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갈대·논습지지구는 기존 갈대림과 논습지를 활용해 식생여과대를 조성한다. 조류관찰대, 산책로가 만들어진다. 이로써 호수를 제대로 탐방할 수 없었던 불편함이 해소될 것이다. 


또한 백로, 왜가리 서식처가 만들어진다. 이들이 자유로이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로 백로와 왜가리들은 수심이 깊은 곳은 서 있지 못한다. 몸을 담그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서식환경에 맞는 먹이 서식처를 만들 계획이다. 

     

백로와 왜가리가 자유로이 놀 수 있는 건강한 석호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고종환 제공.

매호 생태복원사업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환경부 기술검토와 문화재청 현상변경 협의, 실시설계 심의 의뢰 등을 거쳐야 한다. 이후 토지 매입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부디 원만하게 잘 진행되어 건강한 매호로 거듭나길 바란다.      



석호 네 번째 이야기강릉 순포호양양 매호 뷰레이크 타임을 마무리하며 

순포호와 매호를 돌아보며 희망을 보는 시간이었다. 순채가 많이 자생했던 때로, 백로와 왜가리가 자유로이 놀던 때로 다시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시작되어 다행이다. 부디 그 시간을 잘 견뎌 오래오래 보전되었으면 한다.         

 

석호 18곳 모두 귀하지만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석호가 있다. 이는 계속 보전할 가치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순포호와 매호는 보전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순포호는 순채 자생지로, 매호는 백로, 왜가리 서식처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었다. 이는 곧 자신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나에겐 과연 나를 지켜줄 나만의 무기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당신에겐 어떤 무기가 있는가. 


아직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만들면 된다.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떠올려보는 것부터가 그 시작이다. 이를 통해 나만의 무기를 찾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뷰레이크 타임은 <동아사이언스>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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