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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Sep 01. 2016

영랑의 마음이 머무는
석호로의 여행

백조의 호수여행-속초 영랑호 1편

5개월 만에 영랑호를 다시 찾았다. 지난번엔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나를 돌아보는 여정이었다면, 이번엔 석호인 영랑호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현재는 어떠한 지를 들여다보는 여정이다. 찬란하던 때가 있었고, 시련의 연속인 때가 있었던 영랑호. 그 여정을 따라가 본다.  

    

마음을 정돈시켜주는 영랑호 풍경. -고종환 제공.



영랑이 반한 호수, 시련을 맞다! 

영랑호는 18개의 석호 중에서 유일하게 호수 명에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신라시대 화랑인 영랑이 발견한 호수라는 의미에서 이름 지어졌지만, 그보다 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호수라는 것이 더 의미가 크다. 가는 걸음을 멈추게 했고, 무술대회에 나가야 하는 것조차 잊게 했다. 그저 바라만 봐도 감흥을 주는 비경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영랑호를 구슬을 감추어둔 듯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이 호수에 매료됐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때까진 그랬다.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는 흰뺨검둥오리들.-고종환 제공.

세월이 흘러 호수의 주변 환경이 달라졌다. 달라진 주변 환경에 호수도 변해야 했다. 영랑호는 도심 속 호수가 되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개발은 불가피했을 터. 영랑호는 주변 인구가 증가하고 도심이 커짐에 따라 농지와 택지 등으로 점차 매립되고, 일주도로가 만들어지면서 호수 규모가 줄어들고 말았다.      

2005년 신축 준공한 영랑정. 정자 명칭은 시민 공모를 통해 이름 지어졌다. -고종환 제공.

인근에 들어선 콘도, 아파트, 골프장의 하수가 호수에 유입되면서 수질은 갈수록 악화되었다. 악취가 심해지자 호수를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 해수 순환로와 생태이동통로가 단절되면서 기수호(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있는 호수)로서의 기능마저 상실했다. 그 피해는 호수에 살던 생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철새들은 쉴 곳을 잃었고, 조개류, 곤충류, 수초류는 점점 죽어가고, 물고기들도 떼죽음을 당했다.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철새들.-고종환 제공.

호수의 위기는 곧 도심 환경의 위기였다. 영랑호를 되살리고자 지난 1993년부터 영랑호 정화사업이 시작된다. 신수로 유지 준설, 호안 정비, 오니 준설, 친자연형 수변 조성, 영랑호 수변 하수차집관거공사, 도류제 설치공사 등 차례차례 정화사업이 진행되었다. 한번 훼손된 자연을 회복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것은 물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랑호의 면적변화. 옛 문헌에 의하면 영랑호 주위가 30여 리(약 12km)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는 약 7.7km다.-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수질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영랑호는 다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휴식처가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해수 순환을 위해 트인 하구가 도리어 잉어, 붕어의 생존을 위협했다. 이들은 담수성 어류다. 소금기가 있는 물에서는 살 수 없다. 해수가 유입되면서 급격히 염분이 높아지자 이들은 상류 장천천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곳이 그나마 살 수 있는 곳이어서다. 하지만 그곳 역시도 수심이 낮고 비좁아 살아가기 힘들었다.   

2011년에 추진되어 2015년 6월 준공된 영랑호 습지 생태공원.-고종환 제공.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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